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주식·부동산·가상자산 등 투자 실패로 심각한 경제적 곤란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속 문제나 이혼, 상간 소송 등으로 인해 위자료 지급 의무를 지게 된 피고들 중 일부는 "당장 통장 잔고가 바닥나 빈털터리가 되었으니 위자료를 줄 수 없다"거나 "재산이 없으니 법원에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곤 한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위자료 책임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채무는 재산 상태가 악화되거나 개인파산·회생 절차를 밟는다고 해서 자동으로 소멸하는 채권이 아니다. 당장 지급할 현금이 없다고 해서 소송을 방치하거나 무작정 이행을 거부할 경우, 지연손해금(이자)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것은 물론 향후 발생할 수입이나 재산에 대해 지속적인 강제집행 추심을 당하게 된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재산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과도한 위자료 청구를 받았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핵심은 무작정 거부가 아닌 위자료 감액 청구다.
민법상 위자료는 유책 행위의 정도, 불법행위의 기간과 양상,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의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의 재량으로 산정된다. 이 과정에서 피고의 현재 재산 상태나 경제적 형편도 양형(산정) 요소 중 하나로 참작될 수 있다.
하지만 수사나 재판 실무에서 단순히 "돈이 없다"고 호소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 유책 행위의 경위와 정도를 살펴 원고 측이 주장하는 불법행위의 상당 부분이 과장되었거나 상대방에게도 일정한 귀책사유가 있음을 법리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또한 단순 주장이 아닌 부채 증명서, 금융 거래 내역, 소득금액증명원 등을 통해 실제 경제적 불능 상태임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해야 비로소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무에서 위자료 감액 청구를 통해 줄일 수 있는 액수는 어느 정도일까. 원고 측은 통상 기선제압이나 합의 유도를 위해 법원이 통상 인정하는 범위를 웃도는, 수천만 원 상당의 과도한 금액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고 주장의 허점을 파헤치고 객관적 반박 자료를 제출할 경우, 실제 판결이나 조정 단계에서 청구 금액의 30%에서 많게는 70% 이상까지 감액 받을 수 있다. 원고가 청구한 금액을 그대로 인정받는 것과, 법적 대응을 통해 금액을 1,000만~1,500만 원 선으로 낮추는 것은 향후 변제 부담에서 천지차이다. 따라서 '어차피 줄 돈이 없다'며 포기할 것이 아니라, 법원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원금 자체를 최대한 낮추어 실익을 챙겨야 한다.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어 빈털터리가 되었다 할지라도 법적인 위자료 지급 책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을수록 더더욱 소송 초기부터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위자료 감액에 힘써야 한다. 감정적 읍소가 아니라 법적으로 타당한 논리를 펼친다면 재판부의 선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 로엘 법무법인 송개동 대표변호사
최성민 더파워 기자 Sungmin@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