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현물 102달러로 하루 만에 13.4달러 급락
사우디·UAE·이라크·쿠웨이트 원유수출 1553만배럴…전월比 10% 증가
정유는 재고평가손실 우려에도 OSP·운임 하락은 중장기 긍정적
석유화학 원가 부담 완화…태양광은 프로젝트 수익성 우려 축소 기대
[더파워 이경호 기자]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석유화학·태양광 업종의 셈법도 달라지고 있다. 정유업체에는 단기적으로 재고평가손실과 정제마진 하락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석유화학에는 원가 부담 완화가, 태양광에는 프로젝트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부각되는 흐름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에너지·화학 산업분석을 통해 최근 유가 하락이 업종 내 단기 로테이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일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02달러로 전일보다 13.4달러, 11% 급락했다.
최근까지 중동산 원유에는 공급 불안에 따른 프리미엄이 붙어 있었다. 호르무즈 해협 밖에서 선적되는 오만 원유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오만과 두바이유 가격 차이는 9월 중순 배럴당 30달러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지난달 27일에는 이 스프레드가 6달러까지 축소됐다. 중동 주요 산유국의 원유 수출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공급 불안에 따른 가격 프리미엄이 낮아진 영향으로 분석됐다.
10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의 합산 원유 수출량은 하루 1553만배럴로 전월보다 10% 증가했다. 이란을 제외한 수치로, 전쟁 이전인 연초 수준까지 회복했다.
수출 경로도 확대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간 환적(STS)이 늘었고 사우디 얀부를 통한 수출량은 전월보다 35% 증가했다. 이라크는 남부 바스라항과 북부 튀르키예를 경유한 수출 물량이 늘었으며 UAE 생산량도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의 원유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유가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커진 셈이다. 하나증권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진전될 경우 추가적인 유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12월 사우디의 공식판매가격(OSP)이 추가 인하될 경우에도 하방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봤다.
유가 하락의 영향은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정유다. 원유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 기존에 비싸게 들여온 원유와 재고 가치가 낮아지면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정제마진 축소 우려도 단기 부담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유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정유업체의 중장기 사업환경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는 분석이다. 내수 가격 상한제 해제와 OSP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 원유 조달 리스크 축소, 정유설비(CDU) 가동률 상승, 운임 하락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중동과 러시아의 석유제품 수출 재개는 정제마진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다만 하나증권은 원유 조달비용과 운임 하락, 가동률 상승 등의 효과가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Oil은 유가 하락 국면에서 주목할 정유업체로 제시됐다. 하나증권은 S-Oil의 2026~2027년 배당수익률을 5~7% 수준으로 예상했으며, 유가 하락 시 샤힌 프로젝트의 수익성 확보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석유화학은 정유보다 유가 하락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업종으로 꼽혔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 대부분은 원유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주요 원료로 사용한다. 반면 글로벌 경쟁사 가운데는 석탄이나 에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고유가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에탄을 활용하는 업체의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 국내 나프타 기반 업체는 비용 부담이 커진다. 유가가 내려가면 이 같은 원가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
하나증권은 유가 하락으로 국내 업체의 원가가 낮아지는 동시에 경쟁 업체의 원가 우위도 축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업체의 제품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공급과잉 부담도 일부 완화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석유화학 전체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제품별 업황 사이클이 서로 달라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유가와 연관성이 높으면서 업황이 돌아선 제품으로는 합성고무와 에폭시, ABS, LAB 등이 제시됐다. 유가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사이클 회복이 나타나는 제품으로는 스판덱스와 유기실리콘,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이 꼽혔다.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효성티앤씨와 KCC, 금호석유화학, HS효성첨단소재, 코오롱인더, 국도화학 등 다운스트림 업체가 관련 기업으로 거론됐다. 유가가 안정될 경우 원가 개선과 제품 사이클 회복의 효과가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태양광도 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을 업종으로 제시됐다. 최근 태양광주는 유가와 물가,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프로젝트 수익성 저하와 사업 취소 가능성이 부각돼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유가가 하락하면 인플레이션과 금리 부담이 완화되면서 태양광 프로젝트의 수익성 우려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게 하나증권의 판단이다.
미국 정책 변화도 변수다. 오는 12월 4일부터 Section 232 정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하나증권은 이후 미국 태양광 밸류체인의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OCI홀딩스와 한화솔루션을 관련 관심종목으로 제시했다.
최근 유가 하락의 출발점은 수요 급감보다 중동 원유 공급의 회복에 가깝다. 사우디와 UAE, 이라크, 쿠웨이트의 원유 수출량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불안이 가격에 반영되는 정도가 낮아지고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을 정유업체에는 단기 부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가와 조달환경을 개선하는 요인으로 평가했다. 석유화학은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제품별 업황 차이를 고려해야 하며, 태양광은 유가와 물가·금리 부담 완화 여부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