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조직, 증권신고서 없이 수년간 일반투자자에 비상장주식 판매
50인 이상 투자권유 땐 증권신고서 확인…무인가 업체 여부도 점검
[더파워 이경호 기자] ‘나스닥 상장 임박’, ‘곧 큰 수익이 난다’는 말을 앞세워 비상장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사례가 늘면서 금융당국이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 금융회사처럼 보이는 이름을 내건 다단계 조직이 약 5000억원 규모의 비상장주식을 수년간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하거나, 회사 대표가 ‘FDA 승인 예정’과 ‘코스닥 상장 예정’을 강조하며 주식을 판매한 뒤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사례도 적발됐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와 기업공개(IPO)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비상장주식 투자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그러나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보다 회사 정보가 제한적이고 거래량도 적어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는 데다, 허위·과장된 상장 계획을 앞세운 투자권유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이 소개한 대표적인 사례는 다단계 주식판매 조직이다. A그룹은 소속 법인을 통해 수년에 걸쳐 약 5000억원 상당의 비상장회사 주식을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했다.
A그룹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취득하거나 비상장회사 임원이 보유한 주식을 낮은 가격에 인수한 뒤 전화와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다수 투자자에게 높은 가격으로 다시 판매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투자 위험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증권신고서는 한 차례도 제출되지 않았다. 해당 판매법인들은 결국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조치를 받았고 그룹 대표 등은 법원에서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아 현재 상급심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겉으로는 금융회사나 전문 투자기관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판매법인들은 ‘OO파트너스’, ‘OO인베스트먼트’, ‘OO벤처투자’ 등 일반 투자자가 금융회사로 오인하기 쉬운 명칭을 사용했다.
투자기업 발굴과 주식 판매 등의 업무를 조직적으로 나누는 등 실제 금융회사와 유사한 형태까지 갖추고 있었지만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은 무인가 업체였다.
금감원은 업체 이름에 ‘파트너스’, ‘벤처투자’, ‘인베스트먼트’, ‘PE’ 등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식 금융회사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FINE에서 해당 업체의 금융회사 인가·등록 여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비상장회사 경영진이 직접 과장된 사업 전망이나 상장계획을 앞세워 주식을 판매한 사례도 있었다.
제약·바이오 사업을 하는 비상장기업 B사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 약 50억원어치를 다수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은 혁신적인 항암제로 FDA 승인을 받을 예정이며 곧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자가 투자 위험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투자설명서를 사용하지 않았다.
회사 역시 주식 판매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증권신고서 제출 등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실제 B사는 영업손실을 내는 등 투자위험이 높은 상황이었지만 투자자들은 이 같은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했고 결국 큰 손실을 입었다.
금감원은 특히 비상장회사 주주가 50명 이상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 매수를 권유할 경우 공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본시장법상 비상장회사 주주가 50인 이상의 투자자에게 매수를 권유하면 회사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증권신고서나 소액공모 공시서류 등을 통해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다수에게 투자권유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전자공시시스템 DART에서 증권신고서나 소액공모 공시서류를 찾을 수 없다면 투자 전에 위법한 투자권유 가능성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비상장주식은 정보 접근성 자체가 상장주식보다 떨어진다. 상장사는 사업보고서와 주요사항보고서 등을 통해 재무현황과 사업내용, 주요 계약 등을 정기적으로 공개하지만 비상장회사는 공시의무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회사가 내세우는 신기술 개발이나 신규 사업, 상장계획 등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는지 투자자가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금감원은 투자권유자의 설명만 듣지 말고 DART에서 투자대상 회사명을 직접 검색하라고 조언했다.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회사라면 매출과 당기순이익, 사업내용, 주주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이 아니더라도 외부감사 대상이라면 감사보고서를 조회할 수 있다.
감사보고서조차 검색되지 않는 회사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외부감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소규모 회사일 가능성이 있어 실제 상장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DART의 공모정보 메뉴에서는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발행조건과 투자위험 요소도 확인할 수 있다. 50인 이상을 대상으로 투자권유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관련 증권신고서나 소액공모 서류가 없다면 정상적인 투자권유인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비상장주식은 환금성도 낮다. 상장주식은 거래소에서 다수 시장참여자가 매매하면서 시장가격이 형성되지만 비상장주식은 거래 인프라와 참여자가 제한적이다.
일부 장외거래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지만 거래량이 적으면 원하는 시점에 팔지 못하거나 투자자가 직접 매수자를 찾아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상장 추진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장기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상장 임박’이라는 홍보 문구도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기업이 실제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대표주관회사 선정과 주식 전자등록, 지정감사인의 외부감사,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회사가 상장 준비 초기 단계라면 실제 상장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거나 상장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특히 대표주관회사인 증권사를 아직 선정하지 않았거나 주주명부 작성·관리 등을 위한 명의개서대행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상장이 임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대표주관회사는 기업실사와 공모가 산정, 청약·배정 등 IPO 전반을 총괄한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받은 금융투자회사여야 하며 통상 증권사가 맡는다.
투자권유자가 특정 증권사를 대표주관사라고 설명했다면 해당 증권사나 회사에 직접 확인해 교차검증할 필요가 있다.
명의개서대행기관과 전자주권 사용 여부는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의 기업기본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KIND에서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실제 IPO 절차에 들어갔다면 DART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상장 진행 여부를 여러 경로로 확인할 수 있다.
투자를 권유하는 업체의 실체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금융회사와 비슷한 이름을 쓰더라도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은 업체일 수 있기 때문이다.
FINE에서는 제도권 금융회사 여부를 조회할 수 있고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개하는 회원사 목록을 통해 벤처캐피탈 업체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금감원은 비상장주식 투자 전 ‘회사 정보’, ‘투자권유자의 실체’, ‘상장 진행 단계’ 등 세 가지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투자자의 작은 의심이라도 객관적인 공시와 관련 기관 자료를 통해 다시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투자권유가 의심될 경우에는 금감원에 신고할 수 있다. 다수 투자자에게 투자권유가 진행 중인데도 DART에서 증권신고서나 소액공모 공시서류가 확인되지 않거나, 주식 판매업체가 FINE에서 조회되지 않아 무인가 금융투자업체로 의심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신고·상담은 금융감독원 콜센터 1332나 금감원 홈페이지 불법금융신고센터, 금감원 본원 및 지방지원을 통해 할 수 있다. 금감원은 “투자권유자의 설명만 믿지 말고 객관적인 공시자료와 관련 정보를 스스로 꼼꼼히 확인한 후 신중하게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