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대한상의 조사에서 1분기 소매유통업 RBSI가 79로 떨어지며 백화점을 제외한 주요 업태가 모두 기준치(10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와 고환율,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면서 올해 1분기 소매 유통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서울 및 6대 광역시 유통전문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79를 기록해 전 분기(87)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두 분기 연속 내림세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를 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고물가로 소비 여력이 위축된 가운데 고환율로 인한 매입 원가 상승과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가 기업의 마진 구조를 직접 압박하고 있다”며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부담과 연말 성수기 종료 이후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치며 전반적 경영 심리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업태별로는 백화점만이 기준선을 웃돌며 ‘나홀로 선방’하는 모습이다. 백화점 RBSI는 112로 집계돼 전 업태 중 유일하게 100을 상회했다. 대한상의는 K-푸드·K-뷰티·K-패션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K-3’ 소비 열풍에 원화 약세 효과가 겹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 코스로 자리 잡은 점, 경기 둔화 속에서도 탄탄한 명품 수요와 객단가가 높은 겨울 의류 판매 기대감이 지수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64)는 조사 대상 업태 가운데 가장 낮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고물가 여파로 장바구니 지출이 줄어든 데다 1인 가구 확산으로 소비가 소량·근거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구조적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선식품을 둘러싼 온라인 채널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전통적인 ‘장보기 채널’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편의점(65)과 슈퍼마켓(67)도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편의점은 겨울철 유동 인구 감소로 매출이 둔화되는 계절적 비수기에 인건비 상승이 겹치며 수익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슈퍼마켓은 대형마트의 소량·근거리 전략과 편의점의 취급 품목 확대 사이에 끼이면서 차별화가 어려운 데다 에너지 요금 등 운영 고정비 상승까지 겹쳐 전망이 어둡다는 평가다.
그나마 온라인쇼핑(82)은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물가 국면에서 가격 비교가 용이하고 할인 프로모션이 활발한 온라인 채널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데다, 신선식품 새벽배송과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추천 서비스가 소비를 자극하며 지수 하락 폭을 방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수 위축 국면에서 유통업계가 체질 개선과 함께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내수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해외 시장 개척은 유통기업의 필수 생존 전략”이라며 “정부가 최근 내놓은 ‘K-소비재 수출 확대 방안’을 바탕으로 한류 콘텐츠와 연계한 수출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희원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대규모 할인행사를 통해 위축된 소비 심리를 되살리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며 “유통산업이 이제 단순 판매 채널을 넘어 AI와 데이터 기술이 집약된 첨단 지식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시스템 선진화와 기술 혁신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