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병수 기자] 최근 5년 사이 임금보다 근로소득세·사회보험료·필수생계비가 더 빠르게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체감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4일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임금과 세부담, 생계비 추이를 분석한 결과 월 실수령액 증가율이 연 2%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한경협에 따르면 근로자 월 평균 임금은 2020년 352만7000원에서 2025년 415만4000원으로 연평균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월급에서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의 합은 44만8000원에서 59만6000원으로 연평균 5.9% 늘었다. 임금 중 세금과 사회보험료 비중은 12.7%에서 14.3%로 커졌고, 월평균 실수령액은 307만9000원에서 355만8000원으로 연평균 2.9%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항목별로는 근로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가 2020년 월 13만1626원에서 올해 20만5138원으로 연평균 9.3% 상승해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한경협은 최저세율 구간 일부를 조정한 2023년 부분 개편 외에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이 물가·임금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기본공제액도 2009년 이후 16년째 동결돼 세 부담이 누적됐다고 지적했다.
사회보험료는 같은 기간 31만6630원에서 39만579원으로 연평균 4.3%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고용보험료가 2만8219원에서 3만7382원으로 연평균 5.8%로 가장 많이 올랐고, 건강보험료는 12만9696원에서 16만6312원으로 5.1%, 국민연금 보험료는 15만8715원에서 18만6885원으로 3.3% 상승했다. 한경협은 코로나19 이후 구직급여 지출과 취약계층 의료비 확대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이 이어졌고, 내년에는 건강보험에 더해 장기간 동결됐던 국민연금 보험료율까지 오를 예정이라 근로자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가스, 식료품, 외식비 등 필수생계비 상승도 체감임금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5년간 필수생계비 물가의 연평균 상승률은 3.9%로, 같은 기간 월 임금 상승률(3.3%)을 웃돌았다. 대분류별로는 수도·광열이 연평균 6.1%, 식료품·비주류 음료 4.8%, 외식 4.4%, 교통 2.9%, 주거 1.2% 순으로 올랐다.
소분류 23개 품목 가운데 17개 품목의 물가 상승률이 임금 증가율을 상회했으며, 기타연료·에너지(10.6%), 가스(7.8%), 전기(6.8%) 등 광열비와 과실(8.7%), 빵·우유 등 가공식품(5.0%), 음식 서비스(4.4%), 쇠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4.0%)의 상승 폭이 컸다.
한경협은 근로자의 체감소득을 높이기 위한 대책으로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물가에 연동해 자동 조정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제안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과표 기준이 그대로여서 상위 과표구간이 적용되는, 이른바 ‘브래킷 크리프’(Bracket Creep) 현상으로 사실상 세율 인상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제도 도입 시 세수 감소가 우려되는 만큼 국내 소득세 면세자 비율(2023년 기준 33.0%)을 일본(15.1%), 호주(15.5%) 수준으로 낮춰 과세 기반을 넓히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보험료와 관련해서는 3회 이상 반복해서 구직급여를 받는 수급자가 2020년 9만3000명에서 2024년 11만3000명으로 늘어난 점을 언급하며, 고용보험의 반복 수급과 건강보험 과잉진료를 줄이는 등 지출 구조를 손질해 보험료율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금 재정의 중장기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지출 구조개선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농수산물 유통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경협은 “현재 한시적으로 운영 중인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산지와 구매자 간 직거래가 가능하고 수수료가 낮아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이를 상시화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 장기적인 생활물가 안정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병수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