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혈구·혈소판 등 비정상적 증가하는 만성 혈액암
초기 증상 없는 경우도…JAK2·CALR·MPL 유전자 검사 등으로 진단
[더파워 이설아 기자] 건강검진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적혈구나 혈소판 수치가 계속 높게 나온다면 단순한 일시적 변화인지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골수에서 혈액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골수증식종양(Myeloproliferative Neoplasm·MPN)’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골수증식종양은 골수의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겨 혈액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만성 혈액암이다. 대표적으로 적혈구가 지나치게 증가하는 진성적혈구증가증, 혈소판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본태성혈소판증가증, 골수가 섬유화되면서 정상적인 혈액 생성이 어려워지는 골수섬유증 등이 있다.
질환마다 주로 영향을 받는 혈액세포와 진행 과정은 다르지만 장기간 혈액 수치와 질환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종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골수증식종양은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혈액검사 이상으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며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혈액 수치 이상이 반복된다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부분 후천적으로 발생한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JAK2 유전자 변이가 흔하게 발견되며 CALR과 MPL 변이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변이가 조혈모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과 혈액세포 생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질환이 진행하면 피로와 두통, 어지럼증, 시야 흐림, 안면 홍조, 손발 저림, 피부 가려움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진성적혈구증가증은 적혈구가 늘면서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두통이나 어지럼증 등이 생길 수 있다. 본태성혈소판증가증에서는 혈전이나 출혈이 나타날 수 있고, 골수섬유증은 빈혈과 비장 비대, 체중 감소, 야간 발한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합병증은 혈전과 출혈이다. 혈전이 생기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심부정맥혈전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질환이 진행하면서 골수섬유화가 심해지거나 드물게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질환 종류와 환자의 위험도에 따라 혈전 등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달라진다"며 "연령과 과거 혈전 발생 여부, 혈액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와 추적관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진단은 혈액세포 수치 이상이 발견된 뒤 추가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혈액검사와 말초혈액도말검사로 혈액세포의 수와 형태를 확인하고 JAK2, CALR, MPL 등 주요 유전자 변이를 검사한다.
필요한 경우 여러 유전자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을 시행하거나 골수검사를 통해 골수 상태와 혈액세포 생성 양상을 확인한다. 약물이나 심장질환, 폐질환, 수면 무호흡 증후군 등 혈액세포 수치를 높일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치료는 골수증식종양의 종류와 환자의 연령, 혈전 발생 위험 등에 따라 달라진다. 혈전 위험이 낮고 증상이 없는 일부 환자는 정기검사를 통해 경과를 관찰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저용량 아스피린을 사용한다.
진성적혈구증가증에서는 적혈구 수를 줄여 혈액 농도를 낮추는 사혈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혈액세포 수치가 높거나 혈전 위험이 큰 환자에게는 세포감소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골수섬유증에서는 JAK 억제제 등을 통해 비장 비대와 질환 관련 증상을 조절한다. 최근에는 신약 도입으로 기존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으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의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
장기간 관리 과정에서는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치료 반응과 질환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갑작스럽고 심한 두통이나 흉통, 호흡곤란, 한쪽 팔다리의 마비 또는 감각 이상 등 혈전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진료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골수증식종양은 단기간에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점차 악화될 수 있다"며 "혈액검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수치 이상이 반복되거나 혈전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