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 분류 예고…외국인·기관 신뢰 회복이 핵심
3분기 이벤트 공백 후 10월 ESMO·4분기 기술이전 기대감 부각
[더파워 이경호 기자] 제약·바이오주가 하반기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주요 수혜 업종으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과거처럼 업종 전체가 동반 상승하는 흐름보다는 기술력, 임상 단계, 기술이전 이력, 거래 규모를 갖춘 종목으로 수급이 쏠리는 ‘선별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핵심 변수는 코스닥 승강제다. 코스닥 상장사 약 1800개를 프리미엄, 스탠다드, 관리군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도입의 목적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있다. 구체적인 선정 조건은 이르면 9~10월 발표되고, 시행은 내년 상반기부터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 제도가 코스닥 바이오주의 수급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프리미엄군 편입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는 정책 기대감과 기관 수급이 먼저 반영될 수 있지만, 조건 충족 가능성이 낮거나 단기 급등 부담이 큰 종목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22년부터 시행된 코스닥 세그먼트 제도가 기준점으로 언급된다. 세그먼트 제도는 임상 1상 이상 복수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 가운데 신약 허가, 기술이전 실적,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을 주요 조건으로 삼고 있다.
새 승강제는 기존 세그먼트와 구분되는 기준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특정 기간 내 벌점, 주가 하락폭, 공매도 비중 등 네거티브 조건이 더해질 수 있고, 기술이전 기준도 더 명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단순 기대감만으로 움직이는 기업보다 실제 성과와 자본시장 신뢰도를 함께 갖춘 기업이 유리해질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코스닥 세그먼트 기준 편입 종목으로는 동국제약, 리가켐바이오, 알테오젠, 에스티팜, 에이비엘바이오, 올릭스, HK이노엔 등이 거론된다. 이들 기업은 향후 프리미엄군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다만 투자 기회가 프리미엄군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프리미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 안에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스탠다드군 후보가 리밸런싱 기대감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 정책 수혜가 확정된 종목과 조건 충족 기대가 남아 있는 종목 사이에서 수급이 단계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시점상으로는 3분기보다 4분기가 더 중요해 보인다. 3분기는 전통적으로 글로벌 빅파마의 기술이전 건수가 적고, 주요 학회 이벤트도 많지 않아 기업별 개발 현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간이다. 반면 4분기에는 기술이전과 학회 이벤트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10월 유럽종양학회(ESMO)가 하반기 바이오주 이벤트의 중심으로 제시된다. 보고서는 ESMO 초록 관련 사전 통보 시점인 9월 중순부터 관련 기업들의 주가 이벤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10월 이후에는 학회 발표와 기술이전 기대가 맞물리며 종목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다른 주도 업종의 상승 탄력이 둔화될 때 제약·바이오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연초 이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업종이라는 점도 반등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이 큰 종목부터 수급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에서는 한미약품이 주요 관심 종목으로 제시됐다. 비만·대사질환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릴리향 기술이전 기대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에피노페그듀타이드 반환 우려에 따른 주가 하락 폭도 과도했다는 분석이다.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수급 회복 시 먼저 주목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코스닥에서는 알테오젠, 올릭스, 리가켐바이오가 주요 후보로 꼽혔다. 알테오젠은 MSD 실적 발표에서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 관련 매출 성장 흐름 확인이 기대되고,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릭스는 R&D 데이를 통해 비만, 탈모치료제, 중국 한소제약과의 협업 현황 등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리가켐바이오는 국민성장펀드 5000억원 투자 유치 이후 하반기 연구개발 이벤트와 파이프라인 진전 여부가 주목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도 인수합병과 기술이전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릴리, 애브비,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다케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바이오텍 인수와 공동개발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면서 기술 플랫폼과 후기 임상 자산에 대한 수요는 유지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에도 기술이전 기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배경이다.
결국 하반기 제약·바이오주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코스닥 승강제 기준이 어떤 방식으로 확정되는지다. 둘째, 프리미엄군 편입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실제 기관·외국인 수급이 유입되는지다. 셋째, 9월 이후 학회와 기술이전 이벤트가 개별 기업의 주가 재평가로 이어지는지다.
제약·바이오주는 기대감만으로 움직이던 구간을 지나고 있다. 정책 수혜 가능성은 커졌지만, 제도 도입은 오히려 종목 간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하반기 바이오주는 업종 전체의 반등보다 프리미엄 후보, 기술이전 가능성, 임상 이벤트를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