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g 784원→1978원…오이 54.8%·애호박 46.6% 상승
가축 90만마리·양식어류 86만마리 폐사…추석 과일 작황도 변수
[더파워 이경호 기자] 8월 들어 폭염이 한층 거세지면서 밭작물 가격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고온에 취약한 시금치 가격은 한 달 만에 2.5배 수준으로 치솟았고 오이와 애호박, 상추도 40~5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축과 양식어류 폐사까지 이어지면서 고온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히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7일 시금치 소매가격은 100g당 1978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7일 784원과 비교하면 152.3% 오른 것으로, 한 달 만에 가격이 2.5배 이상으로 뛰었다.
다른 채소류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다기계통 오이 10개 가격은 같은 기간 5369원에서 8313원으로 54.8% 올랐고 애호박은 1개당 1026원에서 1504원으로 46.6% 상승했다. 청상추도 100g당 1165원에서 1651원으로 41.7% 올랐다.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폭염에 따른 출하량 감소가 꼽힌다. 시금치와 상추 등 엽채류는 잎이 얇고 수분 증발이 많아 고온이 이어지면 잎이 시들거나 끝부분이 타면서 상품성이 떨어진다. 오이와 애호박 역시 생육 부진과 낙화, 기형과 발생 등으로 정상 출하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시금치와 오이, 애호박 등이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작물인 만큼 여름철에는 출하량 감소와 가격 상승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달 상순 현재 이들 채소류의 도·소매가격은 평년보다 낮은 수준이며 올해 주요 채소 생산량도 대체로 증가해 전체적인 가격 수준은 아직 안정적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폭염이 농산물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폭염으로 가축재해보험에 신고된 폐사 가축은 90만1602마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95%인 85만6220마리가 닭과 오리 등 가금류다.
현재까지 닭고기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농식품부는 폐사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55% 수준이라고 설명했으며,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7일 육계 1㎏ 소매가격은 5925원으로 지난 2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6000원 아래로 내려갔다.
다만 폭염이 장기화되거나 피해가 특정 지역에 집중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대형마트 등에 공급하는 닭고기 납품 단가를 1000원 이상 낮추고 육용종란 수입을 완료하는 등 공급 확대에 나섰다. 농작물에는 미세 살수 장치와 차광 도포제, 송풍 팬 등을 지원하고 수매 비축 물량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바다에서도 고수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류는 약 86만4497마리로 집계됐고 고수온 경보 발효 해역도 17곳까지 확대됐다. 우럭과 광어, 강도다리, 전복 등 고수온에 취약한 품종을 중심으로 폐사와 조기 출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수산물 가격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다. 폐사 물량은 전체 양식 사육 물량 3억6805만마리의 0.23% 수준이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출하 크기에 도달하지 않은 물량이다. 전복 5마리 소매가격도 지난달 7일 1만1287원에서 지난 7일 8701원으로 떨어졌고 김 10장 가격 역시 1438원에서 1433원으로 소폭 낮아졌다.
정부는 선제적으로 물가 관리에 나서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달 광어와 우럭, 전복 등의 조기 출하를 위한 특별전을 진행한 데 이어 오는 23일까지 할인 대상을 모든 수산물로 확대했다. 농식품부도 재해 대책 상황실을 차관이 총괄하는 ‘사고수습지원본부’로 격상하고 지난 7일부터 폭염·가뭄 특별관리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과일값도 변수다. 폭염이 계속되면 사과와 배의 착과와 과실 비대, 착색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강한 햇볕으로 과실 표면이 손상되는 일소 피해가 늘어 상품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일 기준 사과 후지 10개 평균 소매가격은 2만5496원, 배 신고는 4만6973원이다. 아직 수확까지 시간이 남아 최종 작황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폭염이 장기화될 경우 특품 출하량 감소와 추석 수요가 맞물리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