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이전 후 고용·임금 증가했지만 파급효과는 혁신도시 주변 10km 안팎에 집중
청년 수도권 비중 56%까지 상승…산업연 “추가 이전은 대도시 접근성·산업 집적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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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경호 기자] 수도권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면 사람과 기업도 함께 따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실제 1차 공공기관 이전 이후 혁신도시의 인구와 고용은 늘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향하던 인구 흐름은 2017년 이후 사실상 사라졌고, 2023년부터는 오히려 혁신도시 인구가 순유출로 돌아섰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파급효과와 혁신도시 거점화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1차 공공기관 이전은 혁신도시의 고용과 임금을 끌어올렸지만 효과가 서비스업과 이전 지역 주변에 집중되는 한계도 드러났다.
연구원은 향후 공공기관 이전에서는 기관을 여러 지역에 분산하기보다 성장 잠재력과 대도시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 집중하고, 기업과 연구소·대학까지 함께 모이는 산업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혁신도시 정책의 출발점은 갈수록 심해지는 수도권 집중이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약 46%에서 2024년 51% 수준까지 상승했다. 인구뿐 아니라 노동력과 부가가치의 수도권 비중도 50%를 넘어섰다.
특히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은 전체 인구보다 빨랐다. 19~34세 청년인구 가운데 수도권 거주 비중은 2001년 48.4%에서 2025년 56.0%까지 높아졌다. 전체 인구의 수도권 집중보다 청년의 집중 속도가 더 가팔랐다는 얘기다. 일자리와 교육 등 기회 자체가 수도권에 편중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다. 공공기관과 중앙행정기관 이전은 2012~2019년 진행됐으며 대부분은 2012~2015년에 집중됐다. 보고서에 제시된 연도별 이전 인원을 보면 2014년 2만2655명, 2015년 1만7639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초기 효과는 분명했다. 산업연구원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비수도권 일반 시·군에 조성된 혁신도시를 비교한 결과 전체 고용은 1.71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 일반 시·군은 1.46배, 수도권은 1.49배 증가했다.
제조업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혁신도시 소재 지역의 제조업 고용은 1.64배로 늘어 비수도권 일반 시·군의 1.32배와 수도권의 1.28배를 웃돌았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에서는 격차가 더 컸다. 혁신도시 지역의 고용이 2.65배로 늘어난 반면 비수도권 일반 시·군은 1.86배, 수도권은 1.68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임금에서도 일부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혁신도시의 제조업 시간당 임금은 분석 기간 1.92배로 증가해 비수도권 일반 시·군의 1.78배와 수도권의 1.81배보다 상승 폭이 컸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임금 증가 폭도 혁신도시가 1.83배로 비교 지역의 1.60배보다 높았다.
공공기관 이전 자체가 아무 효과도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보고서가 인용한 기존 연구에서도 공공기관 이전 이후 혁신도시 인구와 고용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공공기관의 특허 출원이 늘고 지역 내 협업이 증가하는 등 혁신 활동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늘어난 고용의 상당 부분이 서비스업에 집중됐고 제조업으로 확산되는 속도와 규모는 제한적이었다. 공공기관이 이전하면 직원과 가족의 소비가 늘면서 음식점·숙박·교육·생활서비스 등 지역 서비스업이 먼저 성장하지만, 이를 생산과 기업 유치로 연결하는 힘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실제 서비스업을 포함한 비교역재 부문 고용은 공공기관 이전 직후부터 빠르게 증가한 반면 제조업 고용 효과는 이전 이후 약 6~7년이 지나서야 서서히 나타났다. 규모 역시 서비스업에 비해 작았다. 산업연구원은 공공부문의 생산유발효과가 제조업이나 민간 서비스업보다 낮다는 점도 이런 차이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봤다.
파급 범위 역시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보고서는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혁신도시 소재 읍·면·동을 중심으로 약 10km 이내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혁신도시와 인접한 지역까지 고용 증가 효과가 자연스럽게 번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5~20km 떨어진 인접 지역을 별도로 분석해도 뚜렷한 확산 효과를 찾기 어려웠다. 서비스업은 혁신도시에서 5km 이내 지역의 고용이 오히려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났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일부 증가하는 패턴이 관찰됐지만 규모가 작고 통계적 유의성도 떨어졌다.
제조업은 조금 달랐다. 혁신도시에서 10~15km 떨어진 지역의 제조업 고용이 공공기관 이전 후 약 5~6년이 지나면서 증가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하지만 다른 거리에서는 효과가 미약해 혁신도시가 주변 광역 경제권 전체의 성장축으로 작동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더 뚜렷한 한계는 인구 이동에서 나타났다. 공공기관이 집중적으로 옮겨간 2014~2017년에는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상당한 인구가 유입됐지만 이후 순유입 규모가 빠르게 줄었다. 2023년부터는 흐름이 역전돼 혁신도시에서 수도권으로 나가는 사람이 들어오는 사람보다 많아졌다.
처음에는 같은 지역 안에서 사람이 채워졌다. 수도권에서 들어오는 인구가 급감한 2018~2022년에는 혁신도시가 위치한 광역시·도의 다른 지역에서 혁신도시로 이동하는 인구가 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25년부터 순유출로 전환됐다. 다른 광역시·도에서 혁신도시로 들어오던 인구 역시 감소하다 2023년 이후 순유출로 돌아섰다.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를 보면 혁신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가 더욱 선명해진다. 직업을 이유로 한 인구 순유입은 이미 2016년부터 급격히 줄기 시작했고 2022년부터 순유출로 바뀌었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만들어진 일자리 외에 지역에서 계속 사람을 끌어들일 만한 민간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주택이 인구를 끌어들이는 힘도 약해졌다. 주택을 이유로 한 순유입은 2020년까지 연간 약 6000명 수준을 유지하다 이후 감소했다. 가족과 교육, 주거환경, 자연환경 등을 이유로 한 순유입 역시 2022년 이후 급격히 줄어 2024년부터는 순유출로 전환됐다.
정착 지표도 아직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2025년 기준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동반이주율은 71%였다. 혁신도시 주민등록 전입인원은 23만4684명, 공동주택 공급량은 8만6927호로 집계됐다. 산학연 클러스터 분양률은 81.8%였지만 분양면적 대비 실제 입주율은 56.6%에 머물렀다.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결과가 1차 이전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고 봤다. 공공기관 이전의 경제 효과 자체가 산업·공간적으로 제한적인데도 이를 10개 혁신도시에 나눠 배치하면서 효과가 더 분산됐다는 것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기관 이전 이후에도 생산성 상승과 민간 기업 유치가 충분히 뒤따르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공공기관 이전은 ‘균등 배분’보다 ‘거점 형성’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제안이다. 공공기관 이전 규모가 클수록 지역에 미치는 고용 효과도 커지는 만큼 여러 지역에 소규모로 흩어놓기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집적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보고서가 검토한 선행연구에서는 공공기관 이전 인원 1명당 지역 고용이 1~3.2명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분석 자료와 지역·기간에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지만, 이전 규모가 커질수록 1인당 파급효과도 커지는 일종의 규모의 경제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입지도 중요하다. 산업연구원은 인구가 많거나 광역시 등 대도시 인프라에 접근하기 쉬운 지역에 공공기관이 들어갈수록 인구 유입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효과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비수도권 광역시의 생산성 상승이 국내총생산에 미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컸고, 대도시의 자본 증가가 같은 권역의 중소도시 생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결국 기관만 옮기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혁신도시가 지속적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려면 공공기관과 함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모여야 한다. 기업이 집적되면 전력과 용수, 교통 등 생산 인프라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고 노동시장과 지식 교류도 확대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연구원은 혁신도시가 이미 갖춘 도시 인프라와 공공기관의 고급 인력 기반을 기업 지방투자 정책과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혁신도시와 주변 지역에 기업·연구소·대학의 이전이나 신·증설을 유도하고, 주변 산업단지·특구와 혁신도시를 연결하는 교통망을 확충해 산학연 집적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정부 정책의 구조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혁신도시를 실제 산업 거점으로 만들려면 주택과 산업단지 같은 물리적 인프라뿐 아니라 기업 유치, 대학·연구기관 이전, 연구개발과 투자 지원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산업·과학기술·교육·국토 정책을 총괄할 범부처 협력체계와 중앙정부·지방정부 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의 결과는 단순한 성공과 실패 중 하나로 정리하기 어렵다. 혁신도시의 고용과 임금은 실제로 늘었고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도 성장했다. 다만 그 효과가 주변 산업과 지역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했고 공공기관 이전이 끝난 뒤에는 직업을 이유로 사람이 다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추가 공공기관 이전의 핵심은 ‘몇 개 기관을 어디에 보내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을 실제로 완화하려면 기관 이전을 민간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연구·교육 기능까지 끌어모으는 거점도시 전략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 산업연구원의 진단이다.
10개 혁신도시에 기관을 나누는 데 초점을 맞췄던 1차 이전과 달리, 다음 단계에서는 어디에 얼마나 집중해야 지속 가능한 도시가 만들어지는지가 정책 성패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