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734억달러·자동차 720억달러 기록, 연간 무역수지 780억달러 흑자
[더파워 최병수 기자] 세계 경기 둔화와 미국 관세 부담 속에서도 지난해 한국 수출이 사상 처음 7000억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수출입 동향을 통해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보다 3.8% 증가한 7097억달러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한국은 2018년 수출 6000억달러 달성 이후 7년 만에 7000억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이로써 세계에서 여섯 번째 7000억달러 수출국 반열에 올랐으며, 일평균 수출도 4.6% 증가한 26억4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15대 주력 품목 가운데 6개 품목의 수출이 늘고 농수산식품·화장품·전기기기 등 신규 유망 품목이 약진한 점을 이번 수출 확대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수출 상승세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였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DDR5·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 수요가 크게 늘고 메모리 고정가격 상승이 더해지면서 반도체 수출은 22.2% 증가한 1734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으로,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연속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수출 효자’인 자동차도 사상 최대 실적을 더했다. 자동차 수출은 1.7% 증가한 720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관세 영향으로 최대 시장인 미국향 수출은 줄었지만, 친환경차와 중고차 수출이 유럽연합(EU)과 독립국가연합(CIS) 등으로 확대되면서 수출 다변화에 성공해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바이오헬스 수출은 7.9% 증가한 163억달러로 2년 연속 증가했고, 선박(320억달러·24.9%↑), 컴퓨터(138억달러·4.5%↑), 무선통신기기(173억달러·0.4%↑) 등의 수출도 강세를 보였다.
한류 영향으로 K-푸드·K-뷰티 선호가 확산되면서 농수산식품(124억달러), 화장품(114억달러), 전기기기(167억달러) 수출도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석유제품(455억달러·9.6%↓)은 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유화학(425억달러·11.4%↓)과 철강(303억달러·9.0%↓)은 글로벌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1.7% 줄어 1308억달러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은 3.8% 감소한 1229억달러였다. 관세 영향으로 자동차·일반기계·자동차부품 등 대부분 품목 수출이 줄었지만, 반도체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감소 폭을 완화했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495억달러로, 전년보다 61억달러 축소됐다. 반면 아세안(ASEAN) 수출은 7.4% 증가한 1225억달러로 대미 수출을 바짝 뒤쫓았고, 대EU 수출은 3.0% 늘어난 701억달러, 대CIS 수출은 18.6% 증가한 137억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수입은 소폭 줄었다. 지난해 한국의 수입액은 전년보다 0.02% 감소한 6317억달러였다. 반도체 제조장비 등 비에너지 품목 수입은 늘었지만, 국제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수입이 줄어든 결과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국의 무역수지는 78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수출 호조는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수출액은 695억7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13.4% 증가하며 12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간 수출은 지난해 2월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43.2%↑·207억7000만달러), 컴퓨터(36.7%↑), 무선통신기기(24.7%↑), 바이오헬스(22.4%↑), 석유제품(6.8%↑), 디스플레이(0.8%↑) 등 6개 품목 수출이 늘었다.
반면 자동차(1.5%↓·59억5000만달러), 이차전지(12.8%↓), 철강(10.7%↓), 석유화학(8.6%↓), 자동차부품(2.1%↓), 일반기계(2.0%↓), 선박(2.0%↓), 가전(1.4%↓), 섬유(0.9%↓) 등 10개 품목 수출은 감소했다.
12월 지역별 수출도 고르게 개선됐다. 대중 수출은 129억6000만달러로 10.1% 증가하며 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은 123억4000만달러로 3.8% 늘어 12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쓰며 5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대아세안 수출은 123억1000만달러로 27.6% 급증해 대미 수출과의 격차를 1억달러 이내로 좁혔다.
같은 달 수입액은 574억달러로 4.6%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121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며,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수출 7000억달러 시대를 연 기업인과 노동자들의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올해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수출 우상향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제조 AI 전환을 필두로 수출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AI 반도체 등 첨단·신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또 “미·중 통상 현안을 면밀히 관리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인 275조원의 무역보험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수출 확대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병수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