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5개 정책금융기관이 올해 들어 7월까지 기업의 탄소감축과 녹색전환을 위해 42조원의 기후금융을 공급했다. 연간 공급 목표의 74.1%를 7개월 만에 집행했으며, 당초 7월까지 계획했던 누계 목표와 비교하면 127%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정책국장 주재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 정책금융기관, 금융업계 등이 참여한 ‘기후금융 활성화 태스크포스(TF)’ 제1차 회의를 열고 기후금융 주요 과제의 추진 상황과 관계기관 협업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월 발표한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을 통해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총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친환경 설비 투자뿐 아니라 탄소 다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까지 금융으로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정책금융기관의 기후금융 공급 목표는 56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7월까지 42조원을 공급해 연간 목표의 74.1%를 달성했다. 7월 누계 공급 목표였던 33조1000억원보다는 8조9000억원 많아 목표 달성률은 127%를 기록했다.
기관별로 보면 산업은행이 14조9000억원을 공급해 7월까지 목표 11조5000억원의 129.2%를 달성했다. 연간 목표는 19조7000억원이다.
수출입은행은 12조원을 공급했다. 7월 누계 목표 8조1000억원보다 3조9000억원 많아 달성률이 149.6%로 5개 기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올해 연간 목표 13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상당 부분을 이미 집행한 상태다.
기업은행은 7월까지 3조원을 공급해 누계 목표 2조5000억원의 119.1%를 달성했다. 올해 연간 목표는 4조3000억원이다.
신용보증기금은 7조8000억원을 공급해 누계 목표 7조6000억원보다 2000억원 많았고, 기술보증기금은 4조3000억원으로 목표 3조4000억원의 126.0%를 달성했다. 신보와 기보의 연간 목표는 각각 13조원과 5조9000억원이다.
실제 지원도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수소·암모니아 기반 에너지 생산에 나선 전동기·발전기 제조기업에 200억원을 투자했고, 수출입은행은 풍력 기반 에너지 생산과 관련된 케이블 제조기업에 2000억원을 대출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재생원료와 순환자원을 생산하는 자동차부품 제조기업에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방식으로 70억원을 보증했다. 정부는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우수 기후금융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확산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정부 예산을 활용한 녹색·전환투자 지원도 강화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와 기업의 전환전략에 부합하는 투자에 대해 채권과 대출의 이자비용, 보증 등을 지원하는 2027년 재정지원사업 운영 방향을 이날 공개했다.
대규모 녹색 프로젝트에 대한 녹색채권 이차보전을 확대하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따라 녹색·전환대출의 우대금리를 차등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유럽연합(EU)과 싱가포르 등 주요국 택소노미와의 상호운용성도 높일 방침이다.
관련 녹색·전환투자 재정지원 사업 예산은 올해 6204억원에서 내년 정부안 기준 7373억원으로 확대된다.
미래환경산업육성융자 예산은 올해 2973억원에서 내년 3172억원으로 늘어난다. 중소·중견 환경기업과 기후테크 기업 등이 녹색설비에 투자할 때 저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3분기 적용 금리는 1.90~2.80% 수준이다.
녹색전환보증 예산도 1500억원에서 1714억원으로 확대한다. 온실가스 감축 관련 설비에 투자하거나 녹색분류체계에 따른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신용·기술평가와 K-택소노미 적합성 심사를 거쳐 보증을 제공한다.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지원 예산은 올해 81억원에서 내년 339억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난다. 올해 기업당 최대 3억원이었던 지원 한도는 내년 최대 6억원으로 확대한다. 이자비용 지원 방식도 내년에는 최대 0.4%포인트 수준으로 조정된다.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지원예산은 164억원에서 253억원으로 늘어난다. 중소·중견기업이 보유한 녹색자산을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면 이자비용과 외부검토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미래환경산업투자펀드 예산은 올해 532억원에서 내년 1330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한다. 정부 재정과 민간자금을 함께 조성해 녹색 분야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반면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사업 예산은 올해 665억원에서 내년 정부안 기준 565억원으로 줄어든다. 이 사업에는 기존 녹색경제활동과 국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국외사업뿐 아니라 전환부문이 새로 지원 대상으로 포함된다.
우대금리는 1.0~3.2%이며 정부가 이자비용의 30~50%를 지원한다. 기업당 지원 한도는 2조원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량에 따라 우대조건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자금의 실제 감축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원과 산업별 탄소감축 계획을 연결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산업부는 철강과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전자조립 등 5개 탄소 다배출 업종을 대상으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반영한 업종별 탄소감축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계와 전문가, 관계기관 의견수렴을 거쳐 업종별 구체적인 녹색전환 경로를 확정하고 이를 전환금융 공급기준과 연계할 계획이다. 기업이 어느 수준까지 온실가스를 줄여야 전환금융을 받을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다.
전환금융의 실제 금융권 적용을 위한 세부 기준도 마련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3월부터 금융권과 전환금융 실무 TF를 운영해왔다.
지난달 말까지 가이드라인 조항별 세부 실무기준을 보완해 ‘전환금융 실무 모범규준’ 초안을 마련했으며 금융권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10월 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금융회사의 전환금융 파일럿 상품 출시를 지원하고 연말까지 산업부가 마련하는 업종별 탄소감축 로드맵과 전환금융 심사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금융회사들이 실제 기업을 찾아 기후금융을 집행할 수 있도록 정보 인프라도 구축됐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지난 5월 기후금융 웹포털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웹포털은 기후금융 대상 기업을 찾는 단계부터 K-택소노미 적합성 판단, 외부검토기관 연계, 자금 지원 이후 사후관리까지 기후금융 업무 전 과정을 지원한다.
기업 발굴 단계에서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한국에너지공단 등으로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별 환경·기술 인증정보 36종을 제공한다. 녹색기술·녹색전문기업 인증, 우수재활용제품, 저탄소 인증제품, 에너지효율등급, KS제품 인증 등이 포함된다.
금융기관이 이미 대출한 기업과 이 정보를 연결해 기후금융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해당 녹색경제활동을 추천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K-택소노미 적합성 판단도 지원한다. 기업의 업종과 사업 관련 키워드를 입력하면 100개 녹색·전환 경제활동 가운데 관련 가능성이 높은 활동을 추천하고, 인정·배제·보호기준 충족 여부를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외부 전문기관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 금융회사와 외부검토기관 사이의 적합성 판단 신청과 결과 전송도 웹포털에서 처리할 수 있다. 자금 지원 이후에도 해당 사업이 녹색·전환금융 기준을 계속 충족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정보를 등록·관리한다.
금융회사의 기후금융 정보를 한데 모으는 체계도 구축한다. 금융위는 지난 6월 녹색여신과 전환금융 관련 정보를 계좌 단위로 집중 관리하기 위한 ‘기후금융정보관리규약’을 제정했다. 규약은 내년 1월 4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우선 은행권을 대상으로 기후금융 실적과 K-택소노미 판단정보를 수집한 뒤 기후금융 잔액과 산업별·기업규모별 현황 등의 통계도 웹포털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향후 서비스 대상도 은행에서 보험과 금융투자, 저축은행 등으로 확대한다.
금융위는 앞으로 기후금융 관계기관 TF를 정기적으로 운영해 정책금융 공급실적과 현장 애로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다. 후속 회의에서는 기후금융 확대를 위한 법·제도 기반과 지속가능성 공시, 전환금융 연계 등을 순차적으로 논의한다.
정부는 전환금융 가이드라인과 실무 모범규준, 업종별 탄소감축 로드맵, 기후금융 정보 인프라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금융회사의 상품 개발을 촉진하고 기업의 실제 저탄소 전환에 필요한 자금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