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개 중앙행정기관 올해 청년정책 389개·예산 29조9771억원
17개 시도 1563개 사업…전남도 84개·1781억원 규모
연령·주소·거주기간·취업상태 따라 신청 가능한 정책 달라
정책 공급 확대 넘어 ‘내게 맞는 지원’까지 연결하는 전달체계 관건
[더파워 이경호 기자] [제작협찬: 한국언론진흥재단]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협찬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정책은 해마다 확대되고 있지만 청년이 실제 체감하는 정책 접근성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더파워는 ‘청년정책 체감지도’ 기획을 통해 전남·부산·대구·전북의 취업·주거·창업·지역정착 정책을 살펴보고, 청년의 주소와 나이·소득·취업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지원조건과 정보 전달의 사각지대를 6회에 걸쳐 짚는다.
이미지 확대보기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정책이 확대되고 있지만 연령과 주소, 소득, 취업상태 등 사업별 조건이 달라 자신에게 맞는 지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청년도 적지 않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Magnific]
청년정책은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너무 많고 흩어져 있어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닿지 않는 것일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추진하는 정책 숫자만 놓고 보면 적어도 ‘청년을 위한 제도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중앙정부 사업만 389개다. 취업과 주거, 교육·직업훈련에서 금융·복지·문화까지 청년이 사회에 진입하고 자립하는 과정 상당 부분이 정책 대상에 들어가 있다.
15일 국무조정실과 전남도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48개 중앙행정기관이 올해 추진하는 청년정책은 총 389개, 관련 예산은 29조9771억원이다. 지난해 28조2279억원보다 1조7492억원 늘었다. 지난해 35개였던 시행계획 참여기관도 올해 48개 전체 중앙행정기관으로 확대됐다.
분야별로 보면 일자리 정책이 128개로 가장 많다. 관련 예산은 6조1827억원이다. 교육·직업훈련은 116개에 7조5788억원, 주거는 34개에 12조6008억원, 금융·복지·문화는 65개에 3조3896억원, 참여·기반은 46개에 2252억원이다. 사업 수는 일자리가 가장 많지만 예산은 전체 청년예산의 42%가 주거 분야에 투입된다.
지방정부까지 범위를 넓히면 청년 앞에 놓이는 정책은 더 많아진다.
17개 광역지자체가 올해 시행계획에 담은 청년사업은 1563개, 관련 예산은 6조3532억원이다. 중앙정부 공통사업 588개와 각 지역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975개가 포함됐다. 지난해보다 사업 수는 85개 늘었고 예산은 약 1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남만 놓고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남은 올해 84개의 청년정책에 1781억원을 투입한다. 중앙정부 공통사업 26개 외에 전남 자체사업이 58개다. 지난해 12월 기준 지역 청년인구는 26만3725명이다.
이미지 확대보기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4월 28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제18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 겸 제2차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책 공급만 놓고 보면 선택지는 적지 않다.
하지만 84개의 사업이 모든 전남 청년에게 똑같이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전남 청년 문화복지카드는 올해 도내에 3년 이상 거주한 19~28세 청년에게 연간 25만원의 문화복지비를 지원했다. 공연과 도서, 학원, 체육시설, 관광 등 문화·여가와 자기계발에 사용할 수 있지만 ‘전남 청년’이라는 사실만으로 지원받는 것은 아니다. 나이와 거주기간을 함께 충족해야 했다. 올해 신청은 3월 31일까지 진행됐다.
취업지원으로 넘어가면 조건은 다시 달라진다.
전남 청년도전지원사업은 신청일 현재 최근 6개월 이상 취업이나 교육·직업훈련 이력이 없는 18~34세 미취업 청년 등이 주요 대상이다. 지역 여건에 따라 45세까지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단기 5주, 중기 15주, 장기 25주 과정으로 운영되며 참여수당과 인센티브를 합쳐 최대 350만원을 지원한다. 주민등록 주소지와 관계없이 목포·여수·순천 등 원하는 운영지역에서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같은 전남 청년이라도 문화지원에서는 나이와 거주기간을 확인해야 하고, 취업지원에서는 최근 취업·교육 이력과 구직상태가 중요해지는 셈이다.
결국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정책이 있다’는 정보가 아니라 ‘그중 무엇이 내게 해당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현장에서는 청년의 현재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남지역 한 4년제 대학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관계자는 대학이 공개한 취업지원 프로그램 자료에서 “앞으로도 채용 환경과 학생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가겠다”고 밝혔다.
실제 전남지역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들은 청년을 한 가지 유형으로 묶지 않고 취업 준비 상태와 희망 직무에 따라 프로그램을 세분화하고 있다.
국립순천대학교는 기업·직무분석과 자기소개서 작성, 1대1 첨삭, 면접 특강과 실전 모의면접 등을 단계적으로 운영했다. 동신대학교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도 15일까지 전남지역 공공기관과 에너지 관련 기관 취업을 희망하는 졸업예정자·졸업생·지역청년 60명을 대상으로 NCS 특강 참가자를 모집했다. 교육에는 수준별 분반과 자기소개서 첨삭, 1대1 면접 컨설팅 등이 포함됐다.
청년 당사자의 반응에서도 단순히 지원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보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는 과정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전남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장하영(23세)씨는 해당 대학이 공개한 프로그램 참여 소감에서 “모의 면접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며 전문가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취업 준비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청년정책이 세분화되면서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와 지역 청년지원기관 등에서 개인의 취업 준비상태와 생활여건에 맞는 정책을 연결하는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magnific]
정책을 많이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개별 청년이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파악해 적절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전남도의 청년도전지원사업에서도 이런 정책연계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사업에는 총 779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117명이 취업했고 380명은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다른 취업지원서비스로 연결됐다. 모든 참여자가 바로 취업하지 않더라도 한 정책에서 다른 지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후속 경로를 만드는 구조다.
윤연화 전남도 인구청년이민국장은 청년도전지원사업과 관련해 “청년이 다시 취업 준비에 나서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직 의욕 회복에서 노동시장 재진입까지 정책을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정부 역시 청년정책의 양적 확대만으로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온라인 통합플랫폼과 청년지원센터 등 청년정책 전달체계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과 체감이 부족하고 지역 간 격차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정책의 단순화·패키지화와 함께 청년들이 정책을 쉽게 찾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맞춤형 추천과 정보 통합 제공을 강화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전국에는 중앙과 광역·기초를 합쳐 총 242개의 청년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63개 기초지자체에는 청년센터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같은 정책정보가 온라인에 올라와 있더라도 오프라인에서 상담과 정책연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는 지역별 차이가 있는 셈이다.
정책이 없는 것과 정책이 있지만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제 정책정보는 고정돼 있지도 않다.
15일 현재 전남 일자리정보망에는 9월 1일 ‘전남 청년 희망 일자리 지원사업’ 참여기업·참여청년 모집 재공고 변경 안내가 올라와 있다. 지난 8일에는 올해 7차 찾아가는 일자리상담버스 운영 안내가 게시됐고 10일에는 전남·광주 통합 채용박람회 기업 모집도 새로 등록됐다.
지원사업의 내용이나 모집상태가 계속 달라지는 만큼 몇 달 전에 본 정책목록만 기억하고 있어서는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정책의 사각지대 역시 지원기준에서 탈락한 사람에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원대상이지만 사업 자체를 몰랐던 청년, 자신의 자격을 판단하지 못해 신청하지 않은 사람, 신청기간이 끝난 뒤에야 정책을 발견한 청년도 결과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지원 자격이 없어 받지 못하는 것과 받을 수 있었지만 정보를 찾지 못해 받지 못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후자는 정책 전달 방식을 개선하면 줄일 수 있다.
정부가 온라인 청년정책 통합플랫폼 ‘온통청년’을 운영하고 AI 챗봇 등을 통한 상담과 자격진단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제2차 기본계획은 청년이 정책을 쉽게 찾고 이해하도록 맞춤형 추천과 청년 친화적 채널을 통한 정보 통합 제공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정책검색 역시 사업명을 알고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하기보다 이용자의 현재 상황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나는 전남에 사는 27세 대학 졸업 미취업자이고 최근 취업 준비를 오래 쉬었다’는 조건에서 자신이 확인해야 할 정책을 먼저 좁혀주는 방식이다.
청년 한 명이 중앙정부의 389개 정책을 모두 알 필요는 없다. 전남의 84개 청년사업을 전부 공부할 필요도 없다. 자신에게 필요한 한두 개를 제때 발견하면 된다.
올해 중앙정부가 청년정책에 투입하는 예산은 29조9771억원이다. 17개 시도 역시 6조3532억원 규모의 청년사업을 추진한다.
이제 정책의 성과를 판단할 때는 ‘몇 개를 만들었는가’, ‘얼마를 투입했는가’에 이어 한 가지를 더 물어야 한다.
필요한 청년에게 실제로 닿았는가. 청년정책은 공고문을 게시하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청년이 정책을 알고, 자신의 조건을 이해하고, 정해진 시기에 실제 이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