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8 의무 도입으로 외환손익 영업이익 영향 확대
원·달러 100원 하락 시 일부 중소형 식품사 영업익 4~6% 개선 추산
곡물 투입가 상승도 원화 강세가 일부 상쇄
삼양식품·농심·KT&G·오리온 증설로 해외 성장 여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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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경호 기자] 2027년 국내 음식료업계의 실적을 결정하는 공식이 달라진다. 원재료 가격과 내수경기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이 영업이익 자체를 흔드는 변수가 되고, 동시에 주요 식품기업들이 잇따라 해외·수출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그동안 성장을 제약했던 생산 병목도 완화될 전망이다.
특히 내년부터 의무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8)은 음식료 기업의 실적을 바라보는 기준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기존에는 영업외손익으로 처리되던 외화 관련 손익 가운데 영업 범주에 해당하는 항목이 영업이익에 포함되면서 환율 변화가 손익계산서 전면에 더 직접적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2027년 음식료·담배 업종에서 환율을 가장 큰 실적 변수로 꼽았다. 최근 5년간 주요 음식료 업체의 기존 영업이익과 IFRS18 기준 추정 영업이익을 비교한 결과 업체별로 약 2~10% 수준의 차이가 나타났다.
IFRS18의 핵심은 영업이익의 범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손익계산서의 수익과 비용을 영업·투자·재무·법인세·중단영업 등으로 분류하고, 투자나 재무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항목은 영업 범주에 포함한다.
음식료업계에서는 외화 매출채권과 매입채권에서 발생하는 외환손익, 원재료 구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생상품평가손익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외 매출과 원재료 수입 규모가 커질수록 환율 방향에 따른 영업이익 변동도 이전보다 눈에 띄게 나타날 수 있는 구조다.
최근 3년간 K푸드 수출이 확대되면서 음식료 기업의 환율 구조도 달라졌다. 주요 업체의 해외 매출 비중은 3년 전보다 평균 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3년 68%에서 올해 86%까지 높아지고 KT&G도 28%에서 45%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오리온과 CJ제일제당도 해외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해외 비중이 높아진 대형 수출기업은 원화 강세의 영향을 매출 단계에서 받을 수 있지만 국내 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체는 원재료 수입비 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하나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 롯데웰푸드의 연간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보다 170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영업이익 민감도는 6.2%다.
같은 조건에서 롯데칠성은 120억원, 빙그레는 90억원, 대상은 11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예상됐다. 기존 영업이익 추정치 대비 각각 4.5%, 4.6%, 4.5% 수준이다.
외화부채가 많은 CJ제일제당은 순이익 측면에서 원화 강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 연결 순이익이 기존 추정치보다 14.1% 개선되는 효과가 예상됐다.
환율은 곡물 가격 상승 부담을 완충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올해 옥수수와 소맥, 대두, 원당 가격은 연초 이후 각각 4.6%, 23.2%, 21.6%, 34.1% 상승했다.
하나증권은 내년 상반기 주요 곡물의 달러 기준 투입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옥수수 14%, 소맥 28%, 대두 18%, 원당 28%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상승률은 각각 6%, 19%, 10%, 1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수준의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달러 기준 원재료 가격 상승분의 일부를 환율이 흡수하는 구조다.
2027년 음식료업계의 또 다른 변화는 생산능력 확대다. K푸드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일부 업체는 생산능력이 수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내년부터 주요 기업의 신공장이 잇따라 가동되면서 이 같은 병목도 완화될 전망이다.
삼양식품은 연말 중국 자싱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자싱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11억3000만개로, 가동이 본격화되면 회사 전체 생산능력이 기존보다 약 4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기존 밀양공장의 여유 물량을 미국과 유럽 수출에 활용할 수 있다. 삼양식품의 유럽향 수출은 올해 2분기 처음으로 분기 1000억원을 넘어섰다.
유럽의 라면 소비량은 아직 낮다. 유럽의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약 4개로 주요 아시아 국가의 10분의 1 수준이며 미국과 남미 주요 국가의 약 13개에도 못 미친다.
농심도 부산 녹산공장을 통해 수출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녹산공장은 최대 8개 생산라인을 설치할 수 있는 규모로, 우선 3개 라인을 가동해 연간 5억개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농심은 수출 전용공장을 기반으로 유럽과 남미, 서남아시아 시장의 판매망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국내 공장의 수출 물량 부담을 신공장이 나눠 맡는 구조다.
담배에서도 해외 생산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 KT&G는 카자흐스탄 신공장에서 상업생산을 시작했으며 1차 생산능력은 연간 60억개비다. 향후 설비 확충 시 최대 220억개비까지 확대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신공장이 완공되면 현지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150억개비에서 350억개비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KT&G의 해외 생산 비중이 올해 약 30%에서 2030년 45%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오리온도 한국과 베트남, 러시아에서 동시에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다. 투자금액은 약 8300억원이다.
국내에서는 4600억원을 투입한 진천통합센터를 2027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완공 이후 국내 생산능력은 현재 약 1조8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베트남 하노이 3공장에는 130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약 75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확대하고, 러시아 트베리 공장에는 2400억원을 투입해 생산능력을 현재 약 3000억원에서 7500억원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내수 환경은 여전히 부담이다. 한국은행 조사에서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내수 부진과 경제 불확실성을 주요 경영 애로사항으로 꼽았고, 음식업 폐업률도 전체 자영업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27년 음식료업종의 성장은 내수 소비의 강한 회복보다는 환율과 원재료 가격, 해외 수요, 신규 생산설비 가동 여부에 따라 업체별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증권은 주요 음식료·담배 업체의 2027년 합산 매출이 올해보다 4.7%, 영업이익은 11.8%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KT&G를 제외하더라도 합산 영업이익이 약 1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원부자재 부담과 내수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에 원화 강세, 수출업체의 생산능력 확대가 더해진다는 전망이다.
2027년은 K푸드의 해외 수요 증가만으로 실적을 설명하기 어려운 해가 될 전망이다. IFRS18 도입으로 환율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가운데 원화 강세는 일부 업체의 원재료 비용과 외화부채 부담을 낮추고, 삼양식품과 농심을 비롯한 주요 기업의 증설은 그동안 수출 확대를 제약했던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