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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산업 대전환①] 세계 4위 석유화학의 경고등…‘중국 특수’ 끝나자 성장 공식 흔들렸다

한승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6-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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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액 111조원·수출 480억달러 기간산업…범용제품 대량생산 모델 한계

여수 여천NCC '나프타 가공설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여수 여천NCC '나프타 가공설비'/연합뉴스
[더파워 한승호 기자]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단순한 경기 부진을 넘어 산업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전환기에 들어섰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산업전환에 따른 석유화학산업 동향 및 고용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중국 자급화와 글로벌 공급과잉, 탄소규제 강화가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기존 성장 모델을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은 자동차, 전자, 반도체, 이차전지, 섬유 등 주요 산업에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기간산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2024년 기준 에틸렌 생산능력 1295만톤으로 중국,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적 위상도 여전히 크다. 2023년 기준 생산액은 111조원으로 제조업 내 5위를 기록했고, 2024년 수출액은 480억달러로 반도체·자동차·일반기계에 이은 4위였다. 무역수지는 356억달러 흑자로 자동차와 반도체에 이어 제조업 3위권을 유지했다.

문제는 지금의 위기가 과거와 다른 성격이라는 점이다. 과거 석유화학 불황은 수요 둔화에 따른 경기순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현재는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 중동 산유국의 석유화학 진출, 미국 셰일가스 기반 원가 경쟁력, 탈탄소 규제 강화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적 위기에 가깝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성장 공식은 오랫동안 명확했다. 내수보다 훨씬 큰 설비를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로 생산원가를 낮춘 뒤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방식이었다. 실제 국내 석유화학 3대 부문인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의 2024년 생산량은 2106만톤, 수출량은 1286만톤으로 전체 생산의 61.1%가 수출에 의존했다.

이 모델이 흔들린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다. 보고서는 중국발 공급과잉 심화가 전체 수출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던 중국 시장의 상실을 의미할 뿐 아니라, 국내 내수시장과 동남아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중국산 석유화학제품과의 경쟁을 본격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이제 단순한 수요국이 아니다. 2022년을 기점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에틸렌 생산국으로 올라섰고, 내수 자급률을 높이는 동시에 수출국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기대어온 ‘중국 특수’가 끝나고, 중국 기업이 직접 경쟁자로 등장한 셈이다.

원가 구조도 불리하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나프타 기반 NCC 중심 구조다. 제조원가에서 원료비 비중이 크고 국제유가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미국은 셰일가스 기반 에탄을 활용하고, 중동은 원유·가스 자원을 바탕으로 정유·석유화학 통합공정을 확대하고 있다. 가격 경쟁이 심해질수록 국내 업체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내수 기반도 충분하지 않다. 보고서는 자동차, 전자, 섬유 등 주요 수요산업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 수요가 2000년대 중반 이후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결국 수출이 산업 유지의 핵심인데, 그 수출시장에서 중국·중동·미국과의 경쟁이 동시에 격화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위기는 단순히 한 업종의 실적 악화로 볼 수 없다. 석유화학은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큰 소재산업이다. 자동차 경량화 소재, 배터리 부품, 반도체 공정 소재, 전자·통신 부품, 포장재, 의료소재 등으로 연결된다. 이 기반이 흔들리면 제조업 공급망 전체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보고서는 기존 범용제품 대량생산 중심의 성장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봤다. 특히 PE·PP 등 합성수지 중심 수출 구조는 중국과 중동의 저가 공세에 취약하다. 범용제품으로 가격 경쟁을 이어가기보다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친환경 소재,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국 석유화학은 여전히 세계 4위 생산능력과 축적된 공정 운영 역량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규모만으로 버티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보다 무엇을 생산하고, 어떤 탄소비용과 기술력으로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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