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서 전 부문 'A'...빅테크 기업과의 경쟁 승리가 향후 최대 과제
이미지 확대보기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리더십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최종 3연임을 확정지었다. [사진제공=KB금융지주]
[더파워=김필주 기자] 대규모 환매 중단을 불러온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 사태로 인해 지난해 금융업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이 여파로 금융당국은 최근까지도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 금융기관과 각 기관 수장 등에게 제재 조치를 내리는 모습이다. 이 같은 살얼음판 속에서 금융가에서는 한 해 동안의 실적 및 리더십 등을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한 CEO들이 있다. 더파워뉴스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업무능력을 인정받은 금융가 장수 CEO들을 소개한다.
지난해 9월 16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당시 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로 윤 회장을 선정한 것에 대해 “6년 임기 동안 KB금융그룹을 리딩그룹으로 이끌고 비은행·글로벌 부문에서 성공적인 합병을 달성해 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말 KB금융지주는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윤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은 3연임을 최종 확정지으면서 금융가 장수 CEO 대열에 합류했다.
임시주총에서 3연임이 최종 확정되자 윤 회장은 “고객에게 가장 사랑받는 넘버원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 “핵심 경쟁력 기반 사업 모델 혁신, 금융플랫폼 혁신, 글로벌 진출 확대,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경영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등 창의적·개방적 조직으로 진화해 나가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윤 회장의 임기는 2023년 11월까지다.
M&A 통한 수익다변화·구조조정 등 통해 리딩금융그룹 위상 탈환 성공
1955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윤 회장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과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각각 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한국외환은행과 삼일회계법인 등을 거친 그는 지난 2002년 KB국민은행 재무전력본부 본부장을 맡으며 KB금융그룹과 연을 맺었다.
2004년 KB국민은행 개인금융그룹 대표를 맡았던 윤 회장은 2010년 KB금융지주 CFO(최고재무관리자) 및 CRO(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에 올라선데 이어 지난 2014년 11월 마침내 KB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다.
KB금융지주 수장에 오른 그는 가장 먼저 신한금융지주에 뺏긴 리딩금융그룹 위치를 탈환하고자 노력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08년 업계 1위에 오른 뒤 지난 2017년까지 연속 9년간 리딩금융그룹 위상을 유지했다.
먼저 윤 회장은 은행 부문에 몰린 수익성을 다변화하기 위해 비은행 부문인 LIG손해보험(현 KB손보)을 지난 2015년 6월말 6450억원에 인수했다. 이듬해인 2016년 5월말에는 현대증권을 최종 인수한 뒤 같은해 7월 사명을 ‘KB증권’으로 변경했다. 이 결과 지난 2016년 KB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에서 1조179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이는 같은 시기 신한금융지주 비은행 부문 순이익 1조1085억원에 비해 약 700억원 더 많은 수준이다.
윤 회장은 영업점 축소·인력 재조정 등 구조조정도 과감히 단행했다. 윤 회장이 취임한 2014년말 KB국민은행의 임직원 수는 약 2만명 수준이었으나 2018년 9월에는 약 1만6000명까지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영업점 수는 1150개에서 1050개까지 축소됐다.
이러한 노력 결과 지난 2017년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9년만에 업계 1위 탈환에 성공하게 된다. 이때 공로를 인정받은 윤 회장은 무리 없이 첫 연임을 확정지었다.
다시 뺏긴 왕좌 찾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해외진출 강화 등 와신상담
하지만 KB금융지주는 왕좌에 오래 앉아 있지 못했다. 이듬해인 지난 2018년 신한금융지주가 KB금융지주(3조689억원)보다 878억원 많은 3조156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업계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이에 윤 회장은 와신상담하며 해외시장 진출·공략 및 지배구조 개선 등에 집중했다.
윤 회장은 본인 취임 이후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던 해외 기업설명회(IR)를 2018년 7월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연데 이어 같은 해 11·12월에는 각각 미국과 일본에서도 해외 기업설명회를 개최해 해외투자자와의 접점을 넓혀나갔다.
KB금융그룹 계열사들도 해외시장 공략 강화에 나섰다. 지난 2017년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한 KB자산운용은 이듬해인 2018년 9월 중국 상하이에 현지법인 ‘상하이 카이보 상무자문 유한공사’를 설립했다. 당시 윤 회장은 중국 상하이까지 날아가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1년 뒤인 2019년 9월 KB자산운용은 베트남 호치민에 3번째 해외지사를 열면서 해외시장 공략을 점점 강화했다.
2018년 5월 KB국민은행은 런던현지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하면서 현지 공략에 나섰다. 또 같은해 7월 인도네시아 현지 소매금융 전문은행인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인수하면서 2대주주에 올라섰다.
2019년 12월에는 캄보디아 최대 예금수취가능 소액대출 금융기관(MDI)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Prasac Microfinance) 지분 70%를 약 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뒤 작년 4월 지분 인수를 끝마쳤다.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캄보디아 내 177여개 영업망을 갖춘 현지 최대 예금수취가능 소액대출금융기관이다.
KB증권은 2019년 1월 베트남법인 KBSV(KB Securities Vietnam) 사이공지점을 열었고 KB국민카드는 작년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자동차·오토바이·내구재 할부금융 사업 등을 영위하는 여신금융전문회사 ‘PT 파이낸시아 멀티 파이낸스(PT Finansia Multi Finance)’ 지분 80%를 879억7200만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12월 KB금융지주는 글로벌 185개 회원국 및 100여개 국가에 사무소를 낸 세계은행 산하 기관 IFC와 포괄적 업무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B금융지주와 IFC는 업무협약을 통해 인도네시아·미얀마·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포용적 금융 확대를 위한 상품 공동개발 및 자금조달·공동투자 등의 분야에서 상호간 업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 회장은 ESG 경영 강화도 적극 추진했다. 2018년 2월 윤 회장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 참석해 사외이사후보추천 과정상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해 앞으로 더 이상 사추위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계기로 KB금융지주는 차기 지주사 회장·계열사 대표 등을 선정하는 지배구조위원회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와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로 기능을 나누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은 자신을 비롯해 향후 현직 회장도 회추위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지배구조 평가에서 KB금융지주는 2018·2019년 2년 연속 금융기관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KB금융지주는 ESG 평가에서 모든 부문 A+ 등급을 획득했다.
이 기세를 몰아 지난해 초 윤 회장은 ESG 경영을 위해 사내·외 이사 9명으로 구성한 ‘ESG위원회를 설립·운영하기로 결정했다. ESG위원회는 그룹 내 ESG전략·정책수립, ESG추진현황 등을 관리·감독한다. 또한 KB금융그룹은 지주·계열사 임원 평가시 친환경 캠페인 횟수, 탄소배출·전기사용량 감소 목표달성 여부, ESG 관련 기업 투자·공동사업 등 ESG 성과를 반영하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KB금융그룹은 지난해 11월 다우존스 지속가능 경영지수(DJSI) 최고 등급인 월드지수에 편입되면서 ESG분야 국내 은행권 1위에 선정됐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연속으로 최고 등급을 달성했다.
윤 회장은 그룹 내 여성 임직원의 역량 강화 및 양성 평등을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국내 기업 최초로 ‘블룸버그 성평등 지수’에 선정된 KB금융그룹은 2020·2021년에도 ‘블룸버그 성평등 지수’에 연속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이같은 윤 회장의 노력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여파에도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455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윤 회장 취임 후 6년간 역대 최대 실적이며 전년 대비 4.3% 증가한 수치다.
호실적으로 바탕으로 KB금융지주는 같은해 신한금융지주로부터 업계 1위를 재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이때 계열사인 KB국민은행도 신한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 업적을 달성했다.
향후 주요 과제는 빅테크 기업 금융업 진출 대응과 신한금융지주와의 격차 유지
3연임에 성공한 윤 회장은 올 한해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데 골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작년 7월 금융위원회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향후 전자금융거래법을 전면 개편해 결제 자금이 없더라도 고객의 모든 계좌에 대해 결제·송금 등에 필요한 이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급지시전달업(MyPayment, 마이페이먼트)’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은행계좌를 이용하지 않아도 고객 결제계좌를 직접 발급·관리하고 결제·이체 등 다양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종합지급결제업’ 도입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종합지급결제업 사업자는 금융결제망에 참가해 급여 이체·카드대금·보험료·공과금 납부 등 예금과 대출 업무만 제외한 모든 계좌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때문에 올해는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금융시장 진출 IT기업) 기업들의 금융시장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달 말 삼정KPMG는 ‘공룡들의 전쟁터가 된 금융산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구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의 신흥 강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리딩금융 위상 유지도 관건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비록 업계 1위에서 내려왔지만 KB금융지주와의 당기순이익 차이는 불과 406억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마저도 지난해 신한금융지주가 라임펀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총 4725억원을 손실로 반영했기 때문에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만약 신한금융지주가 라임펀드 사태의 직격탄에서 빗겨났다면 또 다시 업계 1위를 차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윤 회장은 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해냈다”면서 “그러나 올해에는 백신 접종 이후 펼쳐질 포스트코로나 시대, 빅테크 기업의 위협, 신한금융지주와의 경쟁 등 다양한 변수가 등장할 예정이라 윤 회장에게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힘든 시기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3연임에 성공한 윤 회장의 임기가 시작되는 첫 해인 만큼 올해 어떤 성과를 거두냐에 따라 향후 KB금융그룹이 리딩금융그룹 왕좌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