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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장보기까지 대신한다…편의점·물류·멤버십 넘어 ‘에이전틱 커머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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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컴퓨터비전·센서 기반 무인결제와 이상행동 탐지 실증
쿠팡은 AI로 포장 크기·배송 동선 최적화…비용·탄소 배출 동시 절감
컬리는 구매 데이터 기반 멤버십·CRM으로 고객 생애가치 관리
GS리테일·오아시스는 대화형 AI 쇼핑 도입…탐색→추천→결제 자동화로 확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이미지 확대보기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더파워 이경호 기자] AI가 식품 유통에 들어오는 범위가 수요예측과 상품추천을 넘어 매장과 물류, 고객관리, 구매 과정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매장 운영을 자동화하고 고객별 혜택을 다르게 설계하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는 AI가 소비자 대신 상품을 찾고 비교한 뒤 주문·결제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가 다음 경쟁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식품 유통기업의 AI 전환은 운영 자동화와 수익모델 다변화, 공급망 수직적 통합, 고객 경험의 피지털화, 물류 지능화, 초개인화 마케팅, 구매 여정 자동화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변화는 ‘피지털 리테일’에서 확인된다. 피지털은 물리적 공간을 의미하는 피지컬(Physical)과 디지털(Digital)을 결합한 개념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없애 하나의 고객 경험으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상품을 살펴보다 모바일 앱을 이용하고, 온라인에서 검색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프라인에서 개인화된 추천을 받는 식이다. AI와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이 결합되면서 점포는 단순 판매공간에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오가는 디지털 접점으로 변하고 있다.

GS25는 보고서가 제시한 대표 사례다. GS25는 ‘GS25 DX LAB’이라는 실증 점포를 운영하며 안면인식 결제와 AI 기반 점포 이상감지, 영상인식 디지털 사이니지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

가산스마트점에서는 AI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한 자동결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컴퓨터비전으로 고객 동선과 체류시간, 집은 상품 등을 분석하고 결제 과정의 오류나 도난 패턴을 탐지하는 방식이다.

AI는 고객 편의뿐 아니라 점포 운영비 절감 수단이기도 하다. 계산대를 무인화하면 결제에 필요한 인력을 줄일 수 있고, 고객이 어떤 매대에서 오래 머무는지 데이터를 분석하면 상품 배치와 프로모션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

물류에서는 ‘얼마나 빨리 보내느냐’와 함께 ‘얼마나 적게 쓰고 적게 배출하느냐’가 AI의 과제가 되고 있다. 보고서는 친환경 운송과 공급망 관리, 패키징, 창고운영을 결합한 지속가능 물류를 주요 AI 이니셔티브로 제시했다.

핵심은 경로와 포장의 최적화다. AI가 상품 크기와 조합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박스를 선택하면 빈 공간과 포장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주문 발생 시 물류센터부터 고객까지 이동할 최적 경로를 실시간 계산하면 차량 운행 거리와 배송시간도 함께 줄일 수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 운영 과정에서 AI 기반 포장 최적화와 배송경로 최적화 사례로 소개됐다. 상품 크기와 조합을 기반으로 적절한 박스를 자동 선택하고, 주문마다 배송순서와 동선을 동적으로 계산해 비용과 배송효율을 동시에 관리하는 방식이다.

고객을 붙잡는 방식도 할인쿠폰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 구독모델로 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MaaS(Membership-as-a-Service)’로 정의했다.

단순히 월회비를 받고 할인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구매주기와 품목, 선호도를 AI로 분석해 개인마다 다른 혜택을 제공하고 장기간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유통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매출보다 고객이 이용 기간 전체에서 만들어내는 생애가치(LTV)를 높이는 전략이다.

컬리멤버스의 경우 월 구독료를 기반으로 적립·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구매지표와 선호도를 분석해 타깃 프로모션과 개인화 CRM 메시지를 제공하는 사례가 소개됐다. 고객을 세그먼트별로 나눠 쿠폰과 마케팅 방식까지 차별화하면서 재구매와 구독 유지율을 높이는 구조다.

이 흐름의 끝에 있는 것이 ‘에이전틱 커머스’다. 지금까지 온라인 쇼핑은 사람이 검색어를 입력해 제품을 찾는 검색형 커머스에서 플랫폼이 제품을 제시하는 추천형 커머스로 발전해왔다.

에이전틱 커머스에서는 구매 주체 자체가 AI 에이전트로 이동한다. 사용자의 취향과 예산, 구매 이력 등을 바탕으로 AI가 상품을 탐색·비교하고 추천한 뒤 주문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구조다. 최종적으로 자동결제까지 이어지면 소비자의 개입 수준은 더 낮아진다.

보고서는 국내 식품 유통업계가 현재 검색·추천형에서 에이전틱 커머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봤다. 소비자가 일일이 상품명을 입력하기보다 “이번 주 가족 저녁 메뉴와 필요한 장보기를 준비해줘”라고 요구하면 AI가 조건에 맞는 상품을 구성하고 주문하는 형태로 쇼핑 경험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초기 움직임이 시작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2026년 9월 ‘우리동네GS’를 챗GPT와 연동한 전용 플러그인을 출시해 실제 판매상품과 행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화형 탐색·추천 서비스를 구현했다.

상품명을 정확히 몰라도 구매 목적이나 선호 조건을 자연어로 입력하면 실제 판매상품 가운데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고, 선택한 상품을 우리동네GS 상세·검색 화면으로 연결해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구조다. 향후 매장 위치와 영업시간, 부가서비스 등의 정보까지 연계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오아시스마켓도 AI 비서 ‘메이(MAY)’의 활용 범위를 장보기 전반으로 넓히는 사례로 소개됐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상품을 비교하거나 장바구니에 담고, 특정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와 레시피를 함께 제안하는 방식이다.

아직 에이전틱 커머스의 완성형인 ‘AI가 알아서 결제하고 배송까지 끝내는 구조’가 국내 식품 유통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보고서 역시 관련 생태계를 초기 단계로 평가한다. 다만 검색과 추천, 장바구니 구성, 주문 연결까지 자동화 범위가 확대되면서 소비자가 쇼핑에 들이는 시간과 개입을 줄이는 방향은 분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변화는 유통기업의 수익구조까지 바꾼다. 매장은 단순 판매공간이 아니라 광고와 데이터가 결합된 미디어가 되고, 물류망은 비용센터에서 AI로 최적화되는 경쟁자산으로 변한다. 멤버십은 할인 프로그램에서 고객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보고서는 식품 유통기업의 대응 전략으로 운영 자율화, 고마진 데이터·광고 수익 창출, 제조사와의 데이터 실시간 공유, 온·오프라인 경험 통합, AI 기반 지속가능 물류, 초개인화 마케팅, 구매 여정 자동화를 제시했다.

결국 식품 유통의 AI 경쟁은 챗봇 하나를 붙이는 문제가 아니다. 재고를 언제 채울지부터 어떤 상품을 만들고 누구에게 보여줄지, 어떻게 배송하고 다시 구매하게 만들지, 마지막에는 누가 구매 버튼을 누를지까지 유통 전 과정을 다시 설계하는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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