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 CPI 전월比 0.3%로 예상치 0.2% 상회…9월 금리인상 기정사실화
다우·나스닥 1.0%·S&P500 0.9% 상승…필라델피아반도체 1.81%↑
美 10년물 4.97%·연말까지 50bp 추가 인상 확률 47%대 반영
WTI 100.05달러로 2.37% 하락…9거래일 만에 상승세 꺾여
[더파워 이경호 기자]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실상 굳어졌지만 뉴욕증시는 오히려 상승했다. 이미 시장이 금리 인상을 상당 부분 반영한 상황에서 CPI 발표가 정책 불확실성을 줄였고, 9거래일 연속 상승하던 국제유가까지 하락하면서 위험선호가 살아났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14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 8월 근원 CPI가 전월보다 0.3% 상승해 시장 예상치 0.2%를 웃돌았지만, 시장은 이를 금리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이며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전년 동월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2.4%였으며 전품목 CPI는 시장 전망에 부합했다.
KB증권은 “8월 CPI 결과에 따라 9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됐으나 시장은 불확실성 해소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 나스닥지수는 1.0%, S&P500은 0.9% 상승했다. 러셀2000도 0.4% 올랐다.
통상 예상보다 높은 물가는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물가 압력이 강할수록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장 반응이 달랐다. 이미 9월 인상 가능성이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된 상황에서 CPI가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자 투자자들은 ‘추가 악재’보다 ‘불확실성 해소’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관심은 이제 9월 이후 금리 경로로 옮겨가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시장은 연말까지 50bp 추가 금리 인상 확률을 47%대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긴축 부담이 이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97%로 0.4bp 상승했고 2년물 금리는 4.63%로 하루 동안 4bp 올랐다.
최근 한 달간 2년물 금리는 41bp, 10년물은 28bp 상승했다. 연초 이후 상승폭은 각각 115bp, 80bp에 달한다. 금리 인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채권시장이 계속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달러도 강보합을 나타냈다. 달러인덱스는 99.08로 0.04% 올랐다. KB증권은 물가 부담 속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나타났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상승폭은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증시를 지지한 또 다른 변수는 유가였다.
WTI는 배럴당 100.05달러로 하루 동안 2.37% 하락했다. 높아진 가격으로 인한 수요 위축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9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다만 유가 수준은 여전히 높다. WTI는 최근 한 달 동안 20.3%, 연초 이후 74.2% 상승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107.6달러로 한 달 전보다 21.6% 높은 수준이다.
유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 미국 물가와 금리 모두 추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운송비와 생산비, 휘발유 가격으로 전가되면 중앙은행이 기대하는 물가 안정 속도도 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주와 반도체는 강세를 보였다. 알파벳과 애플 등 주요 빅테크가 대체로 상승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81% 올랐다.
개별 종목에서는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가 12.44%, 델테크놀로지스가 11.98% 뛰었다. 넷앱은 8.54%, ON세미컨덕터는 8.51%, 마벨테크놀로지는 4.03% 상승했다.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모습이다.
반면 씨게이트테크놀로지는 3.73%, 샌디스크는 3.50%, 웨스턴디지털은 2.98% 하락했다. 최근 강세를 보였던 일부 저장장치 관련 종목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2%, 홍콩 항셍지수는 0.6% 하락했다. 중동 정세 악화와 미국 금리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중국 AI 반도체 업체 엔플레임은 과창판 상장 첫날 179% 급등했다. 글로벌 증시 전반의 금리 부담과 별개로 AI 반도체에 대한 투자 열기는 이어진 모습이다.
유럽 증시는 유가 하락에 힘입어 반등했다. 유로스톡스50은 0.9%, 독일 DAX는 0.8%, 영국 FTSE100은 0.4% 상승했다.
영국 7월 국내총생산(GDP)은 전월보다 0.4% 증가해 시장 예상치 0%를 웃돌았다. 경기 지표 개선도 유럽 증시의 투자심리를 일부 지지했다.
시장의 다음 관심은 중앙은행 일정이다. 오는 1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영란은행(BOE) 회의가 예정돼 있고, 18일에는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미국에서는 8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등 주요 경기지표도 발표된다.
결국 이번 CPI 발표 이후 시장이 보여준 반응은 ‘금리 인상 여부’보다 그 이후의 경로가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9월 인상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만큼 투자자들의 시선은 연말까지 추가 인상 폭과 국제유가의 재상승 여부로 이동하고 있다.
KB증권은 고유가와 고물가 영향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가가 9거래일 만에 하락하고 금리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점이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