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의 반도체 인프라 지원 시급” “반도체 인재 확보 위해 해외 고급두뇌 국내유치 필요”
국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원연구단체 ‘국가 미래비전 포럼’(대표의원 조정식), 한국경제학회(회장 이근)와 공동으로 ‘한국형 반도체 지원정책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매년 반도체 산업에 5조5천억원을 지원할 경우, 지원하지 않는 경우보다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7조2천억원 이상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경제효과 분석을 맡은 김덕파 고려대 경제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반도체에 매년 GDP의 0.25%를 지원하면, 연간 성장률이 0.17%포인트(약 3조7천억원) 높아진다"며 "반면 지원이 없을 경우 R&D 투자 감소 등으로 성장률이 0.16%포인트(약 3조5천억원) 하락하는 만큼 실질 효과는 연간 7조2천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재정지출의 효율성에 대해 "▲민간 투자 유발, ▲반도체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경쟁력 강화, ▲관련 산업 성장 촉진 등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미국 등 경쟁국처럼 직접보조금 지급 방식을 우리 정부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는 반도체 팹 1기 건설 시 21조원이 소요되고, 이 중 8조원을 공장 건설(5조원)과 국산 장비(3조원)에 투입할 경우 전후방 산업에서 15조6천억원의 생산 유발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공 후 연간 10조원의 최종 수요를 충당할 경우 추가로 13조7천억원의 생산 유발효과가 더해진다.
특히 재정지원의 환류 효과도 강조됐다. 김 교수는 "GDP의 1%(약 22조원)를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면, 추가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국세 수입이 매년 약 4조~6조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5~6년이 지나면 지원금이 모두 환류된다"고 밝혔다.
이어 "HBM(고대역폭메모리) 기반 설비 투자 시에는 재정 환류 시점이 2~3년으로 단축될 수 있다"며 "HBM은 기존 DRAM 대비 시장가격이 3~5배 높아 수익성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BCG(보스턴컨설팅그룹) 김창욱 MD파트너도 "한국은 세제지원 중심의 간접적 지원에 그치고 있다"며 "대기업 특혜 논란을 넘어서 글로벌 첨단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산업에 직접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프라 지원과 인재 확보 방안도 논의됐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실장은 "기업들이 직접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인허가 지연 부담이 크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무탄소 에너지 인증 제도화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최재혁 서울대 교수는 "국내 인재 이탈 방지와 해외 고급 두뇌 유치를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업은 성과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체계를, 정부와 대학은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이규봉 반도체과장은 "반도체 산업 지원을 33조원으로 확대하고, 2026년까지 4조원 이상을 재정으로 투입할 계획"이라며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조정식 국가 미래비전 포럼 대표의원은 "반도체는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자산"이라며 "입법·예산·제도 설계에서 국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1분기 역성장 소식에 산업계도 충격을 받았다"며 "정치권이 반도체를 비롯한 전략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