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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고령운전자 ‘침묵의 위험군’ 찾았다…사고율 2배↑

이설아 기자

기사입력 : 2026-08-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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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남성 운전자 1673명 설문·2년간 경찰청 사고기록 대조
사고 운전자 38.3%는 위반·사고 경험 없다고 응답…간단한 인지검사로 위험군 선별 가능성 확인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한지원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한지원 교수
[더파워 이설아 기자]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사고를 낸 경험이 없다고 답한 고령 운전자 가운데에서도 실제 사고 위험이 높은 집단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교육 기간이 짧고 주의 전환과 실행 기능을 확인하는 ‘기호잇기검사’ 시간이 길수록 이후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한지원 교수 연구팀이 고령 운전자의 자기평가와 실제 교통사고 기록을 비교해 기존 설문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 인지노화·치매 코호트 연구(KLOSCAD)에 참여한 60세 이상 남성 운전자 1673명을 대상으로 운전위험설문을 실시하고, 이후 2년간 경찰청 교통사고 기록과 대조했다.

설문에서는 최근 3년간 교통법규 위반 횟수와 사고 횟수, 본인 과실 사고 횟수를 물었다. 운전자뿐 아니라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에게도 같은 내용을 확인해 본인과 가족의 인식을 비교했다.

2년간 추적한 결과 전체 1673명 가운데 290명, 17.3%가 인적 피해가 발생한 본인 과실 교통사고를 냈다.

설문에서 과거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 경험이 많다고 답한 운전자일수록 이후 실제 사고 위험도 높았다. 설문 점수가 1점 높아질 때마다 이후 사고 위험은 1.28배 증가했다.

문제는 설문으로 잡히지 않는 운전자였다.

사고를 낸 290명 가운데 111명, 38.3%는 설문 당시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본인 스스로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는 ‘침묵의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가족 역시 이들을 미리 찾아내지 못했다. 전체 참여자 가족의 94.3%가 해당 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를 본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침묵의 위험군 111명의 가족도 대부분 같은 응답을 했다.

연구팀은 이에 위반이나 사고 경험이 없다고 답한 운전자 876명을 다시 분석했다. 나이와 교육 기간, 인지기능검사 결과 등을 종합한 결과 교육 기간과 기호잇기검사 수행시간이 실제 사고 위험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호잇기검사는 숫자와 글자를 번갈아 연결하면서 주의를 전환하고 빠르게 판단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인지기능검사다.

교육 기간이 9년 이하이면서 기호잇기검사에 180초 이상 걸린 운전자의 사고율은 20.9%였다. 두 조건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 운전자의 사고율 9.1%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았다. 이런 차이는 나이 등 다른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연구팀은 짧은 교육 기간이 자신의 기능 저하를 스스로 감지하고 판단하는 여력과 관련되고, 기호잇기검사 수행시간 증가는 복잡한 운전 상황을 처리하는 속도와 실행 기능 저하를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기준은 운전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시된 것은 아니다. 간단한 선별을 통해 정밀한 운전능력 평가가 필요한 사람을 우선 찾아내기 위한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교육 기간 역시 학력 자체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가 아니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고를 낸 운전자 가운데 상당수는 본인도 가족도 위험을 알아채지 못한 침묵의 위험군이었다"며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 이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 운전자 전체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큰 소수를 정확하게 가려내 안전하게 운전하는 대다수의 이동권을 지키는 데 연구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지원 교수는 "교육 기간과 기호잇기검사 같은 간단한 확인을 통해 진료실이나 면허 갱신 현장에서 고위험군을 우선 선별하면 정밀 운전평가로 연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여성 운전자와 다양한 운전 환경으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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