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자동차 등 트럼프 정부 관세 예상 업종 '흐림'
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좀처럼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90.8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2022년 4월(99.1)부터 3년 연속 기준선(100)을 밑도는 것으로, 지난 2월 발표치에 이어 최장기 연속 부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2월 BSI 실적치는 91.1로 조사됐으며, 2022년 2월(91.5) 이후 3년 1개월째 부진을 이어가면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3월 BSI 전망치를 1분기 기준으로 전환한 후 과거 1분기 수치와 비교해본 결과, 2025년 1분기 BSI 전망치는 87.5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64.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업종별 3월 경기전망을 보면, 제조업(95.1)과 비제조업(86.3) 모두 기준선을 밑돌며 동반 부진이 예상된다. 제조업 BSI(95.1)는 2024년 4월(98.4)부터 약 1년, 비제조업 BSI(86.3)는 올해 1월(84.9)부터 3개월 연속 기준선을 하회했다.
제조업 세부 업종(총 10개) 중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0.5), 전자 및 통신장비(105.6) 등 반도체 장비와 반도체 관련 업종은 비교적 높은 BSI를 기록해 업황 개선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비금속 소재 및 제품(108.3) 역시 업황 반등이 예측된다.
반면,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73.3),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88.2),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89.7), 식음료 및 담배(94.7), 석유정제 및 화학(96.3) 등은 기준선(100)을 하회했다. 나머지 2개 업종(의약품 등)은 기준선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가 예상되는 금속·금속가공 제품(89.7)과 자동차·기타운송장비(88.2)를 중심으로 부정적 심리가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이 중 철강이 포함된 금속·금속가공 제품 업종은 2024년 6월부터 10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비제조업 세부 업종(총 7개) 역시 정보통신(66.7), 전기·가스·수도(70.6), 운수 및 창고(73.9), 건설(81.0) 등 다수 업종에서 부진한 전망을 내놓았다. 도·소매 등 나머지 3개 업종은 기준선(100)에 걸쳤다.
건설 BSI는 2022년 9월(102.7) 이후 2년 6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한경협은 “장기화된 건설투자 부진이 소비심리 위축과 맞물려 국내 내수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3월 BSI 부문별 조사에서는 내수·수출·투자 모든 부문에서 기준선 미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트리플 악화’ 상황이라는 게 한경협의 설명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소비·투자 부진이 장기화되는 와중에 물가 불안과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내수·수출의 이중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대기업을 포함해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 범위를 확대한 내수 진작책 추진과 더불어 관세 등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민관 공동 협력 체계를 긴밀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