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병수 기자]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관리재정수지가 지난해 120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가 부채 역시 사상 처음으로 23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초부터 나타난 세수 결손 흐름까지 장기화할 경우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의 '국가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중앙정부)가 보유한 자산 총액은 2836조3000억원이다.
이는 전년인 2021년 2866조1000억원 대비 29조8000억원, 1.0% 감소한 것으로, 정부가 국가결산에 '재무결산'을 도입한 즉, 국가재무제표 작성을 시작한 2011년 이래 국가 자산 총액이 전년보다 감소하기는 지난해가 처음이다.
국가결산보고서는 감사원 결산검사를 거쳐 5월 말에 국회에 제출된다. 우리나라의 세입·세출과 재정, 국가채무 등을 확정하는 절차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철도 등 사회기반시설(SOC)이 11조9000억원 늘고 토지·건물 등 일반유형자산도 10조원 증가했지만, 단기매매증권을 비롯한 유동자산과 만기보유증권 등 투자자산이 각각 51조7000억원과 19조1000억원 줄어든 게 결정적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주식·채권 시장이 동반 하락하는 등 이례적으로 투자 환경이 나빠지며 국민연금기금 등이 평가 손실을 기록하고, 이에 따라 공적연금기금이 보유한 유동·투자자산이 크게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손실 규모는 △국민연금이 41조7000억원으로 가장 크고, 이어 △사학연금 1조5000억원 △공무원연금 1조3000억원 △군인연금 1000억원 순이다. 작년 국민연금이 기록한 연간 수익률 -8.22%는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재부는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운용 역량 강화와 투자 다변화 대책을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사상 첫 자산 감소 여파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또한, 지난해 역대 최대 폭의 감소를 겪었다.
지난해 국가재무제표상 부채는 2021년 2195조3000억원보다 130조9000억원, 6.0% 늘어난 2326조200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순자산은 510조원으로 2021년 670조7000억원보다 160조7000억원, 24%나 줄었다.
전년 대비 순자산 감소액과 감소율 모두 2013년 129조8000억원(-19.1%)을 넘는 역대 최대치다.
국가가 갚아야 할 나랏빚인 '국가채무(D1)'는 지난해 지방정부 채무 34조2000억원을 포함해 106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D1은 국가재정법 등에 따라 중앙과 지방 정부에 상환 의무가 있고 원리금 상환 일정이 확정돼 지급 시기 및 규모가 확정된 채무를 말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49.6%로 1년 전보다 2.7%포인트 올라갔다. 내년 국가채무는 GDP 대비 50.4%인 1134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1인당 채무는 2077만원을 기록, 2000만원 선을 돌파했다. 국가채무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3월 인구 수인 5,141만4,281만명으로 나눠 얻은 값이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사회보장성 지출)는 지난해 117조원 적자로,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세가 코로나19 회복세에 따른 법인세·소득세 증가로 전년 대비 51조9000억원 더 걷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씀씀이(지출)가 지나치게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해 코로나19 방역대응 등 1·2차 추경 여파로 회계·기금지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6조원이었고 여기에서 지방교부금, 공적 자금 상환, 채무 상환 등에 들어가는 돈을 뺀 세입이입·추경 재원은 2조8000억원이었다.
정부는 이번 결산을 계기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보다 엄중한 인식하에 재정준칙 법제화 등을 통해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