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혔지만 나라 살림은 더 나빠졌다. 법인세·소득세 호조로 국세수입이 크게 늘었음에도 이전지출 확대 등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90조원에 육박하며 재정 건전성 지표가 뒷걸음질친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월간 재정동향 1월호’를 통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관리재정수지가 89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적자 규모가 8조3000억원 늘어났다고 15일 밝혔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누계 총수입은 581조2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국세수입은 353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조9000억원 늘었고, 총수입 대비 진도율은 90.5%, 국세수입 진도율은 95.0%로 집행 속도를 웃돌았다.
기업 실적 개선으로 법인세가 22조2000억원, 근로소득 증가·성과급 확대·해외주식 양도소득 증가 등으로 소득세가 12조3000억원 각각 늘었고, 유류세 탄력세율 부분 환원 영향으로 교통세도 1조8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부가가치세는 환급 증가로 5000억원 줄었고, 증권거래세는 세율 인하 여파로 1조4000억원 감소했다. 세외수입은 28조4000억원으로 2조3000억원 늘었지만, 기금수입은 8000억원 감소한 19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지출은 같은 기간 624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4조3000억원 늘었다. 총지출 진도율은 88.8%로 본예산 기준 2.0%포인트 상승했다. 지출 항목별로는 생산 활동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 이전지출이 55조3000억원 늘어나면서 지출 확대를 이끌었다. 소비쿠폰 지급 등 추가경정예산 집행 효과도 더해지며, 세입 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재정수지는 더 악화된 모습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3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사학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46조3000억원 흑자)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89조60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1월(98조3000억원), 2022년 11월(98조원)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큰 적자 규모다.
정부가 발표한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 총수입 진도율은 전년보다 높았지만, 결산 기준으로는 0.7%포인트 낮아 재정 건전성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채무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11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 잔액은 1289조4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4조1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말과 비교하면 148조3000억원이 늘어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국채 잔액은 1287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2월 한 달 국고채 발행 규모는 5조4000억원이었고, 1~12월 국고채 발행량은 226조2000억원으로 연간 발행 한도(231조1000억원)의 97.9%에 달했다. 12월 국고채 조달금리는 3.15%로 전월보다 0.14%포인트 상승했으며, 외국인 국고채 보유 잔액은 297조4000억원으로 한 달 새 3조7000억원 늘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당초 전망치 범위 안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세수 회복에도 지출 증가 폭이 더 큰 ‘역(逆) 기조’가 이어지면서 재정 건전성 관리 과제가 한층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