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철강·후방산업 업계와 간담회 열어 유동성·채권·투자 지원책 재점검…P-CBO 부담 완화와 1조 구조혁신펀드도 추진
[더파워 이경호 기자] 중동전쟁 장기화와 미국·유럽연합(EU)의 관세정책이 겹치면서 철강업계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철강과 후방산업 지원 방안을 다시 점검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철강 및 관련 업계, 정책·민간금융기관과 '제3차 중동상황 피해업종 산업-금융권 간담회'를 열고 경영·자금 상황과 현장 애로를 점검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중동전쟁이 종결되지 못한 가운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철강산업은 대한민국 성장의 근간을 이뤄 온 대표적인 기간산업이지만, 중동사태로 인한 물류비 증가와 공급망 불안, 최근 미국과 EU의 관세정책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영향이 철강업뿐 아니라 기계·전자 등 후방산업 전반으로 확산돼 연쇄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우선 대출 부문에서 추가경정을 통해 정책금융 신규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25조6000억원으로 확대하고, 53조원+α 규모의 민간 금융권 자체 지원 방안을 함께 가동해 기업 유동성 애로를 덜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업종별 지원금액과 소진 추이를 점검해 필요하면 지원 규모와 대상도 추가로 넓히기로 했다.
채권시장 지원도 강화한다. 금융위는 중동상황 피해 중소·중견기업이 신용보증기금 P-CBO를 차환할 때 상환비율과 후순위 인수비율, 가산금리 등을 낮춰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대상은 최장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P-CBO 물량으로, 해당 잔액 약 9000억원 가운데 철강 관련 업종 비중은 약 3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오는 6월부터는 신보가 P-CBO를 직접 발행해 은행·증권사 수수료를 줄이고 기업 발행비용을 50bp가량 낮출 계획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도 함께 운용해 자금조달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투자 부문에서는 이달 조성이 완료되는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를 통해 철강산업 등 6개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 대상 업종은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철강, 이차전지다. 금융위는 이 펀드를 활용해 사업재편과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 지원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업계의 애로도 잇따라 제기됐다. 산업계는 산업용 유류 등 기초소재 수급 불안이 철강산업에도 연쇄적 부담을 주고 있다며 수급 안정이 시급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전날인 16일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30억달러 유동성 지원 승인을 마쳤고, 이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원유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물류비와 전기요금 상승으로 원가 경쟁력이 악화된 만큼 금리 감면과 만기 연장 등 금융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대해서는 현재 정책금융 25조6000억원, 민간금융 53조원+α를 더한 총 80조원 수준의 피해기업 우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중견기업과 소상공인이 정책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권은 중견기업 전용 보증프로그램으로 최대 500억원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이 운영 중인 1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더드림패키지' 등 우대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중동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권, 산업계가 한 팀이 돼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금융권과 산업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해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