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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호르무즈 막히면 韓 원유 수입 직격탄…산업硏 “공급망 전략 바꿔야”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5-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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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일본·중국·러시아 대응 분석…“에너지·원자재·물류 전략 함께 바꿔야”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정박한 유조선/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정박한 유조선/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미국-이란 전쟁으로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이 에너지와 원자재, 물류망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한국도 공급망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유와 나프타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데다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까지 커 단순한 수입선 분산만으로는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20일 발간한 ‘중동발 위험 확산에 대한 일본·중국·러시아의 대응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이란 전쟁이 전 세계 지정학적 변동성을 키우는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에너지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 LNG 물동량의 약 2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데다 비료, 황, 메탄올, 요소 등 산업재의 주요 수송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1970년대 오일쇼크와 달리 가격 급등과 물량 차질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충격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더 넓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석유화학 원료와 제조 원가, 물류비를 밀어 올리고 결국 소비자 물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별 대응은 에너지 구조에 따라 갈렸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가 90%를 넘는 구조 탓에 가장 직접적인 충격에 노출된 국가로 분석됐다. 일본의 2025년 기준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236만배럴이며,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수입 석유의 93%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란 전쟁 이후 범정부 차원의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비축유 방출과 대체 조달, 유가 안정 조치를 추진했다. 민간 비축 의무량을 한시적으로 낮추고 국가 비축유와 공동 비축유 방출을 병행하는 한편, 사우디 얀부항과 UAE 푸자이라항 등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조달 경로도 확대하고 있다.

유가 안정책도 가동했다. 일본은 휘발유 소매 가격을 전국 평균 리터당 170엔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초과분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경유와 등유, 중유, 항공기 연료에도 보조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나프타는 기존 조달 물량과 국내 수입분, 중간재 재고 등을 합쳐 4개월분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일본이 단기 대응을 넘어 에너지·원자재 수입원 다각화와 안보전략 재검토 논의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봤다. 특히 미국산 원유 공동 비축,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 러시아산 LNG 제재 예외 확보 등 에너지 안보 협력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일본보다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25년 기준 중국의 에너지 자급률은 85%에 달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 수준으로 분석됐다. 중동 원유 수입 비중은 약 42%지만, 러시아와 브라질 등 대체 공급원과 14억배럴 규모의 비축유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석유화학과 일부 산업재에서는 취약성이 드러났다. 나프타와 에탄 등 석유화학 원료는 비축이 거의 없고, 전쟁 전 수입의 절반 이상을 페르시아만에 의존해 공급 차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카타르 생산·수송 중단 여파로 헬륨 가격이 중국 내에서 급등했고, 황과 비료 등 일부 품목도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단기 대응은 가격 통제와 비축유 사용, 수송로 조정에 맞춰졌다. 중국 정부는 정제유 가격에 임시 통제 조치를 적용했고, 국영 정유사의 상업 비축유 사용을 승인했다. 중국-유럽 화물열차 등 육상 수송로를 활용해 해상 물류 차질을 일부 완화하는 대응도 병행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자립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중국이 태양광, 풍력, 에너지 저장 등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갈륨·텅스텐·흑연 등 핵심 광물 수출통제와 결합해 산업재 공급망에서의 지위를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 확대와 브릭스 차원의 디지털 결제 논의도 달러 중심 에너지 거래 질서에 대한 대안 모색으로 해석했다.

러시아는 중동발 위험의 반사이익을 받는 국가로 분류됐다.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는 유가 상승과 원유 수출량 증가로 재정 수입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중동산 에너지·원자재의 대체 공급국으로서 입지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쟁 전 배럴당 5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원유 가격이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세수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 시나리오에서는 러시아 연방 예산 수입이 2025년 11월 계획 기준 5345억달러에서 6485억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등 기존 고객뿐 아니라 일본,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의 수요 증가도 기대하고 있다. 비료와 헬륨, 알루미늄 등에서도 중동 공급 차질의 대체 공급국 역할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러시아 역시 물류 차질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러시아와 인도를 잇는 국제남북운송회랑은 상당 부분이 이란을 통과하기 때문에 전쟁이 길어질 경우 부품 가격 상승과 배송 지연 등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보고서는 중동 사태 이후 글로벌 물류망이 효율성 중심에서 안전성과 다중 경로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 주요 초크포인트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전쟁이 끝난 뒤에도 수송로 다변화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중동발 위험에 직접 노출된 국가로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수입 원유의 70.7%, LNG의 20.4%, 나프타의 77%를 중동에서 조달하고 있다. 수입 원유의 95%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이 공급망의 지리적 다각화만으로는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봤다.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대체 물류·수송로 확보, 전략산업 중심의 경제·산업안보 전략 강화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과의 동맹, 중국·러시아와의 경제적 상호의존이 공존하는 한국의 위치를 고려해 국제 질서 변화 속 전략적 포지셔닝을 새로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에너지·자원, 공급망, 기술, 안보 분야별로 협력 범위를 달리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한국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와 해상 물류 구조 측면에서 취약한 동시에 대체 공급원이나 자원 기반이 부족하다”며 “이번 위기가 촉발한 구조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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