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AI 가속기 낮은 연산 효율이 메모리 탑재량 확대 요인
중국 4대 CSP, 삼성전자에 다년간 LTA·ASIC 파운드리 협력 요청
미·중 AI 데이터센터 용량 2026년 95GW→2030년 201GW 전망
[더파워 이경호 기자] 중국의 반도체 자립 움직임이 삼성전자에 반드시 부정적인 변수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산 인공지능(AI) 가속기의 연산 효율이 엔비디아 GPU보다 낮은 만큼 같은 수준의 AI 연산을 구현하려면 더 많은 가속기와 메모리가 필요해 오히려 삼성전자 메모리 수요를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KB증권은 28일 삼성전자에 대해 중국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중장기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자체 AI 가속기와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지만 고성능 서버용 메모리에서는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 사이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도 수혜 요인으로 꼽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정책은 삼성전자 메모리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 아니라 추가 수요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중국산 AI 가속기가 엔비디아 GPU보다 연산 효율이 낮아 동일한 연산량을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가속기와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AI 투자 확대는 메모리 수요뿐 아니라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까지 함께 키우고 있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주요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는 삼성전자에 다년간 메모리 장기공급계약(LTA)을 요청하는 동시에 자체 개발 AI 가속기(ASIC)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외주 협력도 타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성능 서버용 D램에서는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의 기술 및 제품 경쟁력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다. 중국이 범용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더라도 AI 서버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까지 단기간에 자체적으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김 본부장은 “중국 AI 투자가 확대될수록 삼성전자의 수혜 강도는 더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중국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주로 평가했다.
수요의 바탕이 되는 데이터센터 증설도 가파르게 이어질 전망이다. KB증권은 중국의 AI 데이터센터 용량이 올해 40GW에서 2030년 80GW로 두 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55GW에서 121GW로 2.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을 합친 AI 데이터센터 용량은 올해 95GW에서 2030년 201GW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양국의 누적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약 5조달러로 추산됐으며 연평균 투자액도 18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에서는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하이퍼스케일러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도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빨라지면서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데이터센터 숫자가 늘어나는 것만이 수요 증가의 전부도 아니다. AI 모델이 고도화되고 추론 수요가 확대될수록 서버 한 대가 요구하는 연산 성능과 메모리 탑재량도 함께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중국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 가속기 채택을 늘릴 경우 메모리 수요는 오히려 더 증가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산 효율을 더 많은 가속기와 메모리로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AI 투자 피크아웃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데이터센터 증설뿐 아니라 서버당 연산 성능과 메모리 탑재량이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를 고려하면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미국이 시장을 이끌고 중국이 성장 속도를 높이는 구조로 진행될 전망”이라며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은 아직 초기 단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결국 중국 반도체 국산화가 삼성전자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중국 생산 확대=수요 감소’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자체 AI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는 과정에서 더 많은 가속기와 메모리가 필요하고, 고성능 서버용 D램에서는 기술 격차가 남아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메모리 공급과 파운드리 양쪽에서 동시에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