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올 하반기 대기업 채용시장이 지난해보다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청년 취업률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규 채용을 계획하지 않거나 아직 확정하지 못한 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1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1곳 중 62.8%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57.5%)보다 5.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미정’은 38.0%, ‘없음’은 24.8%로 조사됐다.
채용을 계획한 기업 중에서도 규모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37.8%로, 지난해보다 20.2%포인트 증가했다. 늘리겠다는 기업은 24.4%,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기업은 37.8%였다. 한경협은 “채용계획이 없는 기업 비중이 늘고, 축소하겠다는 기업이 두 배 이상 증가해 채용시장이 지난해보다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건설·토목(83.3%), 식료품(70.0%), 철강·금속(69.2%), 석유화학·제품(68.7%) 순으로 채용계획이 미정이거나 없는 비중이 높았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규모를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수익성 악화 대응을 위한 경영 긴축’(56.2%)**이었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인건비 증가 등 비용 부담(12.5%),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와 고환율에 따른 경기 부진(9.4%) 등이 꼽혔다.
반면 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미래 인재 확보(45.4%), 신산업·신직군 인력 수요 증가(36.4%), 기존 인력 이탈에 따른 충원(18.2%)을 이유로 들었다.
신규 채용 과정의 어려움으로는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 인재 부족(29.4%), 조기퇴사자 발생(24.0%), 채용 과정 이탈(19.3%), 허수 지원자 증가(14.7%) 순으로 나타났다. 인력 확보가 특히 어려운 직군은 연구·개발(R&D)(35.9%), 전문·기술직(22.3%), 생산·현장직(15.9%)으로 조사됐다.
대졸 신규채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로는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고용 확대 유도(38.9%) ▲고용 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22.3%) ▲신산업 성장동력 분야 지원 강화(10.7%) ▲구직자 역량과 기업 채용 수요 간 미스매치 해소(10.7%) 등이 제시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전통 주력 산업은 활력을 잃고 신산업 분야는 아직 고용을 확대할 만큼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며 “노조법·상법 개정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만큼 정부와 국회는 규제 완화와 투자 지원을 통해 기업의 고용 여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연수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