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반도체·네트워크 묶은 ‘패키지 전략’으로 2030년 AI G3 도약 목표
[더파워 최병수 기자] 정부가 엔비디아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규모로 확보해 내년 2월부터 산업계·학계·연구계에 본격 배분하고,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와 차세대 통신망을 묶은 ‘AI 인프라 패키지 전략’으로 AI G3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첨단 GPU 확보·배분 방향과 ‘K-엔비디아 육성’, ‘AI 고속도로’ 구축 방안을 담은 국가 AI 인프라 고도화 계획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정부는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1조4600억원으로 확보한 엔비디아 첨단 GPU 약 1만장을 내년 2월부터 중소기업·스타트업, 학계·연구계, 국가 차원 AI 프로젝트에 나눠 쓰도록 할 방침이다. 1만장은 대규모 클러스터 형태로 구축돼 연산 속도와 처리량을 크게 높여, 단일 GPU로는 어려운 초대형 AI 모델 학습·추론에 활용된다. 정부는 전용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산·학·연 과제를 공모해 전문가 심사와 적격성 인터뷰로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과제당 H200 기준 최대 256장, B200 기준 최대 128장을 최대 12개월간 제공한다. 학계·연구계에는 무상으로, 중소기업·스타트업에는 시장 가격의 5~10% 수준 자부담(청년기업은 50% 할인)을 적용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로부터 GPU 5만2000장을 순차 확보하고, 이후 도입할 B200 6120장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등 국가 대표 AI 모델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동시에 피지컬 AI와 추론 분야에 강점을 가진 국산 NPU를 ‘K-엔비디아’로 육성해 2030년까지 해외 GPU 대비 2배 이상의 전력 효율성을 갖춘 AI 반도체 서버로 고도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 ‘쿠다(CUDA)’에 대응하는 개방형 ‘K-NPU’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NPU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개발한다. 국내 AI 시장 규모가 아직 작고 NPU 도입 계획이나 의향을 가진 기업이 30%에 못 미치는 한계를 감안해 공공기관 시범 구매 등 공공 조달 진입을 지원하고, 자동차·사물인터넷(IoT)·가전·기계·로봇·방산 등 주력 산업에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상용화 기술 개발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수요 기업과 팹리스·파운드리 기업이 함께 국산 NPU를 설계·검증·실증할 수 있도록 연계하고,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한 대규모 투·융자와 초기 스타트업 장기 지분 투자, NPU 기반 AI 컴퓨팅 인프라·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도 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회의에서 AI 시대 데이터 트래픽 폭증과 초저지연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하이퍼 AI 네트워크 전략’도 공개했다. 이 전략은 ‘AI 고속도로 완성’과 ‘AI G3 강국 도약’이라는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네트워크 종합 구상으로, 2030년까지 이동통신·유선통신·해저케이블·위성통신 등 국가 네트워크 전 영역의 성능을 고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만 네트워크 기술 개발부터 실증·사업화까지 2900억원을 투입하고,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동통신 인프라 측면에서는 2030년 6G 상용화와 지능형 기지국(AI-RAN) 전국 확산을 목표로 전국 산업·서비스 거점 500곳 이상에 6G 기반 AI 랜을 구축하고, 현재 LTE·5G 주파수를 함께 사용하는 비단독모드(NSA) 방식을 내년 중 5G 단독모드(SA)로 전면 전환해 이동통신망 지능화와 신규 서비스 창출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백본망과 국제망도 대폭 손본다. 정부는 전국 주요 거점과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백본망의 전송 용량을 2030년까지 4배 이상 확대하고, 글로벌 AI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세계를 잇는 해저케이블 용량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동남권 해안에 집중된 해저케이블 육양국은 서해·남해 등으로 다변화해 국제망 리스크를 분산한다. 정부는 이런 인프라 전략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6G·AI 네트워크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고, 매출 5000억원 이상 글로벌 도약 기업 5곳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배경훈 부총리는 “AI 중심 대전환 속에서 과감한 선제 투자와 산·학·연 역량 결집으로 네트워크 산업 재도약을 이끌고, ‘제2의 CDMA 신화’를 다시 쓰겠다”고 말했다.
최병수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