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8%서 1.0%로 하향…물가상승률은 4.2% 전망
[더파워 이경호 기자] 중동 위기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한국 경제의 성장과 물가를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는 해외 기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0%로 낮춰 제시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포함된 국내외 40여개 기관 가운데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대 초반까지 끌어내린 것은 나틱시스가 처음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2.0%의 절반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1.7%보다도 0.7%포인트 낮다. 나틱시스는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2%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나틱시스는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 아시아 국가들이 중앙은행이 대응하기 어려운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공급 충격을 반영해 성장 전망을 큰 폭으로 낮췄으며, 아시아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을 뜻한다.
이 회사는 지난달 18일 다른 보고서에서도 한국 경제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핵심 위험 요인으로 짚었다.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GDP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과 함께 태국, 싱가포르, 대만 등이 에너지 비용 상승에 가장 크게 노출된 국가로 거론됐고, 정부가 비용 상승분을 흡수할 경우 재정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은 사실상 끝났고, 중앙은행이 더 매파적인 기조를 취한 뒤 결국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했다.
영국의 리서치 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한국 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았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0.4%포인트 내렸다.
이 회사는 에너지 순수입국인 한국이 중동 위기와 이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에 크게 노출돼 있으며, 교역조건 악화 충격이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키워 정책 운용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높은 에너지 비용이 소비지출과 투자를 짓누를 것이라며 성장률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해외 기관들의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향후 경제전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시점에서 이란 사태가 종결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에너지 인프라가 파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경우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고, 그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