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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은 “물가 상당기간 2% 웃돌 것”…추가 금리인상 시기·속도 결정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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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장률 3.3%·내년 2.9% 전망…소비자물가 2.7%·2.3% 예상
“수도권 주택가격·가계부채 증가세 지속”…금융불균형 확대 가능성 경계
상반기 명목성장률 약 22%…“물가·금융안정 리스크 키울 수도”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은행이 국내 물가 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 수준인 2%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보이고 소비도 회복되면서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해진 가운데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불균형 위험도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한국은행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금융통화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부터 8월 회의까지의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과 통화정책 운영 내용을 담았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 수준에서 안정되도록 하는 동시에 금융안정에도 유의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특히 “물가는 그간 누적된 비용압력의 전이 효과와 수요측 압력 증대 등으로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는 점도 금융안정 측면에서 계속 살펴야 할 위험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경기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7월에는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고 8월에는 다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두 달 동안 기준금리가 총 0.50%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7월 인상 당시에는 국내 성장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안정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8월에도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으로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 압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8월 금리 인상 과정에서는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금통위원 6명은 기준금리를 3.00%로 올리는 데 찬성했지만 황건일 위원은 2.75%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추가 금리 인상의 배경에는 예상보다 강한 경기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3%, 내년은 2.9%로 전망했다. 지난해 성장률 1.1%와 비교하면 올해 성장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경제는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크게 확대됐다. 1분기 GDP는 전분기보다 1.8%, 전년 동기보다 3.8% 증가했고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했다.

민간소비도 회복세를 이어갔다. 1분기에는 전분기보다 0.6%, 2분기에는 0.4% 증가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소득과 자산 여건 개선이 소비를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됐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1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 6.6% 증가한 데 이어 2분기에도 0.2% 늘었다. 7월 설비투자지수도 반도체 장비와 선박·항공기 도입 등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7.5%,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9% 증가했다.

수출 증가세는 더 가팔랐다. 통관 기준 수출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보다 38.4% 증가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증가율이 57.2%로 확대됐다.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상반기 각각 160.8%, 221.5% 급증했고 휴대전화와 디스플레이도 고사양 제품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선박은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고 석유제품·화공품도 제품가격 상승으로 증가 전환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한은은 올해 재화수출 증가율을 9.7%, 설비투자 증가율을 6.8%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2.1%, 건설투자는 0.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민간소비가 2.3%, 건설투자가 1.9%, 설비투자와 재화수출이 각각 4.7%, 4.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은은 성장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판단했다.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출·투자 증가와 중동지역 긴장 완화, IT 호황의 다른 산업으로의 확산은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AI 산업의 수익성 우려로 실물투자가 조정되거나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경우, 미국의 통상 압력과 관세 부담이 확대되는 경우에는 성장률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경기가 예상보다 강해진 가운데 물가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로 예상했다. 내년에도 2.3%로 낮아지지만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2.5%로 예상했다. 내년 초까지 2%대 중후반의 높은 상승률이 이어진 뒤 비용 충격의 전이 효과가 약해지면서 점차 낮아질 것으로 봤다.

한은이 특히 주목한 것은 공급 측 물가 충격이 수요 측 물가 압력으로 번질 가능성이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입물가가 높아졌고,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개선으로 국내 수요도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14.2%, 내구재는 4.1%, 개인서비스는 3.5%였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3.4%로 높아졌다.

경기가 과열 국면으로 이동할 경우 물가의 반응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은의 분석에서는 GDP갭이 플러스인 시기에 경기 수요 충격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GDP갭이 마이너스일 때보다 2~3배 크고, 영향이 지속되는 기간도 3~4분기 정도 긴 것으로 추정됐다.

수도권 주택시장도 금리 결정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1분기 상승폭이 다소 줄었다가 2분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대됐다.

서울 주택가격은 신규 주택공급 감소와 전월세 가격 상승에 따른 임대수요의 매매 전환 등으로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도 주요 IT기업 접근성이 높은 경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강해졌다.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1분기 2.0% 오른 데 이어 2분기 2.5% 상승했다. 6월에는 전월보다 1.0%, 7월에는 1.1% 각각 올랐다. 수도권 전체는 2분기 1.5% 상승했고 6월과 7월 각각 0.7% 올랐다.

가계대출도 2분기 이후 다시 확대됐다.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1분기 7조2000억원 증가한 뒤 2분기에는 증가 규모가 19조7000억원으로 커졌다. 예금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은 2분기 10조1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정부가 지난달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주택공급 우려가 일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정책 효과가 실제 시장에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가 지속되면서 금융불균형 위험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을 계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올해 이례적으로 높아진 명목성장률에도 별도의 분석을 할애했다. 올해 상반기 명목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2%로, 20%를 넘어선 것은 실질성장률이 10%에 달했던 199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이다.

이번 명목성장률 급등은 과거와 달리 수출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주도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전년보다 3~5배 급등했고 다른 IT제품과 화학제품, 철강 등 1차 금속 가격도 10~40% 상승하면서 교역조건을 크게 끌어올렸다.

기업 실적에는 이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제조업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21%, 18%로 지난해 연간 3%, 7%보다 크게 높아졌다.

특히 반도체 기업을 포함한 IT 부문의 1분기 매출 증가율은 76%, 영업이익률은 42%에 달했다. 조선과 기계 등 다른 주력산업도 함께 개선되면서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정부 세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은 22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증가했다. 한은은 하반기부터 반도체 기업들의 높은 수익성이 법인세 증가로 이어지면서 세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명목성장률 급등이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한은은 경고했다. 기업이익과 임금소득, 세수가 늘면서 내수 회복과 투자 확대에 기여하는 동시에 경제 전반의 수요 압력을 높여 물가 상승세를 길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를 자극해 금융불균형 위험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등 IT 부문의 높은 이익과 소득 증가가 일부 기업·근로자에게 집중되면서 기업과 가계 사이, 산업과 소득계층 사이의 격차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은은 “명목 성장률 급등은 성장, 물가, 금융안정 등 거시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 재정정책을 효과적으로 조합해 물가와 금융안정 위험을 완화하면서 성장잠재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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