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의료관광 지출 2512억원 역대 최고권…피부과 결제액만 1452억원
[더파워 이경호 기자] K-뷰티의 무게중심이 화장품 매장에서 피부과 시술실로 넓어지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단순 쇼핑을 넘어 피부과·성형외과 등 의료 서비스에 지갑을 열면서, 피부미용 산업이 의료관광과 수출을 동시에 끌어안는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K-뷰티가 마스크팩, 기초화장품, 색조 제품 중심의 소비재 시장이었다면, 최근에는 레이저·필러·톡신·스킨부스터·패치류 등 피부미용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방문이 관광과 쇼핑, 시술을 한 번에 경험하는 ‘뷰티 패키지’가 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15일 의료기기 산업 보고서에서 피부미용 산업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외국인 의료관광 수요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피부미용 장비와 필러, 톡신, 패치류 수출 데이터도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외국인 환자 수다. 2025년 국내를 찾은 외국인 실환자 수는 198만명으로 전년 대비 73.8% 증가했다. 4년 연속 70% 이상의 성장세가 이어진 셈이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외국인 환자 수가 300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단순히 방문객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외국인이 국내 의료 서비스에 쓰는 금액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26년 5월 외국인의 국내 의료관광 지출액은 2512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4.6% 증가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0.5% 늘며 최고 수준을 이어갔다.
피부과로 범위를 좁히면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5월 외국인의 피부과 의료 소비액은 1452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5.5% 증가했다. 전월 대비로도 3.1% 늘었다. 피부과 의료 소비액과 전체 의료관광 지출액 모두 매달 최고치를 새로 쓰는 흐름이다.
외국인 1회 시술당 지출액도 높아졌다. 2026년 5월 기준 외국인의 피부과 진료당 소비액은 144만6515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2% 증가했다. 이는 단순 저가 시술 수요가 아니라 프리미엄 시술, 복합 시술, 반복 방문 수요가 함께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부미용 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K-뷰티 브랜드 가치가 있다. 화장품을 통해 형성된 한국식 피부관리 이미지가 실제 시술 수요로 이어지고, SNS와 숏폼 콘텐츠를 통해 병원·시술·제품 정보가 해외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 방문 전부터 시술 정보를 검색하고, 입국 후 피부과 방문을 일정에 넣는 소비 패턴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국가별 수요도 다변화되고 있다. 중국, 일본, 대만, 미국, 태국 등 주요 국가 외국인 환자들이 피부과와 성형외과 소비를 이끌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외국인 환자의 주요 진료과목 1위가 피부과로 나타났다. 의료관광이 특정 국가나 단기 이벤트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은 산업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수출 데이터도 피부미용 산업의 체력을 뒷받침한다. 5월 확정치 기준 피부미용 장비 수출액은 9531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9% 증가했다. 필러 수출액은 3억3632만달러로 40.1% 늘었고, 보툴리눔 톡신 수출액은 4870만달러로 45.0% 증가했다.
콘택트렌즈와 창상피복재 패치도 성장 흐름에 합류했다. 5월 콘택트렌즈 수출액은 1635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4% 증가했고, 창상피복재 패치 수출액은 1134만달러로 120.3% 급증했다. 시술 장비와 주사제, 사후관리 제품까지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K-뷰티 산업의 확장성이 확인된다.
피부미용 산업은 소비재와 의료기기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관광객이 국내에서 시술을 경험하면 해당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이는 해외 수출과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병원에서 경험한 시술이 현지 제품 구매로 이어지고, 다시 한국 방문 수요를 자극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관련 업체들의 밸류에이션도 낮아진 상태라고 보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주요 피부미용 업체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클래시스 14.1배, 휴젤 15.2배, 파마리서치 14.0배, 인터로조 8.0배, 티앤엘 8.5배 수준이다. 이들 업체의 상장 이후 평균 12개월 선행 PER이 각각 27배, 25배, 25배, 13배, 11배였던 점을 감안하면 과거 대비 할인 국면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주가 재평가에는 확인해야 할 변수도 있다. 외국인 환자 증가세가 실제 병원과 제품 업체의 실적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 수출 증가가 일회성 물량인지 반복 수요인지, 각국 규제와 환율 변동이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봐야 한다. 의료관광의 경우 유치 수수료, 브로커 관리, 소비자 보호 문제도 산업 신뢰를 좌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방향성은 분명하다. K-뷰티는 더 이상 화장품 판매에만 머물지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에서 피부과 시술을 받고, 관련 제품을 구매하며, 귀국 후에도 한국 피부미용 브랜드를 소비한다. 국내 병원과 의료기기·미용 제품 업체, 수출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외국인 환자 유치 정책도 산업의 기반을 넓히고 있다. 2009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된 이후, 의료관광은 제도권 산업으로 성장해왔다. 2023년에는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 전략이 발표됐고, 2024년에는 누적 외국인 실환자 수가 505만명을 넘어섰다. 2025년에는 누적 실환자 수가 706만명에 달했다.
피부미용 산업은 이제 내수 소비와 수출, 관광이 동시에 맞물리는 영역이 됐다. 외국인 환자 300만명 시대가 현실화될 경우, 피부과 의료소비는 한국 의료기기와 미용 제품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K-뷰티를 보러 온 외국인이 이제는 피부과에서 지갑을 열고 있다. 그 변화가 국내 피부미용 산업의 다음 성장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