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증상 다양해 진단 지연 우려…조기 진단·고효능 치료 중요
[더파워 이설아 기자] 다발성경화증은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더라도 뇌와 척수의 손상이 계속 진행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늘(30일)은 ‘세계 다발성경화증의 날’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오성일 교수는 다발성경화증의 초기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발성경화증은 면역계가 뇌와 척수, 시신경 등 중추신경계를 공격해 염증과 손상을 일으키는 만성 신경면역질환이다. 주로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하며 시각장애, 감각 이상, 근력 저하, 보행장애, 피로, 배뇨장애 등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오 교수는 “올해 세계 다발성경화증의 날 주제가 ‘나의 진단’일 정도로 이 병은 초기 증상이 다양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증상이 완화됐다가 다시 나타나는 양상이 반복돼 단순 피로나 일시적인 현상으로 오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질환 자체가 멈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각 증상이 없는 동안에도 뇌와 척수의 신경 손상은 진행될 수 있고, 손상이 누적되면 장기적인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인지 기능 저하는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오 교수는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약 40~70%에서 인지 장애가 보고된다”며 “신경 손상이 쌓이면 뇌가 서서히 위축되고 기억력, 집중력, 인지 속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한 증상이라도 반복된다면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발성경화증은 단일 검사만으로 확진하기 어렵다. 뇌와 척수 MRI를 통한 신경 병변 확인, 증상의 재발 양상, 뇌척수액 검사, 항체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정밀 진단을 바탕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강도의 약제로 시작한 뒤 단계적으로 치료 강도를 높이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진단 초기부터 고효능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재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오 교수는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좋은 약을 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를 적절한 시점에 시행해 장기적인 뇌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며 “초기부터 재발을 막는 치료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건강보험 급여 기준상 일부 고효능 치료제는 기존 1차 치료제 실패 또는 불충분한 반응이 확인된 뒤에야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초기부터 필요한 치료에 빠르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제기된다.
생활 관리도 병행돼야 한다. 오 교수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충분한 수면은 뇌의 염증을 줄이고 뇌세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우울감이나 극심한 피로는 뇌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혼자 참지 말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