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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40만원’ 애나그램, 장남 지분 93.92%로…셀트리온 승계 의혹 재점화?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6-1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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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 140만원·부채 90만원…셀트리온 측 “승계와 무관” 선긋기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오른쪽)과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이사/사진=셀트리온이미지 확대보기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오른쪽)과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이사/사진=셀트리온
[더파워 이경호 기자] 셀트리온 오너 2세가 설립한 가족회사 애나그램의 지분 구조가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이사 사장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시장의 의구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과 셀트리온 측은 애나그램이 그룹 승계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자산 규모가 100만원대에 불과했던 신생 법인이 단기간에 대규모 증자를 거쳐 장남 중심 지배구조로 바뀐 만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나그램은 지난 9일 제출한 ‘최대주주 등의 주식보유 변동’ 공시에 대해 10일 정정신고를 냈다. 정정 사유는 변동 전 주식 수와 증감 주식 수 등에 대한 기재 정정이다.

정정 공시에 따르면 애나그램의 기존 발행주식 수는 1만주였다. 서진석 사장과 동생 서준석 셀트리온 북미본부장 겸 수석부회장이 각각 5000주씩 보유해 지분율 50.00%씩을 나눠 가진 구조였다.

그러나 올해 3월 13일 유상증자로 41만주가 늘었고, 5월 29일 유상증자로 300만주가 추가 발행되면서 전체 주식 수는 342만주로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서진석 사장의 보유 주식은 5000주에서 321만2050주로 늘었고, 지분율은 50.00%에서 93.92%로 뛰었다.

반면 서준석 본부장의 보유 주식도 5000주에서 20만7950주로 증가했지만, 지분율은 50.00%에서 6.08%로 낮아졌다.

이번 지분 재편의 핵심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드러난 형제 간 참여 규모의 격차다. 서진석 사장은 320만7050주를 추가 취득하며 지분율을 93.92%까지 끌어올린 반면, 서준석 본부장의 추가 취득 주식은 20만2950주에 그쳤다. 그 결과 설립 당시 50대 50이던 애나그램의 지분 구조는 장남이 사실상 지배권을 확보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취득 금액도 차이가 크다. 공시상 서진석 사장의 취득 금액은 3억2070만5000원, 서준석 본부장은 2029만5000원이다. 전체 취득 금액은 3억4100만원이며, 주당 단가는 100원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애나그램의 직전 사업연도 말 재무 상태다. 애나그램이 제출한 대규모기업집단 현황공시상 개별 재무상태표 기준 재무현황을 보면, 직전 사업연도 말 애나그램의 자산총계는 140만원이었다.

유동자산 140만원 외 비유동자산은 없었고, 부채총계는 90만원으로 집계됐다. 자본금은 100만원, 자본총계는 50만원이었다. 부채비율은 157.20%였고, 차입금은 없었다.

부채 총액 자체는 90만원 수준으로 절대 규모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회사의 체급과 지분 재편 속도다. 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 자산 140만원, 자본 50만원에 불과했던 법인이 설립 이후 유상증자를 거쳐 전체 주식 수를 342만주로 늘렸고, 그 결과 장남인 서진석 사장이 93.92%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애나그램을 둘러싼 시선이 예민한 이유는 이 회사의 주주가 단순한 개인 투자자가 아니라 셀트리온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 2세들이라는 점이다. 장남 서진석 사장은 셀트리온 각자대표이사이자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경영총괄을 맡고 있다.

차남 서준석 본부장은 셀트리온 북미본부장으로 미국·캐나다 등 북미 권역의 중장기 전략과 사업 시너지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아들이 모두 그룹 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보유한 가족회사의 지분이 장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셈이다.

애나그램은 경영 컨설팅 및 공공관계 서비스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등기상 사업 목적에는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데이터베이스 개발·판매, 교육·창업 컨설팅, 부동산 관련 사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매출 구조나 주요 거래처, 실제 영업활동, 향후 투자 계획 등은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 지점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서정진 회장 중심이다. 핵심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대부분을 서 회장이 보유하고 있고, 두 아들의 그룹 핵심 지분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애나그램이 당장 셀트리온 지분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승계 재원 마련이나 자산 축적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셀트리온 측은 관련 의혹에 선을 긋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애나그램 관련 주주 질의에 대해 해당 법인을 처음 들었다는 취지로 답하며, 셀트리온 지분이나 자금이 투입된 회사가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셀트리온 측 역시 애나그램은 셀트리온 사업과 무관한 개인회사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의 부인에도 의문은 남는다. 애나그램이 현재 셀트리온 자금이나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설명과 별개로, 오너 2세가 보유한 신생 법인의 지분 구조가 장남 중심으로 빠르게 바뀐 사실은 시장이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특히 자산 140만원, 자본 50만원 규모였던 회사가 단기간에 자본 확충을 거쳐 장남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점은 향후 역할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결국 애나그램 논란의 핵심은 ‘현재 셀트리온과 직접 연결돼 있느냐’에만 있지 않다. 회사가 앞으로 어떤 사업을 통해 수익을 만들고, 그 자금이 어떤 자산으로 축적되며, 장기적으로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단순 개인회사라는 설명만으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지분 재편 속도와 정보 비대칭이 작지 않다. 셀트리온그룹이 승계 논란을 차단하려면 애나그램의 사업 범위, 자금 흐름, 향후 계열사와의 거래 가능성에 대해 보다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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