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유럽 관세 철회·원화 강세까지 겹치며 3개월 만에 4000→5000 안착
[더파워 한승호 기자] 국내 대표 지수인 코스피가 22일 장 초반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며 이른바 ‘오천피’ 시대를 열었다. 글로벌 반도체 랠리와 미국의 대유럽 관세 철회, 원화 강세가 맞물리며 지수가 불과 3개월 만에 4000선에 이어 5000선까지 연이어 넘어섰다.
이날 오전 9시대 코스피는 전장보다 90여포인트 이상 오른 5000선 초반에서 거래되며 장중 한때 5016선을 터치했다. 지수는 장 시작 직후부터 매수세가 몰리며 개장 1분여 만에 5000선을 넘어섰고, 상승 폭을 2% 안팎까지 키우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코스닥지수도 960선 안팎으로 올라 1% 안팎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2021년 1월 처음 3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4년 가까이 2000포인트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상법 개정 등 제도 변화가 이어지면서 10월 28일 처음 4000포인트를 넘어섰고, 약 3개월 만에 다시 5000선 고지까지 올라섰다.
이날 상승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가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15만7000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고, SK하이닉스도 4% 안팎 급등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현대차 역시 59만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LG에너지솔루션·기아·두산에너빌리티·SK스퀘어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와 운송창고, 증권 등이 강하게 오르는 반면, 제약과 전기가스 등 방어주는 약세를 나타냈다.
수급 면에서는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4000억원 안팎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 반대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000억~2000억원대 순매도를 기록 중이며,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이 ‘팔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7원 수준에서 출발해 전날보다 4원가량 내리며(원화 강세)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뒷받침했다.
해외 증시 훈풍도 ‘오천피’ 돌파에 힘을 더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는 미국 정부가 유럽 8개국에 부과할 예정이던 관세를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다우지수와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모두 1%대 상승했다. 엔비디아·마이크론 등 주요 종목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 넘게 뛰어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방산·방어주와 일부 바이오·조선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지정학적 긴장 완화 인식 속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주는 약세를 보였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부 조선주 등도 동반 하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HLB·삼천당제약 등이 상승한 반면, 로봇·일부 부품주는 차익 매물이 출회되며 혼조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꿈의 지수’로 불리던 5000선을 처음 밟았지만 상승 동력이 반도체와 일부 대형주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변동성에 대한 경계도 병행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미국의 관세 철회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개선되고, 반도체·자동차 등 주도 업종의 실적 기대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코스피 5000 시대의 안착 여부는 향후 실적 발표와 대외 변수에 대한 대응력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