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K9 추가 계약·노르웨이 천무 수출·에스토니아 후속 공급으로 운용국 기반 확장
[더파워 한승호 기자] 유럽 방산시장에서 한국산 지상무기체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단발성 공급을 넘어 기존 운용국의 추가 도입과 신규 국가의 계약이 이어지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 유도무기가 유럽 수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들어 북유럽과 동유럽을 중심으로 주요 수출 계약을 잇따라 확보했다. 핀란드 K9 자주포 추가 공급, 노르웨이 천무 수출, 에스토니아 천무 후속 공급 등이 이어졌고, 지난해 말에는 폴란드에서 천무 유도미사일 대형 계약도 체결됐다. 유럽 각국이 자국 안보 환경에 맞춰 포병 전력과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력 제품군이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핀란드 계약은 K9의 장기 운용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핀란드 국방부와 약 5억4600만유로, 한화 약 94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112문과 예비 부품 등을 2028년부터 핀란드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핀란드는 2017년 K9 자주포 48문을 도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물량을 확대해온 국가다. 혹한 환경과 북유럽 지형 조건에서 운용 경험이 쌓인 뒤 추가 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방산 장비는 도입 이후 운용 안정성, 정비 편의성, 후속 지원 체계가 함께 검증돼야 추가 구매로 이어진다. 핀란드 계약은 K9이 단순 수출 품목을 넘어 장기 운용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천무도 유럽 시장에서 공급 기반을 넓히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월 노르웨이 국방물자청과 천무 16문, 유도미사일, 종합군수지원 등을 포함한 9억2200만달러, 한화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노르웨이 계약은 천무가 중동과 폴란드에 이어 북유럽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
노르웨이는 이미 K9 자주포를 운용하고 있는 국가다. 여기에 천무까지 도입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단일 장비 공급 기업을 넘어 포병 전력 전반을 제공하는 파트너로 접점을 넓히게 됐다. 자주포와 다연장 유도무기는 운용 목적과 임무 범위가 다르지만, 모두 지상전력의 핵심 축이다. 두 체계가 같은 운용국 안에서 함께 쓰이면 교육, 정비, 부품 공급, 운용 노하우 측면에서 장기 협력 여지가 커진다.
에스토니아 후속 공급도 주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월 에스토니아에 천무 다연장 정밀유도무기 3문을 추가 공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체결한 첫 계약 이후 5개월 만에 이뤄진 추가 도입이다. 앞선 계약에는 천무 발사대 6문과 CGR-080, CTM-MR, CTM-290 등 3종의 미사일, 운용·교육 지원이 포함됐다.
에스토니아는 자국 국방발전계획에 따라 다연장로켓 전력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첫 도입 이후 짧은 기간 안에 추가 물량이 확정된 것은 천무의 공급 일정과 운용 지원 체계가 현지 수요와 맞물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방산 수출에서 중요한 것은 계약 규모만이 아니다. 도입국이 요구하는 일정에 맞춰 장비를 공급하고, 운용 초기 단계에서 교육과 지원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역량도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폴란드 사업은 천무 수출의 규모를 키운 핵심 사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폴란드 군비청과 사거리 80㎞급 천무 유도미사일 CGR-080을 공급하는 5조6000억원 규모의 3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현지 법인을 통한 생산·공급 구조가 포함된 계약으로, 단순 완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체계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유럽 수출의 흐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방산 수출은 완성품 공급과 납품 일정이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운용국 확대, 현지 생산, 후속군수지원, 교육, 부품 공급까지 포함한 장기 파트너십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K9과 천무의 잇단 계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 구조에 맞춰 유럽 시장에서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 방산 생태계에도 파급 효과가 있다. 대형 수출 계약은 완성 장비 업체뿐 아니라 정밀가공, 전자장비, 소재, 부품, 탄약, 정비 분야 협력사 물량으로 이어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럽 각국과 맺은 계약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려면 국내 생산 기반과 협력사 역량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수출 확대가 산업 생태계 전반의 기술 축적과 생산성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이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럽 전략은 K9과 천무를 각각 독립된 수출 품목으로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K9은 이미 여러 운용국에서 실전 배치와 운용 경험을 쌓은 플랫폼이고, 천무는 장거리 정밀타격 수요 증가와 함께 시장을 넓히는 제품이다. 두 무기체계가 동시에 확장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포병 전력 시장에서 제품군을 다층화하고 있다.
유럽 안보 환경 변화는 방산 수요를 단기간 이슈가 아닌 중장기 과제로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운용국의 추가 계약과 신규 국가의 도입을 동시에 확보하며 수출 기반을 넓히고 있다. K9과 천무를 앞세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럽 행보는 K방산이 장비 판매를 넘어 장기 운용 파트너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이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