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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강한 청춘은 술잔보다 꿈으로 채워야 한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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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경호 기자] 새 학기를 맞은 3월의 대학가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강의실과 캠퍼스, 동아리방과 모임 자리마다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고, 청춘은 저마다의 꿈을 품고 또 한 번 출발선 앞에 선다.

소화기내과 진료실에서 오랫동안 간질환 환자들을 만나온 의사의 눈으로 보면, 이런 봄의 시작은 반갑고도 대견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환영회와 뒤풀이, 각종 모임의 중심에 여전히 술이 놓이는 현실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청춘의 첫걸음이 설렘이 아닌 음주 습관으로 물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금 이 시기의 젊은 세대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다행스러운 점도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통계를 보면 우리 국민의 연간 음주량은 과거에 비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1970~1980년대에 만연했던 폭음 중심 문화에서 조금씩 벗어나 건강을 고려해 음주를 절제하려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 변화다. 하지만 이 변화만으로 안심하기는 이르다.

고위험 음주 경험은 여전히 10대, 20대, 30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학계 분석에서는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국내총생산의 약 2.8%에 달하는 것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숙취나 일시적 실수 차원을 넘어선 문제다. 간 손상은 물론이고 뇌와 신경계 질환, 생산성 저하, 사고와 갈등 등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부담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술이 여전히 너무 가볍고 세련된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주류 시장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을 내세워 친숙함과 감각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전략은 술의 독성을 지우고, 음주를 하나의 멋진 문화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처럼 보이게 만들기 쉽다.

그러나 의사의 시선에서 보면 술은 포장과 이미지가 아무리 화려해도 결국 우리 몸에는 같은 방식으로 부담을 준다. 광고 속 인물이 누구든, 술잔에 담긴 것은 결국 알코올이다. 그 알코올은 간과 뇌, 신경계에 똑같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제 막 성년이 된 청년들에게 음주가 미치는 영향은 더 크고 무겁다. 20대 초반은 뇌의 충동 조절 기능이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시기다. 이때 음주가 반복되면 뇌의 보상체계가 알코올에 익숙해지면서 이후에도 절제된 음주 습관을 갖기 어려워질 수 있다.

단순히 ‘젊으니까 괜찮다’거나 ‘한창 놀 나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말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뇌와 신체가 완전히 성숙하기 전의 무분별한 음주는 평생 이어질 건강 습관의 방향을 왜곡할 수 있다. 오늘의 가벼운 한 잔이 내일의 만성 질환과 의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장에서 환자들을 오래 지켜본 의사로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젊은 시절의 생활습관이 중년 이후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로 나타나는 장면을 마주할 때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상당히 나빠질 때까지 뚜렷한 증상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몸이 버텨주는 것처럼 보여도 내부에서는 손상이 서서히 진행될 수 있다. 청춘은 아직 건강이 넘친다고 느끼기 쉽지만, 바로 그때 만들어진 습관이 훗날 건강의 방향을 결정한다.

물론 소비와 마케팅 자체를 모두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디어와 광고가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술을 미화하는 표현과 연출이 청년들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사회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술은 누구의 이름을 내세우든, 어떤 이야기로 포장되든, 과하면 몸과 마음을 해치는 독성 물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는 개인의 절제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사회 역시 청년들이 보다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환경과 기준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새 학기의 3월은 시작의 계절이다. 이 시기의 만남이 꼭 술잔 위에서만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서로의 계획을 묻고, 미래를 응원하며, 새로운 관계를 건강하게 쌓아가는 자리도 충분히 가능하다. 잠깐의 분위기를 위해 몸을 해치는 선택보다, 오래 남을 꿈과 체력을 지키는 선택이 청춘에게 훨씬 값지다.

술잔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 말고, 절제와 자기관리로 더 단단한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건강한 청춘은 술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지키는 힘에서 빛난다.

글: 황성규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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