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캐나다 방산 협력 확대를 위한 범정부 협업 방안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파워 이우영 기자]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을 둘러싼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이 수주를 따내기 위해서는 방산을 넘어 에너지·핵심 광물·우주 협력을 아우르는 범정부 패키지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과 방위산업특별위원회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을 주제로 한 국회 세미나를 열고 한국·캐나다 방산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캐나다 방산협력 확대를 위한 협업 방안’ 세미나에서는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을 둘러싸고 한국과 독일 등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캐나다가 요구하는 경제·산업·안보 협력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참석한 국방·방산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잠수함 성능과 납기 능력만으로는 수주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캐나다 정부가 중시하는 절충교역과 산업협력 요구에 맞춘 정부 대 정부(G2G) 협력 패키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캐나다가 제시한 잠수함 사업 평가 항목에서 선체와 센서 등 플랫폼 성능 비중이 20%에 그치는 반면, 유지·정비와 군수지원이 50%, 산업기술혜택(ITB)과 고용 창출, 캐나다 방산 공급망 통합 등 경제적 혜택이 15%를 차지하고 있는 점이 지적됐다.
세미나 발표자로 나선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캐나다 방산 조달의 본질은 성능 경쟁이 아니라 자국 산업 기여와 전략적 역량 축적을 둘러싼 경쟁”이라며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의 성패는 ‘Buy Canadian’ 정책과 에너지·자원 안보 협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경쟁국인 독일이 캐나다와의 방산협력 과정에서 잠수함 사업을 에너지, 핵심 광물, 전기차 배터리 등 전략산업과 연계한 범정부 G2G 패키지로 제시하고 있다며 “캐나다 산업정책과의 정합성을 높이는 이런 방식이 현지 조달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도 에너지·핵심 광물·첨단 제조 역량을 연계한 G2G 협력 모델을 통해 ‘Buy Canadian’ 정책과 ‘산업·경제·자원 안보협력’ 기조에 부합하는 제안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캐나다의 막대한 석유·천연가스를 단순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LNG·LPG 운반선 발주, LNG 터미널 지분 투자 등을 묶은 인프라 연계형 딜로 확장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나아가 한국이 강점을 지닌 청정 기술과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협력을 결합해 양국 관계를 단순 비즈니스나 지분 투자 관계를 넘어 ‘에너지 안보 동맹’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핵심 광물 협력도 중요한 축으로 꼽혔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캐나다의 니켈·리튬·구리·코발트·희토류 등 전략 광물 개발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단순 원광 수입을 넘어 제련·단조·주조 공장 설립까지 포괄하는 공급망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캐나다의 ‘핵심 광물 주권’ 정책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장기적 파트너십을 설계할 경우, 잠수함 사업을 넘어 양국 산업협력을 구조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 분야 협력도 차별화 포인트로 부각됐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캐나다와의 협력을 통해 “바다에서부터 우주까지 끊김 없는 북극 안보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캐나다 저궤도 통신 협력 패키지를 통해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캐나다 텔레샛의 라이트스피드 네트워크를 조기 도입해 공동 활용하고, 이를 발판으로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 공급망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캐나다 노바스코샤 우주 발사장을 한국 민간 발사체의 북미 전초기지로 확보해 양국 간 우주 산업 공급망 동맹을 구축하자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단순 방산 계약이 아니라 국가 전략 파트너십에 기반해야 하는 사업”으로 규정했다. 문 특임교수는 한국과 독일 잠수함의 성능 격차는 크지 않다며, 캐나다가 중시하는 장기적·포괄적 파트너십과 유연성 측면에서 한국이 국가 역량 패키지를 통해 더 강력한 산업·외교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현재의 수출 절충교역 지원체계로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안보실 주관 태스크포스(TF) 등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운영해 부처 간 협력을 활성화하고, 수출 절충교역을 담당하는 지원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캐나다가 유럽연합 방산 지원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 참여를 선언한 만큼, 유럽산 장비를 우선하는 ‘Buy European’ 기조가 K-방산에 새로운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업을 ‘국가적 총력전’ 과제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방위산업특위 위원장인 김병주 의원은 환영사에서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이자 마일스톤”이라며 “수출 절충교역을 통해 방산뿐 아니라 철강·에너지·광물 등 다양한 산업과 글로벌 안보에 파급력이 큰 만큼, 민·관·군이 하나의 팀이 돼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방산 수출 확대는 연구개발에서 수출·인력·금융·제도까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방산 생태계를 완성하는 동력”이라며 “이를 토대로 경기도 내 미군 공여지와 군 유휴지, 민통선 지역에 AI·방산클러스터와 에너지 고속도로를 유치하는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명선 민주당 방위산업특위 수석부위원장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가 2026년 K-방산의 최대 현안이자 조선업 한 세대를 좌우할 사업”이라며 “캐나다가 산업협력·절충교역·안보협력까지 포함한 포괄적 파트너를 찾고 있는 만큼 3월 제안서 제출 전 과감한 액션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주 의원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는 캐나다와 단순한 우방 관계를 넘어 북극과 우주까지 확장되는 동맹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정부와 국회, 산업계가 외교·안보, 산업·통상, 금융·보증, 기술·보안을 하나의 작전처럼 묶은 ‘코리아 원팀’ 체계를 구축해 범정부 G2G 협력 패키지를 과감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