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연일 이어지는 폭염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부담이 되지만, 항암 치료 중이거나 면역력이 약한 암환자에게는 훨씬 더 큰 위협이 된다. 체온 조절 능력과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탈수, 열사병, 감염 등 각종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 등 기저질환을 함께 가진 경우에는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폭염 속 암환자는 가급적 외출을 피하고, 실내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활용해 시원한 환경을 만들되,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는 오히려 몸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점진적인 온도 조절이 중요하다. 체온 변화에 민감한 특성상 실외활동이나 격한 운동은 피하고,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 등 컨디션에 맞는 운동을 선택해야 한다.
근감소증을 막기 위한 간단한 근력 운동도 필요하다. 팔굽혀펴기, 생수병을 이용한 팔운동, 벽을 짚고 하는 하체 운동 등은 실내에서도 쉽게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홈트레이닝 영상도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어 꾸준한 실천에 도움이 된다.
수분 보충은 기본이다. 물이나 이온 음료를 자주 마셔 탈수를 막되, 찬 음료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위장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에는 식중독 우려도 크기 때문에 날 음식이나 상하기 쉬운 음식은 피하고, 위생적으로 조리된 식사를 해야 한다. 채소, 과일, 단백질이 고루 포함된 식단은 면역력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현영 교수는 “폭염으로 인한 신체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은 암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암환자가 느끼는 피로는 단순한 피로와 달리 휴식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필요시 수면 유도제나 항우울제 등 약물치료를 전문의와 상담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여름철 온열질환도 주의해야 할 건강 위협 중 하나다.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으로 대표되는 온열질환은 강한 햇볕에 무리하게 노출되거나,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머무를 때 발생할 수 있다. 체온이 40도를 넘고 의식이 흐려지거나 구토, 경련 등이 나타난다면 즉시 응급조치를 취하고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환자가 의식을 잃었을 경우에는 체온을 빠르게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옷을 벗기고, 부채나 선풍기로 바람을 쐬거나 피부에 물을 뿌리고, 목이나 겨드랑이 같은 큰 혈관 부위에 아이스팩을 대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만 환자를 무리하게 옮기기보다는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기도 확보와 호흡 보조에 집중해야 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임지용 교수는 “온열질환은 체온조절중추가 고열로 기능을 상실해 발생하는 응급상황이며, 방치할 경우 혈액응고 이상으로 출혈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자나 고령자는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폭염 특보가 내려질 경우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여름은 누구에게나 힘든 계절이지만, 암환자와 고위험군에게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철저한 대비와 꾸준한 관리만이 건강한 여름을 나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