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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줄여준 시간 60%, 다시 업무에…직장 ‘일의 방식’ 바뀐다

이우영 기자

기사입력 : 2026-09-0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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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자 64.6% “AI 활용 뒤 업무 수행 방법·내용 변화”
AI로 생긴 여유시간 59.7% 결과물 수정·검토에 다시 투입
업무 완전 대체 5.2%·새 업무 발생 3.0%…아직은 ‘재구조화’ 단계
3년 뒤 숙련자 역할·관리자 AI 리더십 강화 전망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이미지 확대보기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더파워 이우영 기자] 인공지능(AI)이 직장에 들어온 뒤 가장 먼저 바뀌고 있는 것은 일자리 숫자보다 ‘일하는 방법’인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활용해 확보한 시간도 휴식보다는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거나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는 데 다시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 내부에서는 단순 업무를 AI에 맡기고 사람이 검토·판단·조정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재편되면서 숙련자와 관리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IT 개발직과 시각·디지털 디자인직, 일반사무직 종사자 305명을 대상으로 AI 활용 이후 업무환경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6%가 ‘업무 수행 방법 또는 내용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여러 업무 사이의 수행 빈도가 변했다는 응답은 26.6%, 업무별 중요도가 달라졌다는 응답은 12.1%였다.

반면 AI가 기존 업무를 완전히 없애는 수준의 변화는 아직 제한적이었다. ‘업무 중 일부를 AI로 대체해 이제는 수행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2%, ‘새로운 업무가 발생했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연구진은 현재 AI 전환이 기존 직무 자체가 사라지고 새로운 직무로 교체되는 단계라기보다 업무 내용과 절차, 역할과 책임이 다시 조정되는 ‘일의 재구조화’ 단계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단순 반복 업무를 AI에 넘기는 자동화에서 한발 더 나아갔지만, 인간과 AI의 역할 자체가 완전히 새롭게 정의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AI를 가장 많이 활용한 분야는 자료 검색과 정리였다. 조사 대상의 73.8%가 AI를 자료 검색·정리에 사용했고 아이디어 발굴·기획·전략 수립이 44.6%, 글쓰기 34.1%, 프로그래밍 등 IT 개발 업무 27.9%, 이미지·영상 생성 27.5%, 데이터 분석 24.6%, 번역·외국어 작문이 22.3%로 뒤를 이었다.

직무별로는 활용 방식이 뚜렷하게 달랐다. IT 개발직은 프로그래밍 등 개발 업무에 AI를 사용한다는 응답이 75.2%로 가장 많았고 자료 검색·정리도 71.3%에 달했다. 시각·디지털 디자인직에서는 아이디어 발굴·기획·전략 수립이 69.6%, 이미지·영상 생성이 65.7%였으며 일반사무직에서는 85.3%가 자료 검색과 정리에 AI를 활용했다.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이용 수준 자체는 아직 초·중급에 집중돼 있었다. 응답자의 44.6%가 자신의 AI 활용 수준을 ‘중급’, 40.3%가 ‘초급’이라고 평가해 두 집단을 합친 비중이 84.9%에 달했다.

실제 근무시간 가운데 AI를 사용하는 비중도 아직 크지 않았다. AI 사용시간이 전체 근무시간의 5% 미만이라는 응답은 38.0%, 5% 이상 15% 미만은 36.7%로 전체의 74.7%가 근무시간의 15% 미만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AI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높았다. 업무에서 AI가 ‘대체로 필요하다’는 응답이 39.3%, ‘매우 필요하다’가 22.6%로 62.0%가 AI 활용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AI를 신뢰한다는 응답도 42.3%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 9.8%를 크게 웃돌았다.

AI 활용에 따른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 대목은 ‘절약한 시간을 어디에 다시 쓰느냐’였다. AI 활용으로 여유시간이 생겼다는 근로자 가운데 59.7%는 업무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수정·검토 등 후작업에 해당 시간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업무 관련 아이디어 구상이나 기획·전략 수립에 사용한다는 응답은 42.6%, 업무 관련 정보탐색은 37.4%, 자기계발·학습은 21.0%였다. 반면 취미나 가족과의 시간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사용한다는 응답은 5.9%에 그쳤다.

AI가 시간을 절약해 줘도 그 시간이 그대로 노동시간 감소로 이어지기보다는 업무의 완성도를 높이거나 더 높은 단계의 일을 수행하는 데 다시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AI를 통해 만들어진 생산성 향상과 여유시간을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봤다.

AI 활용에 따른 업무 역량 변화에서는 효율성 개선 효과가 가장 컸다. 5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 업무 효율성 향상이 3.40점으로 가장 높았고 문제해결 역량이 3.15점, 생산성이 3.14점이었다. 창의성 향상은 2.79점, 협업 역량은 2.37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체적인 역량 향상도는 평균 2.97점이었다. 직무별로는 IT 개발직이 3.11점으로 가장 높았고 일반사무직 2.96점, 시각·디지털 디자인직 2.85점 순이었다. AI 활용이 현재 단계에서는 조직 전체의 협업방식 혁신보다 개인 단위의 업무 효율화와 문제 해결에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할수록 업무 역량 향상 수준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활용 수준과 사용시간, 필요도, 신뢰도를 합쳐 계산한 ‘AI 활용 적극도’는 100점 만점에 평균 63.5점이었다. IT 개발직은 70.4점으로 시각·디지털 디자인직 60.9점, 일반사무직 59.3점보다 높았다.

다중회귀분석에서도 AI 활용 적극도가 높을수록 생산성과 효율성, 문제해결 능력 등을 종합한 업무 역량 향상 수준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졌다. 특히 AI를 1년 이상 사용한 집단과 IT 개발직에서 적극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대편에서는 새로운 부담도 생겼다. AI 활용 근로자의 52.1%는 새로운 AI 기술을 계속 습득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고 38.7%는 일자리 대체에 대한 불안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AI가 효율성과 성취감을 높이는 동시에 기술 변화에 뒤처질 수 있다는 압박도 함께 키우고 있는 것이다.

조직 안의 역할 배분도 앞으로 더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와 3년 뒤를 비교한 결과 변화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 항목은 경력 4년 차 이상 PM급·중급 이상 숙련자의 역할 강화로 0.75포인트 차이가 났다.

중간관리자의 AI 리더십 중요성 증가는 0.73포인트, 다양한 업무능력을 요구하는 다기능화는 0.66포인트, 주니어급 직원의 역할 감소는 0.61포인트, 근로자 간 업무능력 차이 확대는 0.58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AI가 단순 자료정리와 기초 분석, 초안 작성 같은 업무를 보조할수록 숙련자는 결과를 검토하고 여러 업무를 연결하며 최종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더 많이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 중간관리자도 인력만 관리하는 데서 벗어나 어떤 업무를 AI에 맡기고 누가 결과를 검증할 것인지 결정하는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인사관리 변화는 아직 초기 단계였다. 조직 차원에서 AI에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은 67.9%였지만 가장 일반적인 대응은 AI 교육훈련 실시로 41.3%였다. 인프라·시스템 구축이 36.4%, AI 구독료 등 경제적 지원이 33.4%였고 직무 재배치나 AI 조직 신설 등 조직구조 재편과 AI 전문인력 채용·인사평가 반영 등 인사관리 변화는 각각 8.5%에 그쳤다.

다만 3년 뒤에는 채용과 평가 과정에서 AI 활용 능력을 반영하는 흐름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신입사원 채용 때 AI 활용 역량을 평가하거나 인사평가에 AI 사용 능력과 성과를 반영하고 AI 도입·운영을 담당할 전문인력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AI 활용 능력이 일부 IT 직군만의 기술이 아니라 일반 직무역량 가운데 하나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 근로자의 경험에서도 AI 활용은 단순한 시간 절약을 넘어 자신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연결되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패널 자료에서 학력과 경력, 산업·직업, 기업 규모 등 관측 가능한 특성을 비슷하게 맞춰 비교한 결과 AI 활용 청년의 자기발전 만족도 변화는 비활용자보다 0.132포인트 높았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를 AI 사용의 확정적인 인과효과가 아니라 두 집단 사이에서 확인된 관련성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전환이 현재 직장에서 만들고 있는 변화는 ‘일이 없어지는 것’보다 ‘일의 기준이 높아지는 것’에 더 가깝다. AI가 초안을 만들고 정보를 정리할수록 사람에게 남는 업무는 검증과 판단, 기획, 조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절약된 시간 역시 다시 업무성과를 높이는 데 쓰이면서 AI가 노동을 줄이는 도구인지,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결과를 요구하는 도구인지에 대한 새로운 과제도 함께 생기고 있다.

이우영 더파워 기자 leewy1986@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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