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호황·파급효과 반영…5월보다 0.7%p 높여
내년 성장률도 2.1→2.9%…재화수출 올해 9.7% 증가 전망
물가 2.7% 유지·근원물가 2.5%로 상향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3.3%로 0.7%포인트 대폭 높였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경기 호황이 예상보다 강하고, 그 효과가 수출과 투자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2.1%에서 2.9%로 0.8%포인트 상향했다.
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3%, 내년을 2.9%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과 비교하면 각각 0.7%포인트, 0.8%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한은은 중동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 호황과 이에 따른 파급효과 확산이 국내 성장세를 끌어올릴 것으로 봤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7%포인트 높인 데에는 기존 경제성장률 실적치 상향 수정과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경기, 투자 확대, 당초 예상보다 작은 중동 사태 영향 등이 작용했다.
한은은 성장률 전망 상향 요인 가운데 반도체 경기 호황이 약 0.35%포인트, 기존 실적치 수정이 0.2%포인트, 3대 메가프로젝트 등을 포함한 투자 가속화와 중동 영향 축소가 각각 0.1%포인트 수준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경제는 이미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1분기 GDP는 전분기보다 1.8% 성장한 데 이어 2분기에도 0.6% 증가했다. 2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3.7%였다.
2분기에는 중동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이 정부 정책 등으로 상당 부분 완충된 가운데 수출 호조가 이어졌고 추가경정예산 등의 영향으로 소비도 개선 흐름을 지속했다.
하반기에도 IT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이어가고 소비 역시 양호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차질이 점차 완화되면서 비IT 부문의 부진도 줄어들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3분기 0.3%, 4분기 0.5%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2.6%, 3.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반도체 경기 확장 효과가 다른 산업으로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내수와 수출이 모두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9%로 0.8%포인트 높였다.
성장세를 이끄는 핵심은 반도체다.
한은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반도체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생산능력이 점차 늘어나는 만큼 수출물량 증가율 자체는 완만하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수출물량 증가율은 올해 10%대 후반, 내년에는 10%대 초중반 수준을 전제로 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 당시보다 다소 상향 조정된 수준이다.
전체 재화수출 증가율 전망은 더 큰 폭으로 높아졌다. 올해 재화수출은 9.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5월 전망치 4.9%보다 4.8%포인트 높다.
내년 재화수출도 기존 전망 3.3%에서 4.6%로 상향됐다.
설비투자 전망 역시 올해 4.4%에서 6.8%로 2.4%포인트, 내년은 2.7%에서 4.7%로 2.0%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민간소비는 올해 2.1%, 내년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존 전망보다 각각 0.1%포인트와 0.2%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건설투자는 올해 0.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5월 전망치 0.6%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건설투자가 9.7%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본 것이다. 내년 건설투자는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 여건에서는 중동과 미국의 관세정책이 주요 변수로 꼽혔다.
한은은 미·이란 간 협상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겠지만 하반기 중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일부 재개되고 우회경로와 비중동 국가를 통한 원유 공급이 확대되면서 공급망 차질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가정했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평균 배럴당 86달러, 하반기 평균 84달러에서 내년 평균 74달러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 당시 올해 93달러, 내년 80달러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폭 낮아진 수준이다.
미국 관세정책과 관련해서는 현재 강제노동 관세 12.5%, 자동차 15%, 철강·알루미늄·구리 50% 등의 대(對)한국 관세가 유지된 뒤 4분기 중 과잉생산 관련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았다.
의약품에는 오는 9월29일부터 15% 관세가 부과되고 반도체에는 내년 1분기부터 15% 관세가 적용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세계경제는 올해 3.0%, 내년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성장률은 올해 2.2%, 내년 2.1%, 유로지역은 각각 0.8%와 1.2%, 중국은 4.5%와 4.3%로 예상됐다.
세계교역 증가율은 올해 4.2%로 지난 5월 전망 2.8%보다 1.4%포인트 높여 잡았고 내년도 3.2%에서 4.0%로 상향했다.
경제성장률은 크게 올렸지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2.7%로 유지했다. 내년 전망 역시 기존과 같은 2.3%다.
한은은 누적된 비용 충격이 소비자 가격으로 계속 전이되고 경기 회복에 따라 수요 측 물가 압력도 확대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가 2.7%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전망됐다. 분기별로는 올해 3분기 3.0%, 4분기 2.6%의 상승률을 보인 뒤 내년 1분기 2.6%, 2분기 2.0%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근원물가 전망은 오히려 높아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2.5%로 전망됐다. 지난 5월과 비교하면 올해는 0.1%포인트, 내년은 0.2%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한은은 비용 충격이 내구재 등을 중심으로 전이되는 데다 소득여건 개선 등에 따른 수요 측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근원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 전망도 크게 높아졌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4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전망치 2500억달러보다 2000억달러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기록한 1231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 전망도 기존 1900억달러에서 4300억달러로 2400억달러 확대했다.
올해 상품수지 흑자는 4672억달러로 전망됐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에 따른 가격 상승이 대규모 상품수지 흑자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서비스수지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 증가에 따른 여행수지 개선에도 해외 지식재산권 사용료 지급 증가 등의 영향으로 370억달러 적자가 예상됐다. 내년 서비스수지 적자는 471억달러로 전망됐다.
고용시장 전망은 성장률과 달리 하향 조정됐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 수가 지난해보다 14만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예상한 18만명보다 4만명 줄였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 19만명과 비교해서도 증가세가 둔화되는 수준이다.
중동전쟁 영향과 건설업 등 취약 업종의 부진이 고용 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봤다. 다만 하반기에는 중동전쟁의 영향이 점차 약해지고 경기 개선세가 지속되면서 민간고용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고용률은 지난해와 같은 62.9%, 실업률은 2.9%로 전망했다.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은 20만명으로 지난 5월 전망보다 3만명 높였고 고용률은 63.0%, 실업률은 2.8%로 예상했다.
향후 경제 흐름의 가장 큰 변수로는 반도체 경기와 중동 정세가 꼽혔다.
한은은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고 국내 업체의 생산능력과 수율이 빠르게 개선되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0.2%포인트, 내년에는 0.6%포인트 추가로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반도체 수출물량 증가율은 올해 20% 안팎, 내년 10%대 중후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큰 변화가 없지만 내년에는 기본 전망보다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반대로 AI 투자 수익화가 늦어지고 차입비용 부담 등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속도가 크게 조정될 경우 성장률은 올해 0.1%포인트, 내년 0.4%포인트 각각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중동 상황이 조기에 안정될 경우에는 성장률이 올해 0.1%포인트, 내년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브렌트유가가 올해 평균 82달러, 내년 63달러까지 낮아지는 것을 전제로 했다.
반면 미·이란 협상이 장기간 교착되고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평균 91달러, 내년 85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국내 성장률은 기본 전망보다 올해 0.1%포인트, 내년 0.3%포인트 낮아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0.1%포인트, 0.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향후 성장 경로에서 AI 투자 속도와 반도체 경기, 중동 상황, 미국 통상정책 등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 호황이 다른 산업으로 얼마나 확산하는지와 중동 지역의 에너지 공급망이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하는지가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제시됐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