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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불황 끝자락 보이나…주택 착공 14%↑, 시멘트업계 ‘회복 시간표’ 빨라진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8-2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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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내수 출하량 3810만톤…1991년 이후 첫 4000만톤 하회
상반기 건축 착공면적 9%·주택 착공 14.4% 증가…비수도권은 40.7%↑
올해 설비투자 4297억원 중 89.5% 원가·환경 개선…수요 살아나면 이익 개선폭 커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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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국내 시멘트업계가 30여 년 만의 최악의 수요 부진을 지나 실적 반전의 초입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직 시멘트 출하량 자체는 역사적 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건축·주택 착공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불황 동안 업계가 대체연료와 자동화 등 원가 절감 설비까지 늘린 만큼 향후 출하량이 회복될 경우 매출보다 이익이 더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약 3810만톤으로 집계됐다. 연간 출하량이 4000만톤 아래로 내려간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예상 출하량도 약 3600만톤에 그쳐 당장의 업황만 보면 바닥을 확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시멘트 공장 가동률도 크게 떨어졌다. 시멘트는 생산설비 규모가 크고 고정비 비중이 높은 장치산업이다. 공장이 덜 돌아갈수록 톤당 고정비 부담이 커져 판매량 감소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

특히 아파트와 비주거 건축물 신규 사업이 줄어들면서 시멘트 수요 감소가 본격화됐다. 이미 착공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물량으로 버티던 업계는 신규 착공 감소가 시차를 두고 출하량에 반영되면서 지난해부터 수요 절벽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선행지표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6월 건축 착공면적은 4004만㎡로 전년 동기보다 9% 증가했다. 주택 착공은 11만8005호로 14.4% 늘었다.

시멘트 수요가 실제 발생하기 전에 건축물이 먼저 착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 착공 이후 토공사를 거쳐 기초공사 단계에 들어가면 레미콘과 시멘트 투입이 본격화된다. 상반기에 증가한 착공 물량이 하반기 이후 실제 시멘트 출하량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별 흐름에서는 차이가 크다. 수도권 주택 착공은 전년보다 0.7% 줄었지만 비수도권에서는 40.7% 증가했다.

그동안 건설경기 회복 논의가 서울과 수도권 주택가격에 집중됐다면 시멘트업계 입장에서는 오히려 지방 착공이 중요할 수 있다. 전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시멘트업체에는 비수도권 공사 재개가 물류비 부담을 낮추면서 지역별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시장에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한 주 동안 0.08% 올랐고 수도권은 0.15%, 서울은 0.22% 상승했다. 경기 성남 중원구는 0.50%, 수원 권선구와 광명은 각각 0.47% 오르며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주택가격 상승이 곧바로 시멘트 출하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존 주택 거래나 가격 상승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착공이다. 시멘트업계가 최근 부동산 가격보다 건축·주택 착공 숫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이번 업황 회복이 과거와 다른 부분도 있다. 시멘트업체들은 수요가 줄어든 기간 동안 단순히 공장 가동을 줄이며 버틴 것이 아니라 생산원가 구조 자체를 손봤다.

한국시멘트협회가 제시한 올해 시멘트업계 설비투자 계획은 4297억원이다. 이 가운데 에너지 절약과 환경·안전, 유지보수 등을 위한 합리화 설비 투자는 3844억원으로 전체의 89.5%를 차지한다.

과거 업황 호황기에 생산능력 증설에 투자했다면 지금은 같은 공장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기 위한 설비에 돈이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변화가 대체연료다. 시멘트를 생산하려면 석회석을 고온에서 구워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열에너지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는 유연탄이 주요 연료로 사용됐다.

문제는 유연탄 가격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과 환율이 오르면 시멘트 제조원가가 급격히 높아진다. 판매가격을 즉시 올리기 어려운 구조에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이에 시멘트업계는 폐합성수지 등 순환자원을 유연탄 대신 연료로 활용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장과 이송, 투입, 연소 설비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대체연료의 효과는 두 가지다.

우선 값비싼 유연탄 구매량을 줄일 수 있다. 투입 연료 가운데 순환자원 비중이 높아질수록 국제 유연탄 가격과 환율 변동에 따른 원가 부담이 낮아지는 구조다.

여기에 폐기물을 받아 처리하면서 수수료 수익까지 발생한다. 과거에는 연료를 사면서 비용만 지출했다면 대체연료 비중이 높아질수록 연료비를 줄이는 동시에 폐기물 처리에서 별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시멘트업체 입장에서는 출하량이 늘지 않아도 톤당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폐열발전도 같은 맥락이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폐열을 회수해 전력을 생산하면 외부에서 구매해야 할 전력량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공장 자동화까지 확대되면서 인건비와 운영비 절감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결국 최근 수년간 시멘트업체가 투자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더 많이 만드는 공장'보다 '더 싸게 만드는 공장'을 구축하는 데 들어갔다.

이 변화는 수요가 다시 살아날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시멘트 생산량이 증가하면 고정비가 더 많은 판매량에 분산된다. 여기에 대체연료 사용으로 톤당 연료비가 낮아지면 판매량 증가와 원가 절감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다.

불황기에 출하량 감소로 이익이 빠르게 줄어들었던 것과 반대의 영업레버리지가 발생하는 셈이다.

업계가 상반기 착공 증가를 중요하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착공 증가가 실제 시멘트 출하량 반등으로 이어질 경우 공장 가동률 상승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와 대체연료 확대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가 겹칠 수 있다.

다만 아직 '업황 회복'을 선언하기에는 이르다.

지난해 내수 출하량이 3810만톤까지 떨어진 데 이어 올해도 약 3600만톤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수요 부진은 여전히 심각하다. 상반기 착공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추세적인 회복인지를 확인할 필요도 있다.

지역별 착공의 온도차 역시 변수다. 비수도권 주택 착공이 40% 넘게 증가했지만 수도권은 오히려 감소했다. 미분양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높은 공사비 등 건설업 전반의 부담도 완전히 해소된 상태가 아니다.

착공과 시멘트 출하 사이에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착공 신고가 늘었다고 바로 다음 달 시멘트 주문이 증가하는 구조는 아니다. 실제 공사가 진행되고 기초공사 단계까지 넘어가야 출하량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난다.

결국 올해 시멘트업계의 핵심 숫자는 출하량이다. 4000만톤 아래로 떨어진 시장이 어느 시점부터 방향을 돌리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다만 과거와 비교하면 반등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체질은 달라졌다. 수요 감소기에 대체연료와 폐열발전, 자동화 투자를 진행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작업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건설경기가 조금만 개선돼도 이익 증가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출하량이 늘어나는 만큼 매출이 증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동률 상승과 원가 절감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시멘트업계는 지금 '수요가 좋기 때문에 돈을 버는 산업'에서 '수요가 돌아왔을 때 더 많이 남길 수 있는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에 있다.

35년 만에 가장 적게 팔린 시멘트 시장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수요가 아니라 착공과 원가구조다. 상반기 늘어난 공사가 실제 시멘트 주문으로 넘어오기 시작한다면 길었던 건설 불황 속에서 비용을 줄여온 시멘트업체들의 이익 회복 속도는 출하량 회복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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