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우영 기자]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중심에 서 있던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형사 책임이 대법원 판단으로 다시 기로에 섰다. 대법원 1부는 함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하고,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확정했다고 29일 판결했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재직 시절인 2015~2016년 신입직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인사부장 등과 공모해 서류전형·합숙면접 등에서 불합격 대상이던 지인 추천 지원자를 합격시키도록 지시해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5~2016년 공채에서 최종 합격자 남녀 비율을 약 4대1로 사전에 정해 여성 지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도 함께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함 회장에 대해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 모두 “유죄로 보기 어렵다”며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검찰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2016년 합숙면접 전형과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 및 성차별 채용과 관련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6개월에 집행유예2년, 벌금3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은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6개월에 집행유예2년이 확정됐고, 하나은행 법인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벌금700만원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해 “함 회장이 채용비리에 공모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2016년 합숙면접 당시 채용 담당자들이 “함 회장으로부터 합격 기준에 미달한 지원자에 대한 재검토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고, 보고 전후로 합격자 변동도 없었다”고 1심에서 일관되게 진술한 점을 들며, 항소심이 이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객관적 사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항소심이 인정한 ‘추가사정회의’ 존재에 대해서도 “실무자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공모 관계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반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함 회장이 2015~2016년 공채에서 남녀 합격 비율을 사전에 4대1로 정해 남성을 우선 채용하도록 한 채용 계획을 승인·시행한 점을 들어, 합리적 이유 없는 남녀 차별 채용에 가담한 것으로 본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의 성차별 채용 혐의는 유죄로 확정됐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만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환송심을 통해 형사 책임 범위가 다시 가려지게 됐다.
한편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금융회사 임원직에서 당연 퇴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함 회장의 향후 거취와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에도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우영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