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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차단 후 새 번호·부계정 연락, 스토킹범죄로 처벌될 수 있을까

최성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6-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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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정의 노영실 부대표변호사
[더파워 최성민 기자] 헤어진 연인에게 보낸 문자 한 통. 보내는 사람에게는 '마지막 인사'였을지 몰라도, 받는 사람에게는 '두려움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 마주하는 사건들을 보면, 이별 이후의 연락 문제가 스토킹 혐의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과하고 싶었다", "오해를 풀고 싶었다"는 이유로 연락을 이어가다 형사절차를 밟게 된 의뢰인도 있고, 반복되는 연락에 불안을 호소하며 도움을 구하는 의뢰인도 있다. 같은 '이별 후 연락'이라는 사실관계 안에서도, 그 결론은 사건마다 전혀 다르게 갈린다.

스토킹범죄 사건을 다뤄온 변호사로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 판단의 핵심이 '연락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핵심은 ①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행위였는지, ②그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③객관적·일반적인 관점에서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였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데 있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들 중 상당수가 "악의는 전혀 없었다"는 점을 먼저 강조한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이 보는 기준은 조금 다르다. 법은 연락한 의도보다, 그 연락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뤄졌는지, 그리고 그것이 객관적·일반적인 관점에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였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다만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한 번의 연락이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발적인 연락도 법률상 '스토킹행위'에는 해당할 수 있지만, 실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스토킹범죄'는 원칙적으로 이러한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져야 성립한다. 결국 실무에서는 상대방의 거절 의사가 얼마나 명확했는지, 연락의 기간과 횟수, 내용과 표현 수위, 차단 이후 우회 연락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유·무죄를 가린다. '좋은 의도였다'는 주장보다, 상대방이 어떤 의사를 표시했고 전체적인 경위가 어떠했는지가 훨씬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분들이 길을 잘못 든다. 스토킹처벌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 규정이 삭제되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와 기소가 계속 진행될 수 있게 됐다. 합의 역시 사건을 자동으로 종결시키는 제도가 아니며, 통상 양형에서 참작되는 요소로만 고려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문제는 "오해를 풀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사과하고 싶어서" 건넨 연락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이미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새 번호를 쓰거나, 부계정을 만들거나, 제3자를 통해 연락을 시도하는 행위가 쌓이면, 지속성·반복성은 물론 고의 판단에서도 불리한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 선의로 시작한 연락이 결국 사건을 키우는 결정타가 되는 셈이다. 실무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 바로 이 대목이다.

피해를 입은 입장이라면 112나 여성긴급전화 1366 등을 통해 즉시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 우선이다. 경찰은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 있고, 법원은 잠정조치를 통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전자장치 부착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다. 새 번호나 부계정으로 온 메시지, 통화기록, CCTV, 제3자를 통한 연락 정황 등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두는 것이 반복성과 지속성을 입증하는 핵심 자료가 된다. 특히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 등 접근·연락 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에서 이를 위반해 우회적으로 연락하면, 그 자체로 별도의 범죄가 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반대로 혐의를 받게 된 입장이라면, 가장 위험한 선택은 불안한 마음에 피해자에게 직접 해명하거나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런 추가 접촉은 새로운 혐의나 보호조치 위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무작정 억울함을 주장하기보다, 전체 대화의 흐름과 관계의 경위를 객관적인 자료로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대응이다.

스토킹은 더 이상 집착이나 지나친 애정 표현쯔으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차단 이후 수단을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행위, SNS를 이용한 지속적인 접근 등은 모두 스토킹범죄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연락 횟수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보는 것은 결국 전체적인 맥락이다.

그 경계가 이처럼 미세한 만큼, 피해를 입은 경우든 혐의를 받게 된 경우든 사건 초기부터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고, 형사 절차의 흐름에 맞춰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안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기에, 초기 단계에서 형사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불필요한 피해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도움말 법무법인 정의 노영실 부대표변호사

최성민 더파워 기자 Sungmin@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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