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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올라도 PER 10배 아래…K뷰티 ‘저평가 역설’ 시작됐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8-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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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알 올해 매출 전망 3조원대로 상향…북미·유럽 성장 가속
코스맥스·한국콜마 등 ODM 하반기 매출 30%대 증가 가능성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
[더파워 이경호 기자] K뷰티 기업들의 주가가 다시 움직이고 있지만 실적 전망은 그보다 더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성장세가 유럽과 중동, 중남미 등으로 확산되면서 화장품 업체들의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는 가운데 일부 제조업체의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업종은 2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실적 전망과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개선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에이피알을 비롯해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펌텍코리아 등 브랜드·ODM·용기 업체 전반에서 하반기 실적 상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에이피알이다. 회사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올해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기존 2조1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높였다. 하나증권 추정치는 이보다 조금 높은 3조676억원으로, 지난해 1조5273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621억원에서 올해 7669억원으로 11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성장의 중심은 해외다. 에이피알의 올해 북미 매출은 1조491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5% 증가하고, 유럽 매출은 5513억원으로 390%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국내 매출은 2725억원으로 10% 감소할 전망이다. 매출 구조가 국내에서 해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 유통망도 넓어지고 있다. 메디큐브는 미국 아마존 프라임데이 뷰티 상위 100개 제품 가운데 11개를 올렸고, 타겟과 월마트에 이어 코스트코 입점을 앞두고 있다. 유럽에서도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제품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것 아니냐는 점이다. 하지만 실적 전망이 더 빠르게 상향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에이피알의 실적 추정치 조정 이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7배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연초 30배를 넘나들던 것과 비교하면 실적 증가가 주가 상승분을 상당 부분 흡수한 셈이다.

ODM 업체들도 비슷한 흐름이다. 하나증권이 제시한 하반기 가안 기준으로 코스맥스의 국내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3%, 한국콜마는 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펌텍코리아도 38% 증가가 전망됐고 제닉은 17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상반기와 비교해도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각각 9%, 펌텍코리아는 19%, 제닉은 44% 늘어날 가능성이 제시됐다.

실적 전망이 현실화되면 일부 ODM·용기 업체의 12개월 선행 PER은 10배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이 25~30배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화장품 업종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는 배경에는 수출 시장의 변화가 있다. 과거 K뷰티 성장의 중심이 중국이라는 단일 시장이었다면 현재는 미국에서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구조다. 하나증권은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화장품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25%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개별 업체에서도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 잇따르고 있다. 네오팜은 2분기 매출 436억원, 영업이익 98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보다 36%, 4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였던 90억원을 웃돌았고 매출은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강기능식품 ODM 업체인 코스맥스엔비티도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2분기 매출은 10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2% 늘었고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237.3% 증가했다. 국내뿐 아니라 호주 사업 개선과 수출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올해 연간 매출은 4032억원으로 40.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주가 흐름도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보고서 기준 최근 1주일간 화장품 업종지수는 14.8% 상승했다. 에이피알은 20.2%, 코스메카코리아는 21.7%, LG생활건강은 16.2%, 실리콘투는 15.8%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5.1%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다만 모든 업체의 실적이 같은 속도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콜마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944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 952억원과 비슷하고, 코스맥스도 696억원으로 컨센서스와 같은 수준이다. 코스메카코리아와 펌텍코리아 역시 실적 개선 폭과 밸류에이션에는 차이가 있다.

결국 화장품 업종의 다음 주가 흐름은 단순한 수출 증가보다 실적 추정치가 얼마나 더 올라가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K뷰티 수요가 유럽과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ODM·용기 업체의 하반기 주문 증가가 실제 매출로 확인될 경우, 주가가 오른 뒤에도 이익 증가로 PER이 다시 낮아지는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

하나증권은 향후 화장품 업종이 주당순이익(EPS) 증가와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난해까지 주가를 눌렀던 밸류에이션 부담보다 해외 시장 확대와 실적 상향이 더 큰 변수로 떠오르면서 K뷰티의 투자 포인트도 ‘수출 기대감’에서 ‘실적 확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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