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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상품’ 넘어 현금·담보로…토큰화 MMF, 월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8-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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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 프랭클린템플턴 등록펀드의 BENJI 활용에 노액션레터
현금관리·증권대차 담보로 사용…지갑 분리·일일 대사 등 12개 조건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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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경호 기자]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가 단순한 투자상품을 넘어 전통 금융회사의 현금관리와 담보 영역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에 금융상품을 발행하는 데 머물던 토큰화 시장의 경쟁이 실제 금융업무에서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최근 한화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투자관리국은 지난 12일 프랭클린템플턴의 미국 등록펀드가 온체인 MMF인 BENJI 지분을 현금관리와 증권대차 담보 목적으로 보유하는 구조에 대해 노액션레터를 발급했다. 해당 구조에 대해 집행조치를 권고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이번 결정으로 프랭클린템플턴의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미국 등록펀드는 BENJI를 단순 투자대상이 아니라 유휴현금 운용과 증권대차 담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확보했다.

의미는 ‘블록체인 펀드 하나를 허용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토큰화 자산이 전통 펀드 운용체계 안에서 현금과 담보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발행 단계에 집중됐던 토큰화 금융이 실제 운용 인프라로 이동하는 변화다.

SEC가 규제를 없앤 것은 아니다. 기존 규정상 금고 보관과 입출고 기록, 독립 검증과 관련한 일부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 대신 12개 조건을 붙였다.

대표적으로 펀드마다 계좌와 블록체인 지갑을 분리해야 하고 거래 확인 내역과 승인 내역을 매일 맞춰보는 대사 작업을 해야 한다. 이사회 승인과 연 1회 이상의 정기 검토도 필요하다.

독립 회계법인의 검증은 연간 3회 이상 받아야 한다. 이 가운데 최소 2회는 불시 검증으로 진행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고 기존 금융회사가 요구받던 내부통제를 느슨하게 허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통제 가능성을 조건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 셈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의 이전기관인 FTIS의 역할도 중요하다. FTIS가 공식 주주명부와 프라이빗키를 통제하고 블록체인 거래기록을 내부 장부와 연결한다. 오류 수정과 자산 동결, 기록 복구, 후임 이전기관으로의 권한 이전 기능까지 갖추도록 했다.

이 구조를 보면 SEC가 토큰화 금융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도 드러난다. 자산이 블록체인에 올라가 있느냐보다 누가 관리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거래를 확인·동결·복구할 수 있느냐가 제도권 편입의 핵심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BENJI 자체의 규모도 이미 수억달러대로 올라와 있다. 자료상 총 가치는 지난해 초 약 5억달러 안팎에서 출발해 한때 8억달러 후반까지 확대됐으며 최근에도 7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토큰화 MMF가 실험 단계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SEC 판단을 모든 토큰화 MMF에 대한 포괄적 허용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프랭클린템플턴이 구축한 구체적인 수탁·통제 구조를 전제로 한 결정이어서 다른 운용사에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장의 방향성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토큰화 금융에서는 국채나 펀드를 블록체인에 얼마나 많이 발행했는지가 주요 경쟁 포인트였다면 이제는 이를 기존 금융시장의 현금관리와 담보, 증권대차 같은 실제 업무에 얼마나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MMF는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금융 인프라 성격이 강하다. 토큰화 MMF가 증권대차 담보와 유휴현금 관리에 활용되기 시작하면 블록체인 금융은 별도의 디지털자산 시장이 아니라 기존 자산운용업의 내부 시스템으로 들어가게 된다.

결국 토큰화 금융의 다음 경쟁은 ‘얼마나 발행했느냐’보다 ‘어디에서 쓸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SEC의 이번 결정은 온체인 금융이 전통 금융을 밀어내기보다 기존 금융 인프라 안으로 흡수되는 방식으로 제도권에 들어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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