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본부 회의서 재도약 대책 논의…회생인가 기업 구조개선자금 확대·사업전환 5종 패키지 추진
[더파워 이경호 기자] 정부가 위기 중소기업을 사후에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징후를 미리 포착하는 체계 구축에 나선다. 25만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AI 기반 위기경보알림 시스템을 추진하고, 회생인가 기업까지 구조개선자금 지원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장차관이 참석했다.
구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5월 경상수지는 월간 역대 최대인 386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5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1412억8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실적 1230억5000만달러를 5개월 만에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유가 흐름도 언급했다. 구 부총리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최고가격제 인하 조치 영향으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3개월여 만에 1800원대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4월 18일 리터당 2001.5원에서 7월 6일 1897.1원으로 낮아졌고, 경유 가격은 4월 24일 2000.5원에서 7월 6일 1884.6원으로 하락했다.
다만 정부는 거시 지표 개선만으로 상황을 낙관하지는 않았다. 구 부총리는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으며, 물가 상승 압력과 고용 둔화 등 중동전쟁 여파에 따른 민생경제 부담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생안정과 구조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구 부총리는 정부가 경각심을 유지하면서 민생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구조혁신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특히 ‘3대 메가프로젝트’를 국가 총력전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구 부총리는 과거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IT 혁명보다 더 큰 역사적 의미가 있을 수 있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신속히 추진해 글로벌 초격차 경쟁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가 선정된 만큼 인허가 등 후속 행정절차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부는 반도체 호조 등 거시여건 변화에 대응하고 잠재성장률 반등, 양극화 극복 등을 목표로 하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동전쟁 관련 대응상황 점검과 함께 중소기업 재도약 지원 대책, 철강산업 수요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중소기업 대책의 핵심은 위기 징후를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잡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전체 위기관리 대상 중소기업 25만개를 대상으로 AI 기반 중소기업 위기경보알림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 배경에는 중소기업 위기 심화가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한계 중소기업 비중은 2020년 6.5%에서 2024년 8.8%로 높아졌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이다.
2024년 기준 업력 7년 초과 법인 중소기업 10만9740개 가운데 위기징후 기업은 5만5000개로 전체의 50.0%를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성장위기 기업이 2만7000개, 재무위기 기업이 1만2000개, 복합위기 기업이 1만6000개였다.
법인 파산과 회생 신청도 증가했다. 법인 파산 신청은 2021년 955건에서 2025년 2282건으로 늘었고, 회생 신청은 같은 기간 717건에서 1321건으로 증가했다. 한계기업 가운데 5년 연속 한계 상태인 기업 비중은 2022년 14.2%에서 2024년 22.6%로 높아졌다.
정부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위기기업을 선별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2024년 한계 중소기업 중 45.0%는 매출 증가 기업으로 파악됐다.
AI 기반 위기경보알림 시스템은 기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융자지원기업 6만개 중심의 조기경보 체계를 25만개 중소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재무, 금융, 대표자 신용 등 정형 데이터에 뉴스, 산업 리포트, 공시, 검색 트렌드 등 비정형 데이터를 결합해 위기징후를 분석한다.
정부는 기업별 위기징후지수를 산출해 정상, 주의, 예비경보, 경보 등 4단계로 판정하고, 위기징후 기업에 메신저와 문자메시지로 위기경보알림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후 상담, 현장 진단, 구조개선, 사업전환 지원으로 연결한다.
재무위기 기업 지원도 확대된다. 정부는 금융권 대상 상생금융지수 평가 항목에 중소기업 채무조정 비중을 신설하기로 했다. 원리금 감면, 출자전환, 상환 유예, 만기연장, 부실채권 소각·매각 등이 채무조정에 포함된다.
구조개선자금 지원 대상도 넓힌다. 기존에는 회생절차 종결 후 5년 이내 기업이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회생계획 인가 기업까지 포함한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회생인가 기업에도 구조개선자금 지원 문을 여는 것이다.
회생 전 단계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법원과 협업해 비공개 방식의 회생 전 자율구조조정 제도인 Pre-ARS 이용을 활성화하고, 채무조정안 수립과 법원·채권자 대응을 위한 전문가 자문을 지원한다. 채무조정 협상지원은 최대 3000만원 이내에서 이뤄진다.
성장위기 기업에는 사업전환 지원을 붙인다. 정부는 유망 신사업 분야 사업전환 승인율을 2025년 59%에서 70%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신사업 분야에는 5극 3특 성장엔진과 지역주력산업 분야를 추가 우대한다.
사업전환 지원은 기술, 인력, 제조, 금융, 판로 등 5종 정책패키지로 구성된다. 신사업 전환 기술개발 R&D, AI 문제해결형 훈련, 스마트제조 전문인력 지원, 로봇활용 제조혁신, 정책자금·보증 우대, 수출지원사업 연계 등이 포함된다.
금융 부문에서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1조원 규모의 재도전 펀드를 조성한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전환기업, 구조개선자금 수혜기업, 재창업기업 등에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대기업과 협력사가 함께 움직이는 공동사업전환도 추진한다. 공급망 상위기업인 대기업·중견기업의 신사업 진출 계획과 연계해 협력 중소기업이 함께 사업전환을 추진하는 구조다. 피지컬AI·로봇, 자동차, 조선, 에너지 등이 예시 분야로 제시됐다.
철강산업 대책도 회의 안건에 올랐다. 정부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보호무역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산업의 신규 수요를 확보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품질 소재 활용 확대와 수요기업·공급기업 연계 지원을 추진한다.
수입 철강재에 대해서는 쇳물생산지, 즉 조강국 정보 제출을 의무화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불공정 수입제품의 우회반입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철강산업 기술개발에는 국비 약 5000억원이 투입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3088억원, 10대 고부가 특수강 기술개발에 약 2000억원을 투입한다. AI를 활용한 공정개선과 안전투자 지원도 강화한다.
산업·고용위기 지역 지원도 이어간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은 포항, 광양, 당진이며,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은 포항, 광양, 인천 동구다. 정부는 7월 중 위기대응사업 지원 대상을 추가로 발굴할 계획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