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KT가 해킹 사고 후 대규모 가입자 이탈에 이어 이사회 갈등과 노조 반발까지 겹치며 ‘내우외환’에 빠졌지만, 이를 조율할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현 경영진은 임기 말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관망 모드에 들어간 반면, 3월 취임을 앞둔 차기 대표는 제도상 권한이 없어 위기 국면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발생한 보안 해킹 사태 이후 약 30만명 안팎의 가입자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사회 내부에서 특정 사외이사의 투자·인사 개입 의혹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면서 회의가 고성과와 막말 속에 파행으로 끝난 것으로 전해지며, 조직 전반의 불안정성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 경영 정상화와 신뢰 회복이 시급하지만 이를 총괄해 방향을 제시할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멈춰 섰다는 평가다.
이사회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준법성과 독립성을 점검해야 할 이사회가 내부 갈등의 당사자로 떠오르면서, 위기 수습보다는 혼선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투자·인사 개입 논란이 공개적으로 불거지면서 이사회에 대한 노조와 주주들의 불신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현직인 김영섭 대표의 존재감 부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임기 종료를 앞둔 만큼 대규모 투자나 구조조정 등 굵직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사정은 감안할 수 있지만, 최소한 해킹 사고 수습과 가입자 이탈 대응, 이사회 갈등 조정, 차기 체제로의 연착륙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 대한 회사 차원의 정리된 메시지나 대응 방향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차기 대표로 내정된 박윤영 신임 대표 역시 난감한 처지다. 해킹 사고와 이사회 파행, 노조 반발 등 악재가 겹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지만, 공식 취임 전에는 인사·조직 개편·전략 조정 등 실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사회 내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비공식적 조율에 나서는 것 또한 부담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 공백이 단순한 과도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KT는 보안 사고 후속 조치, 신뢰 회복, 가입자 이탈 방지, 조직 재정비 등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노조는 이사회의 경영 개입 논란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일부 사외이사 교체 필요성이 거론되면서 주주총회에서의 기관투자가·주주 의결권 행사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현 대표와 차기 대표 사이에 역할 분담과 공조 구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위기 대응의 시계가 멈췄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KT 안팎에서는 이번 혼선이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해킹이라는 비상 상황 속에서 리더십 교체 작업이 서둘러 진행됐지만, 김 대표가 법적 임기까지 대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박 내정자가 구상한 조직 쇄신안은 취임 전까지 사실상 멈춘 상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리더십 공백이 길어질수록 조직 내 피로감과 시장의 불신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시장과 내부의 시선은 다시 이사회로 향하고 있다. 혼란을 겪는 이사회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차기 경영 체제 역시 출발과 동시에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사회가 경영 감시와 지원이라는 본래 역할로 돌아와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KT 위기 관리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