검색 메뉴
검색버튼

경제

산업연 “석유 최고가격제, 가격상승 완충 효과…선별지원 전환 필요”

한승호 기자

기사입력 : 2026-10-27 11:11

공유하기

닫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텍스트 크기 조정

닫기

3~8월 직접 가격관리 3국 평균 15.0%…미국·독일은 24.9%
한국 휘발유 상승률 8월 11.8%→9월 11.9%로 사실상 제자리
일본 보조금 정책 아래 평균 -4.5%…휘발유 190.8엔→169.5엔

/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연합뉴스
[더파워 한승호 기자] 석유 가격을 직접 관리한 한국·중국·태국의 올해 3~8월 에너지 가격 상승률이 미국·독일보다 평균 9.9%포인트 낮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8월과 9월 휘발유 가격 상승률이 11%대에서 거의 변하지 않은 반면 미국과 독일, 태국에서는 상승률이 다시 확대됐다.

산업연구원은 27일 석유 최고가격제의 효과와 주요국 대응 방식을 비교한 분석을 통해 가격상한과 가격개입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국내 가격 충격의 확산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환율과 세금, 가격 반영 시차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가 간 가격 격차를 최고가격제만의 효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3~8월 직접 가격관리 정책을 시행한 한국·중국·태국의 에너지 가격 전년 동월 대비 평균 상승률은 15.0%였다. 같은 기간 미국과 독일의 평균 상승률은 24.9%로 9.9%포인트 높았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1.1%로 가장 낮았고 한국 16.5%, 태국 17.5% 순이었다. 미국은 28.8%, 독일은 21.0%를 기록했다. 법적 가격상한 대신 정유업체 보조금 방식으로 가격을 억제한 일본은 같은 기간 -4.5%를 나타냈다.

다만 평균 상승률만으로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설명이다. 중국은 평균 상승률이 한국보다 낮았지만 월별 상승률 변동폭이 20.3%포인트로 한국의 14.2%포인트보다 컸다. 태국은 평균 상승률이 17.5%로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변동폭은 32.3%포인트로 비교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컸다.

한국은 가격 상승률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추가 확대를 억제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국내 휘발유 소매가격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월 8.7%에서 4월 20.6%, 5월 22.9%까지 높아진 뒤 6월 22.1%, 7월 12.9%, 8월 11.8%, 9월 11.9%를 기록했다.

특히 8월과 9월을 비교하면 한국 휘발유 가격 상승률은 0.1%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태국의 차량용 연료 상승률은 14.1%에서 20.7%로 6.6%포인트, 미국 휘발유는 29.5%에서 37.6%로 8.1%포인트, 독일 차량용 연료는 27.7%에서 37.1%로 9.4%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3월 대비 9월 가격 변화를 비교해도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 휘발유 가격은 1.6% 상승한 반면 미국 휘발유 가격은 19.7% 올랐다. 다만 산업연구원은 양국의 세금과 환율, 가격조정 시차 등이 서로 달라 이를 정책의 순효과로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미·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지난 3월13일부터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설정했다. 당시 상한은 휘발유 리터당 1724원, 경유 1713원으로 정해졌고 3월27일에는 각각 1934원과 1923원으로 높아졌다.

이후 6월2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상한을 각각 리터당 1784원과 1773원으로 다시 낮췄다. 9월19일부터 시행된 10차 상한에서도 같은 수준을 유지해 10월17일까지 적용했다. 주유소 소매가격을 직접 규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설정하는 구조다.

중국은 국제유가를 반영해 10영업일마다 가격을 조정하는 기존 체계에서 전쟁 이후 가격 인상폭을 제한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9월25일 기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전쟁 직전보다 각각 약 24%, 26%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태국은 ‘Oil Fuel Fund’를 활용해 경유가격을 억제하고 3월18일부터 B7 경유의 상한을 리터당 약 30바트에서 33바트로 높였다. 이후 국제가격 상승이 계속되면서 8월 말 B20 경유가 33.39바트, 9월3일 34.14바트, 일반 경유는 39.14바트까지 올라 고정적인 가격상한 유지에는 한계가 나타났다.

일본은 법적 판매가격 상한 대신 정유사와 수입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약 170엔으로 유도했다. 정책 시행 직전인 3월16일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8엔이었지만 6월1일에는 169.5엔까지 낮아졌다.

산업연구원은 일본이 법적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지만 보조금을 통해 가격을 낮췄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책 미시행 국가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격 억제 효과는 비교국 가운데 가장 컸지만 목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미국은 직접적인 가격상한 대신 전략비축유 방출과 연료 규격 완화 등 공급 확대 정책을 사용했다. 전략비축유 1억7200만배럴 방출을 승인하고 에탄올 혼합 휘발유와 연료 규격에 대한 긴급 면제 조치도 시행했다.

그러나 미국 일반 휘발유 가격 상승률은 3월 17.5%에서 5월 42.2%까지 높아졌고 9월에도 37.6%를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률은 5월 60.0%, 9월 67.8%까지 높아져 소비자가 체감하는 연료비 부담은 크게 확대됐다.

독일은 한국식 최고가격제를 도입하지 않고 시장가격 변동을 기본적으로 허용하면서 유류세 인하와 가격 인상 횟수 제한 등을 시행했다. 차량용 연료 가격 상승률은 6월 11.3%까지 낮아졌다가 7월 23.0%, 8월 27.7%, 9월 37.1%로 다시 확대됐다.

산업연구원은 최고가격제가 국제 조달 비용 자체를 낮추는 제도는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가격 급등을 제한하면 가계의 연료비 부담과 기업의 생산·물류비 상승을 완충할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이 정유사나 정부로 이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상한이 장기간 고정되면 국제가격과 국내가격 사이의 격차가 누적되고 공급자의 수입·생산·판매 유인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손실 보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재고 감소나 품귀로 이어질 수 있고, 정책을 종료할 때 가격이 한꺼번에 오를 위험도 제기됐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기대인플레이션과 가수요·사재기 유인을 줄이고 기업과 공공부문의 비용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 충격을 늦추는 동안 대체 수입선과 운송경로를 확보하고 추경·기금·정책금융 등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연구원은 향후 가격상한을 일률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국제가격 변화를 일부 반영하는 ‘밴드형 상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가격에는 3~5%만 반영하는 식으로 충격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정유사 손실 보상도 실제 원유 도입가격과 운송비, 정제비, 정상마진 등을 기준으로 투명하게 사후 정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보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가격상한이 정유업계에 대한 사실상의 강제 부담으로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편적인 가격 억제보다 화물운송과 농어업, 중소제조업, 석유화학 등 에너지 사용 부담이 큰 계층과 업종에 대한 선별지원도 제안했다. 석유화학·철강 등 에너지 집약 업종은 원료 조달과 유동성을 지원하되 실제 생산이나 수출물량 감소가 나타나는 부문을 우선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공급 확대와 수입선 다변화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한국은 가격상한과 함께 비축유를 활용하고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 오만 등으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했으며, 장기적으로는 가격통제보다 대체 공급원 확대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가격상한을 한시적인 충격 완충 수단으로 활용한 뒤 손실 정산과 취약계층·피해 업종 선별지원, 공급 안정과 효율 개선을 거쳐 조건부로 정상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정책 성과 역시 단순한 물가상승률뿐 아니라 가계의 실제 부담과 산업의 생산·수출, 공급 안정, 재정 부담을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
<저작권자 © 더파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주요뉴스
정치
경제
증권
더파워LIVE
사회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