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5대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 전반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대규모 전산 사고로 드러난 장부 관리·내부통제 허점을 계기로,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서도 금융회사 수준의 규율 체계를 적용하는 방안이 본격 검토되는 모양새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정보분석원(FIU)의 ‘빗썸 사태 관련 현황보고’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11일 빗썸 외에도 두나무(업비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4개 거래소를 대상으로 보유 자산 검증 체계와 내부통제 전반을 점검하는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이번 점검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함께 구성한 ‘긴급대응반’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당국은 우선 각 거래소의 가상자산 장부와 실제 보유 잔고가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대조·검증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빗썸이 하루 한 차례 수준의 대사(對査)에 그친 반면, 업비트는 5분 단위로 잔고를 상시 대조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거래소별 관리 수준 차이가 확인된 만큼, 최소 기준을 법·제도 차원에서 재정립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과 자금세탁방지(AML) 체계가 고액·이상 거래를 제때 포착할 수 있는지 여부도 점검 대상에 포함된다.
빗썸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10일부터 금감원과 FIU가 합동으로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이다. 당국은 이번 사고 과정에서 이용자 자산 보호 의무나 AML 관련 규정 위반이 있었는지, 비트코인 가격 급변 과정에서 저가 매도 등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 절차가 적절히 이행되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이용자 가운데 강제 청산이 발생한 사례에 대해서도 별도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점검 결과를 향후 추진할 ‘2단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입법 과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금융회사에 준하는 수준의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외부기관이 정기적으로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점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산 사고 등 거래소 귀책 사유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무과실 책임’ 도입 여부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당국은 이번 빗썸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신뢰 회복과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장부·잔고 대조 및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금융회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며, 점검 과정에서 드러난 미비점은 닥사 자율규제와 법·제도 개선에 단계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