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연 2.50%서 2.75%로 0.25%p 올려…8연속 동결 종료, 한미 금리차 1.00%p로 축소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웃도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 수도권 집값 상승, 고환율 부담이 겹치자 8차례 연속 동결 흐름을 끝냈다.
한은 금통위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인상은 2023년 1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올린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어진 8차례 연속 동결 기조도 마무리됐다.
한은은 앞서 2024년 10월과 11월, 지난해 2월과 5월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포인트 내렸다. 이후 가계부채와 환율, 물가 흐름을 지켜보며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해왔다.
금리 인상 배경에는 물가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2.0%에서 3월 2.2%, 4월 2.6%로 높아진 뒤 5월 3.1%, 6월 3.2%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3%대를 나타내며 한은 물가안정목표인 2.0%를 크게 웃돌았다.
생활물가 상승률도 높아졌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월 1.8%에서 3월 2.3%, 4월 2.9%, 5월 3.3%, 6월 3.4%로 올랐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6월 2.5%로 상승했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한 점도 물가 압력을 키웠다.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직전 배럴당 72달러 수준에서 4월 말 126달러까지 치솟았다. 한은은 유가 상승이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다른 품목 가격에도 영향을 주는 2차 파급 효과를 우려해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앞서 물가 부담을 직접 언급했다. 신 총재는 지난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 성장세 개선, 금융안정 리스크 증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 흐름이 개선된 점은 금리 인상의 부담을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이 상향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14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이는 한은의 5월 전망치인 2.6%보다 0.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8%를 기록했다.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명목 기준 성장률도 10.5%로 집계됐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 호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보고 있다. 성장세가 개선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낮은 금리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은 이전보다 줄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도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준 요인이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7조6000억원 늘었다. 이는 2024년 8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금융권 전체로 보면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가폭도 1월 1조4000억원, 2월 2조9000억원, 4월 3조5000억원, 5월 9조3000억원 등으로 확대됐다. 6월에는 한 달 새 8조3000억원 늘었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부동산원의 6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택종합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03% 올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21%로 전월 1.06%보다 높아졌다.
신 총재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함께 수도권 주택가격의 상승세 재확대 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 누증 위험 등은 불안 요인”이라고 밝혔다.
환율도 변수였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80원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달 초에는 1560원대까지 오른 바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도 이번 결정으로 줄었다. 한국 기준금리가 연 2.75%로 오르면서 미국 기준금리 연 3.50~3.75%와의 격차는 상단 기준 1.00%포인트가 됐다. 기존 1.25%포인트에서 0.25%포인트 축소됐다.
한미 금리차가 줄어든 것은 2023년 3월 이후 약 3년 4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금리차 축소는 원화 약세 압력을 줄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움직임도 긴축 쪽으로 기울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달 11일 정책금리를 인상했고, 일본은행도 지난달 정책금리를 1% 정도로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에서는 연내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 관심은 추가 인상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한은이 물가와 환율, 가계부채 흐름을 지켜보며 8월이나 10월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금통위원들의 5월 28일 기준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에서는 전체 21개 점 가운데 19개가 연 2.50%보다 높은 지점에 찍혔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