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AI의 발전 속도는 이미 ‘놀랍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다. 202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기술전시회 CES에서 현대자동차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테슬라는 ‘옵티머스(Optimus)’를 시연했다.
관절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라 눈앞으로 다가온 가까운 미래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도 변화는 더 급격하다. OpenAI가 최초로 생성형 AI를 상업적으로 내놓은 지 약 3년 사이, 전 세계 인구는 이미 ChatGPT, Gemini와 같은 생성형 AI를 업무·과제·협업·아이디에이션 등 사업과 개인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인간의 일반지능을 설명할 때 쓰던 ‘g’라는 개념이 이제는 AI 영역에서 AGI(범용 인공지능)로 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진다. 앞으로 5년 이내 출시될 것이라는 예고와 함께,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졌던 사고·판단·문제 해결 영역에까지 AI가 깊숙이 관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이 같은 사회 변화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육계에서 ‘학교에서 AI를 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토론하던 논의가 이미 시대착오가 됐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제는 AI를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곧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고, 그 결과 사회적 도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역시 다가오는 AI 시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쓸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해 더 나은 삶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과 OECD가 AI 시대 교육 방향으로 학습자의 주도성, 상호협력, 창의성을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이처럼 짧은 시간 단위로 급속히 변하는 AI 시대에,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AI 기반 인재 양성 교육을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가.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2026년 서울교육방향’ 자료를 보면, 교육 비전으로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을 내세우며 학생들이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주체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겠다고 밝혔다.
5대 정책 방향 가운데 특히 ‘창의와 상생의 미래역량 교육’이 AI 시대 대응과 맞닿아 있는 영역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자료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AI 시대를 어떻게 교육에 녹여낼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현재 계획에서 제시되는 AI 관련 내용은 영어 말하기 학습 도구로서의 AI 활용, 서술형 평가에 AI를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 학교 교육의 ‘AI 디지털 전환’, AI 공교육 도입을 위한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존 수업 구조를 거의 그대로 둔 채 AI를 현장에 ‘덧붙이는’ 수준의 보조적 도입에 머물러 있다. AI를 통해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고, 문제해결 과정 그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와는 거리가 있는 접근이다.
‘학교교육의 AI 디지털 전환’이라는 표현 역시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 정책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지금까지 지속해 온 디지털 장비·기기 도입 사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교실에 태블릿과 전자칠판이 조금 더 늘어나는 것이 곧 AI 교육의 본질적 진전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AI 디지털 전환’이라고 포장하는 것이 과연 서울시교육청이 내세우는 ‘창의적 미래인재 양성’이라는 비전과 어울리는 정책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회는 이미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 한 대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생성형 AI에 접속할 수 있고, 수많은 콘텐츠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AI의 도움을 받아 생산·유통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머지않아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일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환경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히 ‘미래 직업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사고 과정 자체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직결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약 80만 명에 이르는 학생들의 성장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이다. 그런 만큼 AI 기술 도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매뉴얼 작업, 장비 확충과 같은 좁은 시야의 정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AI를 활용한 문제해결 교육, 비판적 사고를 강화하는 AI 활용 교육으로 예산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과감하게 재편해야 한다. 학생들이 AI를 단순한 편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AI와 함께 질문을 만들고, 다양한 관점을 비교·검증하며, 협력적으로 해결책을 설계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의 판 자체를 새로 짜야 한다.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AI를 쓸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통해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서울시교육청의 AI 교육 정책이 진정으로 믿을 만한 방향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보조적·장비 중심 접근을 넘어 교육의 내용과 방법, 평가에 이르기까지 AI와 함께 사고하는 힘을 기르는 쪽으로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그 선택이 늦어질수록, 학생들이 짊어져야 할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글: 황수영 교육학 박사, 전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이설아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